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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Oct 07. 2024

후배가 반드시 알아야 할 선배의 속사정

내가 부족한 부분을 선배를 활용해 채워가는 방법


1999년 11월 8일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후배 눈치 보는 회식, 상사는 괴로워>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요즘 좋은 상사가 되는 조건 중 하나는 회식을 잘하는 것. 이때 잘한다는 것은 자주 한다거나 거나하게 술을 마신다는 의미가 아니다. 20대 후반의 젊은 직원들이 만족할 만한 참신한 회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 그러지 않으면 '꼰대'로 찍힌다.

젊은 사원들이 가장 못 견뎌하는 것이 삼겹살집과 노래방. 회사원 김형민 씨(30)는 "우리 세대는 고기 냄새가 싫어도, 대화가 지겨워도 꾹 참았다. 하지만 요즘 신입 사원들은 몸을 비비 꼬다가 중간에 그냥 가버린다"라고 말한다. 심하면 회식 장소가 어딘지를 확인하고 마음에 들 때만 참석하는 직원들도 있다.

상사는 "요즘 젊은것들은 회식에도 참석 안 한다"고 화를 낸다. 하지만 이미 세상은 바뀌고 있다. 젊고 이해심 많은 상사로 인정받고 싶다면 지금 당장 회식 장소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이 기사가 흥미로운 이유는 24여 년이 지난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 때문입니다. 몸을 비비 꼬다가 회식 중간에 가버렸던 20대 후반의 신입 사원들이 이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 되어 자신이 지독하게 싫어했던 상황을 다시 연출한다는 사실입니다. '꼰대'라는 말은 시대가 바뀌어도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젊은 후배들은 여전히 꼰대 상사가 불편하고, 상사는 왠지 눈치 주는 후배가 못마땅한 거죠.


20세기에서 21세기로 바뀌었지만, 기사 내용처럼 선후배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요즘에도 '나 때는 말이야', '요즘 젊은 것들' 같은 말이 심심찮게 쓰입니다. 아마 세상이 끝나기 전에는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 말입니다. 그만큼 직장의 선후배 사이는 시간이 흘러도 적당한 접점을 찾기 불가한 숙제 같은 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상사나 선배를 무조건 배척하거나 딴 나라 사람처럼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20세기의 신입 사원들이 21세기의 꼰대로 변신했듯 지금 젊은 직장인도 세월의 흐름에 어떤 식으로 동참하게 될지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선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라는 구시대적인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선배의 의중을 조금만 더 깊이 파악하고, '저들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일까?'를 헤아리려는 마음만으로도 직장에서 가장 어렵다는 사람 적응에 도움이 될 테니까요.


'아' 다르고 '어' 다른 '법' 활용 꿀 팁

 

신입 사원 시절에는 회의 시간에 말을 잘하지 않았습니다. 팀장이나 선배들의 의견을 주로 듣기만 했습니다. 막내는 말 안 하는 게 미덕인 시대여서가 아니라, 제대로 아는 것도 없고 어디까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고개를 끄덕이는 습관 때문이었는지, 선배 말을 경청할 줄 안다며 칭찬받은 적도 있습니다.


반면 요즘 직장인들은 다릅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PT 등 발표와 면접 연습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말을 잘합니다. 스펙도 높고, 인턴십 등 다양한 사회 경험도 미리 쌓고, 심지어 똑똑하기까지 합니다. 제가 조금 늦게 태어나서 요즘 젊은이들과 경쟁해야 한다면 자신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 편입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저보다 나을 때도 많거든요.


한 번은 친한 회사 동료가 메신저를 보냈습니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무조건 아니래. 아 열받아!"


업무를 같이 맡은 후배와 회의를 마친 직후였습니다. 아는 게 많아야 말도 많아집니다. 후배가 선배를 무시하며 잘난 체한 게 아니라 그냥 아는 것을 의견으로 내놓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고 과거 침묵하던 자신을 투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으면서 찍소리 안 했는데, 요즘 애들은 할 말 다 해'


서로 어긋난 마음으로 후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설령 하고 싶은 말은 반드시 해야 하고, 잘못된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똑 부러지는 성격이라도 상사 대처 방법을 조금만 바꾸면 선배들과의 잦은 트러블을 피할 수 있습니다.


