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표를 보는데 왜 다른 이야기를 할까

팀마다 다른 언어로 말하던 지표를 하나의 언어로 만들기까지

by 일이삼사

IT 조직에서 꽤 자주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팀 간 언어와 지표 정의가 다를 때 생기는 혼란이다.

각자 팀마다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동일한 시야를 가지고 있지 않다보니 같은 데이터를 보더라도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내가 경험한 “제품 사용 기준 정의 불일치 문제”를 어떻게 구조화하고, 어떻게 조직 간 Alignment를 만들었는지 기록해보려 한다.




문제의 본질: 같은 지표, 서로 다른 현실

비즈니스와 제품팀 모두 고객의 제품 사용성을 판단하기 위해 여러 지표를 살펴본다.

문제는 같은 숫자를 보면서도 서로 상반된 판단을 내린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기능 사용률 10%가 나왔을 때

비즈니스팀 입장: “사용이 시작됐네. 초기 activation이 일어났고, 확장 액션을 설계할 타이밍이다.”

제품팀 입장: “이건 제대로 사용했다고 볼 수 없어. UX 의도대로 작동했다고 보기엔 아직 부족하다.”


둘 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로 고객 상태를 해석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이 불일치는 단순히 의견 차이를 넘어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는 다음 단계로 어디에 힘을 쏟아야 하는지 결정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어떤 팀은 특정 기능 지표를 “호전”이라고 보고

다른 팀은 같은 지표를 “위험 신호”로 보고

그 결과 중요한 전략 회의가 제자리로 돌아오고

회사 전체의 OKR 방향성도 흐려질 수 있다


조직은 나뉘어 있어도,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하나뿐이다. 그런데 기초가 되는 “제품 사용 판단 기준”을 각자 다르게 이해하면 전략도, 우선순위도, 조직적 에너지의 흐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단일 기준의 한계: “하나로 정의하려 하면, 어느 팀도 만족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기준을 하나로 정리하자”라는 단순한 접근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CX팀의 목적 = activation & retention을 높일 실사용 기반 확보

제품팀의 목적 = 기능이 의도한 조직적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확인

경영진의 목적 = OKR/KPI 관점에서 조직별 성숙도 판단


즉 각 팀이 보는 ‘목적 레이어’가 서로 달랐기 때문에 단일 기준은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초점을 이렇게 바꿨다.

하나의 기준으로 통일하려 하지 말고, 단일 기준이 아니라 '그룹/레이어'로 나누어서 봐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준을 하나로 ‘정의’하는 대신, 조직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먼저 설계하기로 했다.



팀 간 Alignment 맞추는 과정

지표를 재정의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논의 구조와 목적부터 정리했다.


1) 논의 주체를 ‘개인’이 아닌 ‘조직’으로 만든다

비즈니스와 프로덕트 조직에서 각 1~2명의 대표자만 논의에 참여했다.

참여 인원이 많아질수록 논의는 각 팀의 이해관계를 방어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이다.

대신 대표자들은 “조직을 대표해 논의하며, 결과를 다시 조직에 공유한다”는 역할을 명확히 했다.

이를 통해 논의가 개인 의견이나 ‘조직 대 조직’이 아닌 ‘문제 대 해결’의 구조로 진행될 수 있었다.


2) 논의 전에 ‘공통 목적’을 문장으로 작성한다

지표를 논의하기 전에, 아래 문장을 먼저 합의했다.

"이 논의의 목적은 특정 조직에 유리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실제 제품 사용 상태를 회사 전체가 동일한 언어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 문장이 없으면 논의는 쉽게 유불리 싸움으로 변한다.

이후 기준이 갈릴 때마다, 우리는 이 문장을 판단의 기준점으로 삼았다.


3) ‘누가 맞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판단하려는가’를 분리한다

논의를 하다보면 “그 지표는 의미 없다, 그건 사용이라고 보기 어렵다”와 같은 말들이 나오기 쉽다.

