제주 올레 31,988번째 완주자가 되던 날
오늘 오후, 작은 소포 하나가 집으로 도착했다.
올레 완주 배지였다. 손바닥보다 작은, 아주 작은 기념품. 그런데 그 작은 것을 손에 올려놓는 순간, 또 한 번 울컥 치밀어 올랐다. 3년 5개월의 시간이, 437km의 발걸음이, 한꺼번에 가슴 안으로 밀려들었다.
2022년 10월의 어느 가을날, 제주 올레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대단한 결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완주를 목표로 세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걷고 싶었다. 바쁜 도심의 일상이 숨통을 조여올 때, 지칠 때마다, 틈이 생길 때마다 제주를 찾았다.
워킹맘의 현실에서 1년에 두세 번이 고작이었다. 눈 깜짝할 새 일주일이 흐르고 한 달이 훌쩍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올레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내가 찾아갈 때마다, 변함없이.
그 길 위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만났다.
빠르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그냥 걸었다. 바람 소리를 들었다. 파도를 봤다. 돌담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을 느꼈다. 걷는다는 것이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흩어진 자신을 다시 모으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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