경험해 봐서 알겠지만, 직장에서 나와 맞는 상사를 만나는 건 천운입니다. 천운이 다한 많은 직장인이 자신과 맞지 않는 상사와 맞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 안 통하는 싫은 상사라도 한 배를 탄 이상 쉽게 거부감을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  


직장에서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라는 말은 말 한마디가 ‘법’만큼 강한 효력을 지닌다는 의미 아닐까요. 상사의 잘못된 결정에 반대 의견을 말할 때는 "그게 아닌데요?", "그건 아니죠"보다는 "혹시 이게 아닐까요? 제가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등의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앞서 언급한 동료의 후배처럼 "그건 아닌 거 같은대요?"라는 말을 쉽게 내뱉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 나쁜 마음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습관인 경우가 많죠. 본인이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능력보다 인성을 중요시하는 상사도 많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섣부른 말 한마디로 자칫 밥상머리를 넘었다는 인상을 심으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만만해 보인다고, 욱한다고 실수하는 경우도 조심해야 해요. 직장 내 소문은 5G급이거든요. 특히 상사 말은 더욱더 파급력이 있습니다. 상사와의 작은 마찰이나 오해가 쌓이면 어느 순간 어느 조직에서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 모릅니다.


업무 공유는 도움 받는 지름길


같은 팀의 선후배 간 업무 공유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공유경제 시대인데도 업무를 공유하지 않고 혼자 끌어안고 있는 후배들이 있습니다. 가뜩이나 불편한 선배와의 관계가 더욱더 위태로워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사회 초년생 시절, 나도 다 큰 성인인데 사사건건 선배한테 물어보는 게 민폐라는 생각에 혼자 업무를 진행했다가 몇 번 혼난 적이 있어요. '이거 한다고 말도 안 했잖아?', '혼자 하니까 이 모양이지', '누가 하래?'라는 등의 진심 어린 피드백을 받았어요. 나이만 먹었지, 회사라는 곳에서는 아직 애송이란 것을 잘 몰랐던 거죠.


팀장이 갑자기 업무를 하나 맡겼습니다. 며칠 뒤 뿌듯한 마음으로 출력해서 보고 드렸어요. 자리로 돌아왔는데 쉴 새 없이 메신저 폭탄이 떨어지는 거예요. 당황스러워하며 열심히 정독하다 보니, 자기 업무를 가로채서 한마디 말도 없이 팀장에게 보고했다는 선배의 독설이었습니다. 그러고는 관련 파일 모두를 압축해서 저에게 보냈습니다. 알고 보니 팀장이 깜빡하고 똑같은 일을 선배와 저에게 시킨 것이었습니다. '참 가깝고도 먼 게 선배와 후배 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상호 간에 난처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선배와의 업무 공유는 필수입니다. 한 팀에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일하고 있다면 최소한 선배가, 후배가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담당자가 부재중일 때 상사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수도 있습니다.


상사의 입장에서는 선배가 후배 일을 챙겨야 한다고 여깁니다. 그 때문에 당연히 선배가 후배 업무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도우며 공유하고 있겠지'라고 판단하는 것이죠. 그래서 김 대리에게 시킨 일을 갑자기 최 과장에게 물어보곤 합니다. '왜 저래? 치매 아니야?'라고 어이없어하며 넘길 일이 아닙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는지 알리고, 중간에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마무리를 공유하고, 그 외 부분은 자율적으로 진행하면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시키는 대로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의지나 책임감이 약해질 수 있거든요. 업무를 공유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서로 중요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기회도 찾아옵니다.


후배들이 자기의 일을 꼭 끌어안고 조용히 처리하는 것은 아직 숲보다 나무를 보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능동적인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야가 넓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선배가 후배에게 업무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묻는 것은 속속들이 참견하려는 게 아닙니다. 솔직히 그렇게 물어보고도 별 도움이 안 될 때도 많잖아요. 단지 후배 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자신이 낭패를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감보다는 호감을 앞세워야


아르바이트생 시절에 겪은 일입니다. 팀에 과장님, 저, 여사원 세 명만 남아 있던 오후였어요. 과장님이 급한 업무를 처리하다가 여사원을 불렀습니다. 엑셀 작업을 하는데 자꾸 오류가 난다며 좀 도와 달라는 거였어요.


"잠시만요 과장님, 하던 것만 마무리하고 갈게요."

"선배가 부르는데 당장 안 와!"


과장님을 도와주고 자리로 돌아온 여사원은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서열을 우선시하고 권위를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회사는 군대 같은 곳'이라는 느낌을 잊을 만하면 자꾸 상기시키곤 하죠.


지나치게 권위적인 사람들을 대하면서 '그래, 오래 다닌 벼슬이다'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 후배에게 들키지 말아야 할 속마음이 숨어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장 진급을 앞두고 한 협력업체 팀장과 진급에 대한 고민을 나눈 적 있습니다. 그는 빨리 올라가 봐야 좋을 것 하나 없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팀장이 되고 나니 팀원들이 부담스럽고, 아랫사람들에게 능력 없는 사람으로 비칠까 봐 걱정돼 어깨에 더욱 힘을 주고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했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었어요.


