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팀이 고객을 더 잘 알도록 만드는 일

주요 타겟 전환기에서 배운 것들

by 일이삼사

고객을 이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팀마다 ‘고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제품이 나온다. 회사 차원 전략의 주요 타겟이 SMB에서 엔터프라이즈 고객으로 전환되던 시기에 모든 팀이 겉으로는 “엔터프라이즈 공략”을 말하고 있었지만, 주요 타겟이 바뀌었다고 해서 조직의 사고방식이나 제품의 형태가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건 아니다. 제품을 설계할 때는 여전히 소규모 조직을 떠올리고 있었다.



문제 정의

"우리는 같은 고객을 말하고 있었지만, 서로 다른 고객을 보고 있었다"


엔터프라이즈 고객은 규모가 크다는 단순한 특성 이상의 복잡한 맥락을 갖는다.

조직 구조, 운영 방식, 의사결정 루프, 보안 기준, 기능 요구사항까지.


전사 타겟이 엔터프라이즈로 바뀌었지만, 팀들의 사고방식과 제품은 여전히 ‘작은 조직 기준’이었다.

대규모 운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UI/UX

조직 내 복잡한 권한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 설계

확장성과 성능을 전제하지 않은 기능 설계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온보딩 흐름


세일즈는 현장에서 만나는 엔터 고객의 요구와 제약을 알고 있었고,

CS는 고객이 실제로 일하는 방식과 운영 구조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지만,

프로덕트팀은 기능 단위나 이슈 단위 사례를 중심으로 고객을 해석했다.


이 간극이 누적되면 같은 고객을 기준으로 협업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이 만들어진다. 나는 이것을 단순한 정보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고객을 바라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 문제라고 느꼈다.



가설 설정

"전사가 '같은 고객 모델'을 공유하지 않으면, 어떤 전략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공통된 고객 이해가 정렬되지 않으면 제품의 우선순위, 기능 정의, 경험 설계 모두 계속 흔들릴 거라고 생각했다. 즉, 필요했던 것은 더 많은 VOC, 데이터, 기능 요청 정리 같은 것이 아니었다.


전사가 ‘같은 렌즈’로 고객을 바라보도록 만드는 일, 거기서 문제가 시작되고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실험: 전사 대상 '타겟 고객 이해 세션' 기획

내 역할은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할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실험의 목표이자 팀에 던진 제안은 단순했다.

"우리 모두가 같은 고객을 떠올릴 수 있도록,
엔터프라이즈 고객의 구조, 행동,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공통 언어를 조직에 만들기"


이 제안은 빠르게 수용되었고, 각 도메인 전담자들이 실제 콘텐츠를 만들고 다른 팀과 싱크하며 고객의 현실을 반영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세션의 목적과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목적]
- 엔터프라이즈 고객이 어떤 구조에서 일하고, 어떤 맥락에서 제품을 사용하는지 기준을 맞추는 것

[구성]
1. 전환기 문제 인식 공유
- 왜 지금 고객 이해를 다시 정의해야 하는가

2. 엔터프라이즈 조직의 구조적 특성
- 규모가 커질 때 발생하는 복잡성

3. 도입 의사결정 루프와 이해관계자 구조
- 왜 엔터프라이즈에서 '하나의 기능'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이 중요한가

4. 엔터프라이즈 특유의 요구사항과 페인포인트
- 확장성, 운영 편의성, 안정성, 권한 체계 등

5. SaaS 사례 비교
- 고객의 기대치를 형성하는 외부 기준

6. 우리가 가져야 할 관점 프레임 제안
- 제품이 가져야 할 "엔터프라이즈 기준"의 기준점 제시


이 세션의 목적은 '교육'이 아닌 '개념 정렬'이었다.

그래서 기능 설명이나 고객 사례 중심이 아니라 고객이 일하는 방식, 조직 구조, 의사결정 흐름을 먼저 다뤘다. 이 부분을 건드려야 제품 논의의 출발점이 바뀌기 때문이다.



배운 점과 의미

이런 세션이 조직을 갑자기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은 변화들은 있었고, 그 변화는 방향성을 만들어 주었다.


1. 제품 논의의 출발점이 달라졌다.

- "엔터 기준이면..."

- "대규모에서 이 플로우는 어떻게 보일까?"

이런 문장이 회의 초반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2. 팀 간 고객 언어가 통일되기 시작했다.

- 엔터 조직의 의사결정 루프

- 운영 과정에서 생기는 조직 단위의 행동 패턴

- 확장성과 운영 편의성을 같은 기준에서 이야기 함


3. 문제 정의 자체가 달라졌다.

- 예전에는 "기능이 필요하다 vs. 아니다"가 중심이었다면, 이후에는 "이 맥락에서 고객은 어떤 제약을 갖는 가"로 논의가 이동했다.


크게 티가 나지는 않지만 문제의 출발점이 같은 곳이 됐다는 점은 결정적으로 컸다. 비즈니스 조직은 고객의 현실을 가장 깊이 알고, 프로덕트 조직은 그 현실을 제품의 언어로 재해석할 수 있다. 이 두 역할이 연결이 되어야 조직은 처음부터 고객을 같은 방향에서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제품은 비로소 고객의 맥락을 이해한 제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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