그럴 때 마다 “이 지표로 무엇을 판단하려는가?” 라는 질문으로 논의를 되돌렸다.

고객이 기능을 한 번이라도 사용했는지를 보려는가?

조직 단위로 의미 있는 사용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려는가?

제품이 의도한 운영 프로세스에 들어왔는지를 보려는가?

이 질문을 기준으로 삼으면 논의의 초점은 정답 논쟁이 아니라 각 지표가 의미를 가지는 레이어를 구분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완벽한 기준을 만드는 대신, 조직이 실제로 같은 언어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 가능한 기준을 먼저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4) 논의 결과는 ‘결론’이 아닌 ‘조직 간 약속’으로 공유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했던 점은, 논의 결과를 단순히 “정의된 지표”로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기준은 비즈니스와 제품팀이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방향으로 고객을 바라보기로 한 약속이다

각 대표자는 조직으로 돌아가 충분히 설명하는 자리를 따로 만들었다.

왜 이런 기준이 나왔는지

어떤 맥락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앞으로 이 기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이 과정을 거치면서 지표는 ‘일방적인 룰’이 아니라 ‘함께 만든 공통 언어’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그룹을 나누어 레이어별로 본다

우리가 선택한 방식은 지표를 단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 수준을 세그먼트로 나누고, 각 조직이 각 레이어에서 필요한 해석을 하도록 설계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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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roup 1 → Group 2 → Group 3으로 올라가는 단계 구조

고객이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따라

어떤 액션이 필요한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어떤 전환이 필요한지 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다.


2) 단일 기준보다 “전환 기준”이 중요

Group 1 고객을 Group 2로 올리기 위해 필요한 행동은 무엇인가?

Group 2 고객이 Group 3까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Group 2에 있던 고객이 Group 1으로 내려갔다면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가?

즉, 정적인 수치가 아니라, 동적인 움직임을 관리할 수 있다.


3) 기능별로 레이어의 의미가 다르다

조직적 프로세스를 요구하는 기능은 Group 3이 존재하고,

반대로 일상적 성격의 기능은 단일 기준으로도 충분하다.

이것을 억지로 통일하지 않고 기능 특성에 맞춰 레이어를 유연하게 설계했다.




배운 점과 의미

1) 조직 간 언어가 통일됐다

더 이상 사용률 10%를 두고 “이건 사용인가? 아닌가?”로 논쟁하지 않게 되었다.

“이건 Group 1이니까 초기 사용 단계”라는 공통된 언어가 생긴 것이다.


2) 조직 전체의 방향성이 정렬됐다

어떤 고객은 확장이 필요하고,

어떤 고객은 유지 보수가 중요하고,

어떤 고객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제 그 기준을 모든 팀이 같은 프레임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3) 액션 설계가 훨씬 명확해졌다

과거에는 “각 고객에게 어떤 액션을 해야 하는가?”를 팀별로 따로 판단했다면,

이제는 Group 1 → Group 2 → Group 3 전환 로직이 기본 언어가 되었기 때문에 Activation/Retention 전략이 구조적으로 설계되었다.


4) 리스크 탐지 속도가 빨라졌다

Group 2 고객이 Group 1로 떨어지는 순간 곧바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기능 사용 사이클이 바뀌었나?

리더 교체가 있었나?

특정 기능의 UX가 변했나?


이번 과정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이것이다.

지표는 판단을 위한 숫자이기 전에, 조직의 방향을 맞추는 언어다.


동일한 지표를 보더라도

한 팀은 “좋아졌다”고 말하고

다른 팀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면 그 조직은 절대로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 없다.


팀이 나뉘어 있어도 회사는 하나다. 따라서 같은 언어로 고객 상태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만든 Group 기반 기준 체계는 단순한 지표 통일이 아니라,

조직이 같은 방향을 향해 움직이기 위한 공통 언어를 만든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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