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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May 07. 2020

똑같은 기회, 조금 더 잘난 직장인

'떠날 용기 없다면 그 안으로 탈출하라'


남에게 명함 한 장 건네기 민망하지 않은 회사에 취직만 하면 일단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럴싸한 건물에 한자리 꿰차기 위해 무수한 시련을 겪어왔기에 더더욱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한자리 차지해 보니 '이게 웬일!'인 경우가 많았다.


팀장은 오전 7시에 출근해 '나보다 일찍 나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니?'라며 나무랐고, 항상 '빨리빨리!'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선배는 블랙 셔츠 입은 나를 보고 '밤무대 나가니?'라며 비아냥거렸고, 납품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는 말에 한 선배는 품의서를 구겨 면전에 던졌다. 이성 동료와 친하게 지내면 사귄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졌고, 동료의 싸늘한 말 한마디가 비수처럼 꽂히기도 했다.


'과연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


상상 속에나 존재했던 대기업이라는 곳에 입사해 처음에는 입이 찢어지게 기뻤다. 카드 키를 목에 걸고 거리를 활보했다. 투철한 신입사원 정신에 입각해 버스를 탈 때도 무의식적으로 '안녕하십니까'를 외쳤다. 출근길 회사 앞에서 위용 있는 건물을 올려만 봐도 미소가 지어졌다. 왠지 모를 뿌듯함에 어깨가 절로 펴지고 심장이 쫄깃하던 순간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남모르게 만끽하던 영광의 순간은 부지불식간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낮에는 정신없이 일과 사람에게 시달리고 저녁, 주말 심지어는 연휴와 휴가까지 반납하며 하루하루 직장인 부대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나'라는 존재는 조직 속 일개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달았다.


직장이라는 곳이 군대보다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하루가 다르게 실감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허접한 일에 파묻혀 살면서 고민만 쌓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눈치 봐야 할 일이 왜 그렇게 많은지 몸보다 정신이 먼저 피폐해졌다. 가장 힘든 건 바로 인간관계였다. 어쩜 이리도 각양각색의 사람이 많은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초단위로 혼란스러웠다.


세월이 흐르면서 일 더미와 더불어 깊은 미간 주름이 훈장처럼 새겨졌다. 잘 길든 좀비 같은 생활을 이어오던 직장생활 5년 차 즈음. 더는 못 버틸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닌데…', '내가 뭘 하고 싶었더라',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할까?'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민과 함께 불평불만만 늘었다. 의욕과 열정은 소멸했다. 감사로 가득했던 초심은 사라지고 불만 전도사인 양 친구에게, 동료에게 신세 한탄만 쉴 새 없이 늘어놨다.   


심장이 조여오며 초조해졌다. '때려치워야 하나?', '이직할까?', '창업을 해할까?’라는 만성적인 생각의 질병을 수년간 가슴에 품고 살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명확한 탈출 방법은 없었다. 섣불리 나갈 용기도 없으면서 대나무밭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며 꼬박꼬박 월급 챙기는 내가 간사하고 한심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거늘, 절은 싫었지만 떠날 수 없어 결국 조심스레 백기를 흔들었다. 동시에 회사에서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꿈은 불만에서 생겨난다. 만족하는 사람은 꿈을 꾸지 않는다. 사람은 어느 곳에서 꿈을 꾸는가? 배고프고 추운 곳이나 병원, 또는 감옥에서 사람은 꿈을 꾼다."


프랑스 극작가 앙리 드 몰테를랑(Henride Monterlant)의 말에 감명받아 불만에서 꿈을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지리멸렬한 상황을 잠식시키기 위해 동병상련同病相憐 직장인의 생활을 엿보기 시작했다. 직장생활과 관련된 수십 권의 책을 읽고, 직장인 관련 뉴스를 정독했다. 시간이 지나니 불변의 공통점이 보였다. 직장생활은 당연히 불행한 것이고, 직장인은 항상 불평불만이 많은 불쌍한 존재라는 것이었다.


'남들이 불행하고 불쌍하다는 이유로 나까지 동참할 필요는 없지'라는 생각에 정신이 들었다. 이에 반기를 들기 위해 직장생활 5년 차부터 '바른생활 직장인'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떠나지 못할 거라면 그 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찾는 것이 탈출구라는 나만의 답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버티기 위한 발버둥이기도 했다.



똑같이 주어진 기회,

조금 더 잘난 직장인


직장인들 삶은 엇비슷하게 돌아간다. 처음 입사해 3년에서 9년 차 정도까지는 누구나 복잡한 생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흔들릴 것이다. 태풍의 눈을 살짝 비켜서 있는 후배들에게 내가 겪으며 깨달은 '버티는 노하우'를 들려주고 싶다.


야심 찬 꿈, 가늠할 수 없는 기대를 품고 입사했을 후배들이 직장에서 시련을 겪고 고민하는 순간에 좌절하지 않도록 도움 주는 가이드가 되고 싶다. 아직은 부족한 인생 경험과 깨달음이 정답이나 진리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 갈래길 앞에서 머리를 부여잡고 혼란스러워하는 후배들에게 작은 이정표는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사표 내지 않을 용기'를 지닌 나에게 바치는 '사표 대신 쓴 바른생활 직장인 보고서'다. '헐'이라는 한 마디에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직장생활이다. 외마디 한탄 속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우여곡절을 미리 겪은 선배의 금쪽같은 경험과 깨달음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는 팁을 얻기 바란다.


직장생활은 절대 만만치 않다. 조금이라도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꽤 다양한 좌절과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넘어지지 않는 법을 배운다. 그동안 많은 직장인 자기계발서가 나왔지만, 이론적이거나 오래된 경험에 의존한 내용이 많았다. 젊은 직장인들은 여전히 무언가 명쾌한 갈증 해소를 필요로 한다.


이 책은 읽으며 바로 소화할 수 있는 직장인 성장 도서다. 책에서 소개하는 역경과 고난, 인간관계, 좌절, 습관에 관한 사례들은 직장생활에서 누구나 흔히 마주하는 상황들이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 후배들이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직장생활의 고단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끼며 스스로 헤쳐나가길 바란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기회를 좀 더 영악하게 이용해 남들보다 조금 더 잘난 직장인이 되기를 기원한다. 더 나아가 상사, 동료, 후배와 적극적인 소통으로 행복한 직장생활을 이어나가길 응원한다.



<출근이 칼퇴보다 즐거워지는 책>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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