처음에는 '아랫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권위만 강조한다'는 말이 참 의아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은 잘하지만 유난히 조직관리에는 재능이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가장 쉬운 어깨 뽕 장착 방법을 택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죠.


그 팀장의 이야기를 들으니 무조건 화부터 내던 몇몇 상사가 오버랩이 되더군요. 그렇다고 '상사의 심경을 헤아리고 이해하라'는 말은 아니에요. '이런 속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라는 걸 가끔은 떠올리라는 것입니다.


상사의 강인함에 무조건 반감을 드러내기보다는 이면의 연약한 속마음을 헤아리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기회로 삼아 상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본인 업무에 대해 팀장이 잘 모르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때 대놓고 "아시죠?"라는 말보다는 "이런 게 있더라고요"라는 말로 자연스럽게 설명하면서 알려주는 거죠. "아니 나 모르는데?"라고 쿨하게 말하는 상사도 있지만, 후배보다 못한 엑셀 실력에 자존심 상해하는 선배도 많으니까요.


조직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상사라면 의미 없는 한숨만 내뱉지 말고 자주 대화를 요청하세요. 신입 사원은 상사와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게 중요해요. 최근 면담 중에 팀장님이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 팀 애들이 자주 찾아와서 대화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 팀장을 이용해야 얻어 가는 것도 많은데."


재미있는 건 아무리 무서운 팀장이라도 일대일 상황에서는 상당히 부드러워진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통해 직장생활 꿀팁이나 회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상사를 자주 애용하면서 배우려는 태도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세요. '신입'이라는 기회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세월이 흐른 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후배를 대하다 보면 '내가 참 부족하구나'라고 느끼는 때가 올 것입니다. 지금까지 십여 명 넘는 유능한 팀장을 거쳤습니다. 회사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는 상사도 꽤 있었죠. 그런데 그들도 가끔은 나약한 이야기를 꺼낼 때가 있었어요.


이제 와서 생각하니 '너희들이 나를 좀 더 도와줬으면 좋겠다. 알았지?'라는 무언의 SOS가 아니었나 싶네요. 상사나 선배가 부족한 면을 보이거나 먼저 도움을 요청하면 후배들은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니까요.


자신의 속마음을 잘 헤아려준 부하 직원을 상사는 잘 잊지 않아요. 일 잘하는 후배, 인성 좋은 후배라고 머리에 각인하고, 함께 일할 기회가 생기거나 좋은 자리에 누군가를 추천해야 할 때마다 떠올릴 것입니다.


선배들이 이끌어온 시대를 앞으로는 여러분이 이어받아 달려야 합니다. 아직 서툰 여러분에게는 선배의 노련미가 필요할 것이고, 낡아가는 선배들에게는 여러분의 미래지향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입니다. 후배가 선배에게 반감보다 호감을 먼저 보이면 선배는 권위보다 이해와 관심을 드러낼 것입니다. 세대 간에 서로 상생하는 현명한 방법 아닐까요.


선배 마음 움직이는 작은 센스


사원 시절, 팀장은 하늘처럼 높은 존재라고 생각했고, 과장과 차장은 업무 능력에서부터 문제 해결 능력, 대인관계 능력까지 상당 부분 통달한 사람이라고 여겼습니다. 제가 전전긍긍하는 일도 마법처럼 해결하는 사람.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팀장보다 먼저 과장에게 달려가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과장이 되니 경력과 연차와 더불어 대처 능력이 쌓이고 인간관계는 자연스럽게 넓어졌는데, 업무 실력에 대해서는 스스로 갸우뚱하게 되더라고요. 슬슬 자리에 대한 부담감도 생기고요. 이런 고민은 후배들을 신경 쓰면서 조금씩 커진 것 같습니다. 선배니까 더 많이 알고, 더 능력 있고, 당연히 일도 더 잘해야 하고…. 스스로를 구속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분명 10여 년 넘는 세월로 다져진 나만의 강점이 있는데도, 부족한 면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후배들에게 더욱 완벽하고 정확한 가이드를 제시해야 하고, 일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좀 더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에서 비롯된 거죠.


그래서인지 가끔은 그런 제 마음을 후배가 조금만이라도 헤아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럼 내가 쌓은 실력을 십분 발휘해 더욱 확실하게 도와줄 수 있을 텐데 하고 말이죠.


입사 시기가 6년 차이 나는 후배와 일한 적이 있는데, 깜짝깜짝 놀랄 때가 참 많았습니다. 시키지 않아도 미리미리 일도 꼼꼼하게 참 잘했거든요. 제가 그 시기에 하지 못했던 일을 쉽게 쳐내는 모습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후배의 탁월한 능력 덕에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었죠. 후배를 더욱 열심히 도왔고, 어려워하는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발이 척척 맞았습니다.


