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가 아닌 곱하기(×): CX팀 구조 실험

인력 충원이 아닌, 구조 혁신으로 효율을 키운 도메인 페어링 시도

by 일이삼사

B2B SaaS에서 제품이 성장할수록 정책은 점점 복잡해진다. 기능은 늘어나고, 연동은 촘촘해지고, 업데이트는 쏟아진다. 업무가 몰리고 버거워질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해법은 보통 “사람을 더 뽑자”는 것이다. 당시 우리 팀에서도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왔다.


하지만 무조건 채용이 답은 아닐 수 있다. 단순히 ‘더하기(+)’로 인력을 늘리는 방식은 잠깐의 숨통은 트일지 몰라도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더 많은 인원이 같은 방식으로 일하면 복잡성과 비효율만 커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팀은 다시 같은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곱하기(×)’로 효율을 키우는 방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팀의 구조와 일하는 방식을 바꿔 같은 인원으로도 더 큰 효율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었다. 이번 글에서 다룰 도메인 기반 페어링 실험 역시 그 고민에서 출발했다.




문제의 배경

처음에는 단순했다. 고객 문의가 들어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바로 답변하면 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제품군이 다양해지고 기능과 연동이 늘어나면서, 다루어야 할 정책과 시나리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모든 팀원이 모든 정책을 익히고, 잦은 주기의 업데이트를 매번 따라잡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심리적인 버거움은 물론이고, 팀이 처리하는 일에도 여러 한계가 드러났다.

고객에게 잘못된 안내를 제공하는 빈도 증가

문제 해결까지 소요되는 시간 증가

지원 문서 업데이트와 유지 관리의 난이도 상승


팀이 겪는 어려움은 곧 고객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안내가 정확하지 않으면 고객의 학습 난이도는 높아지고, 대응이 늦어지면 경험의 질은 떨어진다. 그래서 “팀 문제를 먼저 풀어야 고객 문제를 넓게 풀 수 있다”는 생각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



기존 방식: 모두가 모든 걸 다 한다

우리 팀은 Success, Experience, Support ― 고객 여정 전반에 걸친 세 가지 영역을 모든 CSM이 함께 수행하는 구조였다.

Success: 고객의 장기적인 목표 달성을 지원

Experience: 서비스 전반에서 고객이 경험하는 모든 접점을 관리

Support: 고객 여정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

1.png 출처: https://front.com/blog/collaborative-customer-support-model


겉으로 보면 다재다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학습과 대응의 범위가 끝없이 넓어졌다. 결과적으로는 깊이 있는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고, 효율도 떨어지는 구조가 되어 있었다.




새로운 시도 (Phase 1: Support 중심)

그래서 첫 번째 실험은 Support 영역부터 구조를 바꾸는 것이었다. 핵심은 모든 걸 다 아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도메인에 따라 책임을 나누는 것이다.


이를 위해 두 명씩 짝을 이루는 페어(Pair) 방식을 도입했다.

각 페어는 자신이 맡은 영역에 더 익숙한 문의를 우선적으로 처리한다.

필요하면 서로 스위칭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한다.

핵심은 단순한 분담이 아니라, 도메인별 리더십을 갖고 팀 전체에 인사이트를 확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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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전 6개월간의 문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영역별로 나눌 경우 업무량이 균형 있게 분산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단계 (Phase 2: Success & Experience 확장)

Support 단계가 자리를 잡으면, 다음은 Success와 Experience까지 확장하는 단계다. 지금은 모든 CSM이 고객사를 관리하면서 필요한 일을 각자 해내고 있지만, 앞으로는 역할과 책임(R&R)을 더 전략적으로 나누려 했다.


예를 들어,

한 명은 업셀·크로스셀 기회 발굴을 맡아 고객 계정 내 확장 전략을 세운다.

다른 한 명은 파트너십/대형 계정 관리를 전담해 복잡한 요구사항을 조율하고 장기 관계를 설계한다.

또 다른 한 명은 제품 활용 데이터 분석을 맡아 고객 사용 패턴을 추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팀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중요한 건 개인 역량에 의존하거나 특정인이 독점하는 게 아니라, 팀 차원에서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실행 방식: 작은 사이클로 실험하기

실험은 한 달 단위 사이클로 반복했다. 가장 큰 변화는 세 가지였다.


페어(Pair) 도입

- 센티넬 페어: 실시간 대응, 케이스 수집, 트렌드 파악

- 도메인 페어: 특정 영역 문의에 집중, 주요 변화와 핵심 가치를 팀에 공유


인사이트 공유 리추얼

- 각 페어가 경험한 패턴과 인사이트를 짧게 정리해 공유했다.

- 모든 사람이 모든 걸 알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건 모두가 알 수 있는 흐름을 만들었다.


미팅 구조 개편

- 매주 회의 대신 격주 단위로 ‘교육/피드백 미팅’과 ‘업무 미팅’을 나눴다.

- 학습과 실행이 섞여 흐려지던 집중도를 회복할 수 있었다.




배운 점과 의미

팀원의 학습 부담은 줄었고, 대응 속도와 정확도는 나아졌다. 각자 맡은 도메인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감도 커졌다. 고객 입장에서는 더 일관된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었고, 팀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물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면 늘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뒤따른다.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고, 실제로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부분들이었다. 하지만 그 시행착오 자체가 실험의 일부이자 중요한 학습 기회였다.


가장 크게 배운 건, 구조의 완벽함보다 구조를 계속 다듬어갈 수 있는 팀의 학습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팀의 상황과 고객의 흐름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결국 효율을 곱하기(×)로 키우는 힘은 바로 그 학습 능력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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