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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pr 20. 2020

곁에 있지만 잊고 있는 직장 내 '키다리 아저씨'

'혼자 끙끙 앓으면서 옹졸한 결론을 내지 말자'


신입사원 중 약 30%가 1년 내에 퇴사한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조직 및 직무 적응 실패였다.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신입사원들은 힘들고 난처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두 가지 결론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참거나 그만두거나. 극복하려는 노력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당사자에게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회사를 박차고 나가 또다시 회사원 대열에 합류할 계획이라면, 일단 한 곳에서 적응 기간을 충분히 거치며 위기 극복 훈련을 하는 편이 현명한 처사다.


신입사원뿐만 아니라 무기력한 회사생활에 회의를 느끼며 그만둘 생각을 수없이 하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이들도 많다. 그나마 그만두지 않고 버티면서 순간순간 찾아오는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으면 다행이다. 문제는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상황에 내몰려 있을 때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 처한 상황의 체감온도도 천차만별이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 그중에서도 우수 인재로 선발되어 해외연수까지 다녀온 박 사원. 연수 후 부푼 꿈을 안고 첫 부서에 배치되었다. 똘똘하고 야무진 성격에 팀장뿐만 아니라 선배들에게도 금세 인정받았다. 늘 밝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던 그는 대리 직급을 달자마자 돌연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유는 "맨날 똑같은 일로 무기력해요. 제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였다. 팀장은 물론 팀원들도 눈치 채지 못한 상황이라 모두가 당황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 재취업을 준비했다. 1년 반 만에 새 직장을 구한 그는 18개월 간 경력 쌓을 기회를 날려버린 게 아깝다고 했다.


사표를 던지기 직전에 몰렸다면 섣불리 혼자 결정하지 말고,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으로 상사와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회사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후배나 부하 직원에게 "힘들면 관둬"라고 할 사람 없고, "나도 다 겪어봤어. 금방 지나가"라는 섣부른 조언이나 "정신 차리고 힘내"라며 어설프게 응원하는 상사도 없다. 연륜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들도 다 겪은 일이고, 이미 한 번쯤 저질러본 일일 수 있다. 때문에 손을 내밀면 먼저 경험한 입장에서 귀 기울여 들어줄 것이다.


전공과 관련 없는 부서에 배치된 한 후배가 1년 넘게 괴로워하다가 일방적으로 사표를 낸 적이 있다. 상사는 주말에 후배를 불러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후배는 불이익 없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부서로 조용히 이동할 수 있었다. 지금도 후배는 10년 넘게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왜 그 당시에 팀장에게 고민을 이야기해보지도 않고 섣불리 사표부터 냈는지 후회된다고 말한다.


서로가 진심으로 다가설 때 비로소 마음이 열리고 서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세상에는 드라마에서 흔하게 그려지는 나쁜 상사만 있지 않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입사 후 처음 팀장님께 면담을 요청한 적이 있다. 팀장은 "인사 문제에 있어서는 조금 이기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도 있어. 회사가 네 인생을 대신 책임져줄 수는 없으니까. 먼저 얘기해줘서 고마워"라고 한 후 얼마 뒤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도와줬다.


의외의 순간에 손을 내미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상사도 분명히 있다. 어려움을 함께 나눈 상사는 평생의 멘토가 되기도 한다. 혼자 끙끙 앓으면서 옹졸한 결론을 내지 말고, 상사와 함께 고민하며 조언을 듣고 행동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이자, 후회하지 않는 회사생활을 위한 방법이다.


도서 <회사에 들키지 말아야 할 당신의 속마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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