이처럼 선후배 간 꿀케미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서로 훌륭한 조력자라고 느끼면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일할 수 있거든요. 시너지효과가 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만약 선배가 업무에 조금 미흡하고 부족한 거 같아 실망스럽게 느껴져도 뒷담화를 너무 자주 즐기지는 마세요. 여러분보다 앞선 경험에서 우러나는 강점도 분명 있고, 배울 점도 있습니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는 말이 있어요. <논어>의 술이편(述而篇)에 나오는 말로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좋은 것은 본받고 나쁜 것은 살펴 스스로 고쳐야 한다. 좋은 것은 좇고 나쁜 것은 고치니 좋은 것도 나의 스승이 될 수 있고, 나쁜 것도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세 명은 나, 나보다 나은 사람, 나보다 못난 사람을 말합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분명 못난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모든 상황을 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음으로 너그럽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배울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나중에 여러분의 후배가 닮고 싶은 '좋은 기운을 품은 선배'가 될 수 있어요.


선배를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곁에서 적극적으로 보좌해 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팁 한 가지. 선배의 부족한 부분보다는 아주 가끔이라도 선배의 강점을 부각해서 칭찬하고 응원해 주기 바랍니다. 선배나 상사는 겉모습은 강철 같아 보여도 속은 매우 연약한 부류입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욕먹을 일은 늘고 칭찬받을 일은 점점 줄어듭니다. 그 때문에 작은 칭찬이나 응원에도 감동할밖에요.


앞서 말한 후배는 선배들 칭찬도 참 잘했습니다. 한 번은 회사의 큰 행사를 맡았는데 사람은 없고, 일이 너무 많아서 짜증 나고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자잘한 일은 후배가 도왔는데, 제 업무 비중만 너무 과도한 거 같아서 좀 못마땅했습니다. 혼자만 고생하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일이 잘 마무리되었을 시점에 후배가 말했습니다.


"과장님이 알아서 다 해주셔서 이번 프로젝트가 무사히 끝났네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 말 한마디가 가슴에 따듯하게 남았습니다. 상사에게도 수고했다는 말을 종종 듣지만, 기분이 남달랐어요. 선배니까 일을 더 많이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노고를 알아준다는 게 참 기분 좋았습니다.


대리 시절에 거래처에 문제가 생겨서 며칠간 뜨거운 여름날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외부에서 뛰어다닌 적이 있어요. 사무실에 있던 후배에게서 '선배님 힘내세요!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와 함께 아이스커피 쿠폰이 날아왔어요. 상황과 결과만 궁금해하는 상사의 문자와 대비를 이루며, 작은 응원이 큰 힘을 주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은근슬쩍 선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어요. 예를 들어 일은 대충 하면서 대인관계만 좋은 선배도 있잖아요. 이런 선배에게는 "선배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거 같아요. 완전 마당발. 인간관계가 너무 좋아요"라는 칭찬을 던지면 좋습니다. 타 부서와 협업할 때 실제로 도움이 되기도 하거든요. 인맥의 힘이죠.


흔히 칭찬을 '귀로 먹는 보약'이라고 합니다. 선배나 상사의 존재감을 한껏 부각할 수 있는 칭찬을 찾아내서 적시적기에 센스 있게 활용하면 보약을 듬뿍 먹은 선배가 힘을 내서 여러분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아군이 되어줄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사람이고, 남을 칭찬하는 사람이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입니다. 부족한 선배라도 반면교사 삼아 배우고, 단 하나의 강점이라도 찾아 칭찬하고, 누군가를 무시하는 감정을 섣불리 드러내지 않는 현명한 후배가 되기 바랍니다.




<핵심 요약>


선배와의 상생 방법, 각자무치角者無齒


'한 사람이 모든 복을 받거나 재주를 갖추기는 어렵다' 선후배가 서로의 재능과 강점을 살려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각자무치'는 삶의 지혜이자 직장생활의 지혜다.


하나,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을 익히자. 상사의 잘못된 결정에 반대 의견을 말할 때는 "혹시 이게 아닐까요? 제가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등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방법이다.


둘, 선후배 간 업무 공유는 필수. 한 팀에서 공동의 목표 아래 일하고 있다면 최소한 선후배 간에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한 명이 부재중일 때 성질 급한 상사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다.


셋, 반감보다는 호감을. 손쉽게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신입'이라는 기회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못마땅한 상사나 선배에게 반감을 드러내기보다 연약한 속마음을 먼저 헤아려 호감을 가지고 다가가보자. 단연 눈에 띄는 후배가 될 것이다.


넷, 선배 마음을 움직이자. 선배를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보좌하면서 적시적기에 선배의 강점을 칭찬하자. 이 같은 과정으로 만들어진 선후배 간 꿀케미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뿐 아니라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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