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살았나 싶다. 하지만 역효과도 피할 수 없다. 일단 아이들이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게 싫다. 하루 2시간 사용으로 제한했지만 그래도 뭔가 개운하지가 않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직장에 있다.
가장 큰 독은 중독이다.
바로 직장 내 상급자의 '톡' 중독. 문제 중 문제가 아닐까. 카카오톡, 텔레그램, 라인, 팀즈 등 취향별로 잘도 찾아 팀원들을 달달 볶는다. 전화벨 소리 외 모든 알람을 무음 설정해놨던 나만의 개취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됐다.
스마트폰으로 때와 장소 구분 없이 각종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참 편리하다. 팀 결속력을 다지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특별한 뉴스 제공 등의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취지는 좋다. 그렇지만 누구도 원치 않는 감옥이라는 게 문제다. 허울 좋은 괴롭힘이라는 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다. 이러한 괴롭힘이 부각돼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발의에서 끝났지만 문제제기만으로도 직장인이 단톡방 때문에 얼마나 괴로운지가 증명됐다. 스마트폰 덕분에 심심할 시간이 부쩍 줄었다. 반면 업무 시간과 불안, 스트레스는 점점 늘어만 간다.
새로운 팀에 합류하자마자 단톡방에 초대됐다. 팀 일원이 되었다는 생각에 달뜬 기분도 잠시, 외근 중인 상사에게 쉴 새 없이 업무가 날아왔다. 명확한 지시 없이 허공에 뿌리는 "알아봐", "확인해", "보고해" 카톡 때문에 늘 좌불안석이었다. 주말에도, 휴가 때도 마찬가지였다. 잠시도 폰을 내려놓을 수가 없는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워라밸, 주 52시간을 외치지만 회사에서 몸만 빠져나갈 뿐 여전히 폰 감옥에 갇힐 때가 잦다. 궁금한 걸 못 참는 리더와 리더의 리더 그 위 리더의 조급증이 문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직적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까. 직장인의 당연한 숙명으로 받아들여야만 할까.
저녁 먹는 동안 친구가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작작 좀 봐라!" 했더니 "우리 팀은 팀장한테 3분 안에 답변해야 해"라고 짖었다. '맙소사'였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불필요한 단톡방을 당장 없애야 합니다"라고 반기를 들 수 없기에 망연자실 동참한다. 수시로 업무 지시를 받고, 입으로는 쉴 새 없이 욕을 하면서도 손가락은 정성을 다해 예의를 지킨다. 주 52시간이 뭐야? 껍데기만 회사 밖에 있을 뿐인데.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갔다. 여유로운 순간을 오롯이 즐기려고 와이파이 기기를 대여하지 않았다. 호텔에 돌아오니 수백 개의 카톡이 미친 듯이 울렸다. 대부분 회사였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의무감에 눈팅을 하던 중 내게 질문을 던진 임원의 문장이 보였다. '앗!' 너무 늦어 답변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일 밤 단톡을 정독하는 경건한 시간을 가졌다.
어떤 상사도 휴가 간 부하직원에게 단톡방 대화 내용 확인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은밀한 그곳에 나만 모르는 업무나 공지가 포함돼 있을지도 몰라 마음 놓을 수 없다. 난처함과 당황스러움은 오직 내 몫이 될 테니까. 급하지 않은 내용들은 메일로 전달하면 안 될까.
'업무 시간 외 카톡 금지법' 재정은 불가능하지만, 상사의 재량으로 '휴가자 단톡방 임시 탈퇴' 조치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작년 안식월 떠나 있는동안 쉴 새 없이 울리는 단톡방이 너무 징그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