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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Nov 19. 2024

직장인에게 '개인주의' 지향을 추천합니다

드라마 <블랙독>이 전하는 직장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


여러분은 습관적으로 배려하는 동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배려의 아이콘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관리자가 돼 저와 비슷한 팀원을 보면서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나 겁나 이용당했구나!’라는 사실을요.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솔선수범해 떠맡는 팀원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고마웠지만,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A 과장, △△ 업무 맡는다고 했어요? 지금 맡은 일도 버거워 보이는데, 무조건 '네, 네'하면서 다 떠안지 마세요."


A 과장을 배려해서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과부하로 팀 업무에 지장이 생길까 봐 한 조언입니다. 다른 동료들이 하기 싫은 업무를 자연스럽게 '네, 네'하는 직원에게 떠넘기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하니까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의도와 다르게 변해가는 상황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배려가 독으로 돌아오고, 잘못된 습관이 나의 가치를 야금야금 깎아내리기도 하죠. 


갑작스러운 임원의 업무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우유부단한 팀장은 "누가 할래?"라는 말을 허공에 던졌습니다. 묵묵부답. 조용한 사무실이 더 적막해졌죠. 배려의 아이콘 B 대리가 나섰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오후에 보고하기로 했습니다. B 대리는 기존에 하던 급한 일부터 처리하느라 다음 날 팀장과 약속한 시각까지 자료를 다 찾지 못했습니다. 팀장은 "애초부터 나서질 말던가! 시간도 없는데! 못한다고 했으면 다른 사람한테 시켰잖아"라며 격노했습니다.


조직 내 간혹 업무분장이 되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어느 조직에서든 사람들은 선뜻 나서기를 꺼립니다. 하지만 어느 조직에서든 정의의 사도 비슷한 배려의 아이콘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불편한 분위기를 참지 못해 '제가 하겠습니다'를 선창하는 사람. 과연 이러한 사람을 두고 팀원들은 수호천사라고만 여길까요?


배려가 계속되면 사람들은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상사와 팀 그리고 회사를 위해 시작한 배려가 점점 당연한 일이 되는 경우가 생기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본인만 고생하고 그 노고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B대리도 처음부터 나서지 않고 적막한 순간만 넘겼다면 괜한 욕을 먹지 않았겠죠. 좋은 의도로 나섰다 일은 쌓이고, 야근하고 팀원들 앞에서 괜한 망신만 당했습니다.


직장에서 '개인주의'를 추천합니다


"그런 말 들어봤어? '가득 찬 컵에서 흘러내린 물로 베풀어라' 그러니까 자기부터 좀 챙기고 남은 여유로 베풀어도 돼...."


드라마 <블랙독>에 나오는 명대사입니다. 수많은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며 힘들어하는 기간제 교사 고하늘(서현진)에게 정교사 배명수(이창훈)가 불필요한 고민을 얼른 마무리하고 자신에게 절실한 정교사 준비에 몰두하라며 건넨 말입니다.


매우 현실적이라 더욱 깊게 와닿는 장면이었습니다. 여유가 흘러넘치는 직장인이 있을까요. 직장인은 나부터 챙길 줄 알아야 경쟁 사회에서 오래 생존할 수 있습니다. 조직 생활을 20여 년 하면서 깨달은 바입니다.


6개월 동안 팀장의 의무 교육이었던 사내 어학 사이트 교육을 대신 수강하고 온라인 시험까지 대신 봤습니다. 바쁜 상사에 대한 배려로 시작했지만, 수시로 부탁하는 팀장 때문에 저녁 약속까지 취소하고 강의를 듣고 시험을 본 적도 있습니다. 심지어 팀장이 시험을 봐 달라고 해 팀 회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적도 있죠. 


대리 시절의 뼈저린 경험입니다. 직장인은 본인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설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잘 구분해야 합니다. 선량한 마음으로 시작한 배려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될 괴로움과 스트레스를 떠안았습니다.


주니어 시절, 이 업무 맡을 사람?, 주말에 출근할 사람?, 산행할 때 촬영할 사람?, 출장 갈 사람? 등을 정할 때도 팀원들을 배려해 많이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그저 만만한 사람이 된 기분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내가 조금 손해 보는 게 맘 편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만 손해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나섰기 때문에 누구의 탓도 아닌 결국 저의 책임이었습니다. 


무조건 나 몰라라 회사 일을 방관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지, 안 해도 그만인 일인지, 분장이 공평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명확하게 판단하라는 것입니다. 수시로 나서서 잔무를 처리해 주면, 처음에는 배려의 아이콘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팀의 머슴쯤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막내라서', '아무도 나서지 않아서', '상황이 불편해서',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자질구레한 일을 짊어질 필요 없습니다. B 대리처럼 배려로 시작했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책임은 당사자에게 돌아갈 테니까요. 결단은 상사에게 맡기는 게 나를 지키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진정한 개인주의란 모든 개인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남을 배려하고, 동시에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굳건할 때, 건강하고 대등한 관계 맺기가 비로소 가능해진다."


책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에서 작가 쓰루미 와타루가 전하는 말입니다. '요즘 애들은 개인주의야!'라는 말에 담긴 뉘앙스는 제멋대로라는 의미가 강하지만, 진정한 개인주의는 타인과 자신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태도입니다. '개인주의' 직장인이 정글 같은 조직에서 자신을 지키는 시작 아닐까요. 


어설프게 착할 필요 없습니다


"'2대 6대 2 법칙'이라는 게 있다. 열 사람이 모이면 열 중 둘은 날 좋아하고, 여섯은 내게 관심 없고, 나머지 둘은 날 싫어하기 마련이라는 자연의 법칙. 하지만 이 법칙을 알면서도 난 여전히 뒤에서 오래도록 날 미워한 사람을 대가 없이 돕고 발 뻗고 잘 만큼 평안하지 못하다. 역시 난 참, 어설프게 착하다."


드라마 <블랙독>에서 주인공 고하늘이 자신을 자책하는 말입니다. 저는 지금도 마지막 두 명을 의식하며 지냅니다. 직장생활 20여 년을 앞두고 있는데 말이죠. 여전히 저 자신이 실망스럽고 답답합니다.


제가 주니어 시절, 자주 나섰던 이유 중 하나는 타인을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상사에게 동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사실 지금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습관입니다. 저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비슷한 조건으로 한날한시에 입사한 동기들의 가치, 시간이 지나면서 천차만별이 되기도 합니다. 능력과 운, 타이밍 등도 분명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내면의 가치를 잘 지켜내며 직장생활을 이어 나갔기 때문 아닐까요. 


"자신의 가치는 다른 어떤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미국 제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Anna Eleanor Roosevelt)의 말입니다. 직장에서 나를 균형감 있게 컨트롤하면서 나만의 가치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방법, 개인주의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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