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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Aug 10. 2024

다양성에 대한 고찰

AI 캠프에 다녀왔다 (1)

1. 이분법적 사고의 함정


세상은 이분법적 사고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두 개의 반대되는 속성이 있을 때 어느 한쪽이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누려는 관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내향적인 성격과 외향적인 성격 중 외향적인 성격이 더 좋다든지, 감성보다 이성을 우선시하는 것이 더 똑똑하다는 것이라든지, 작은 디테일을 보는 것보다 숲을 보는 것이 중요하든지. 이러한 무의식적인 '더 나은 것'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두 가지 간과되는 것이 있다.


첫째, '좋고 나쁨'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상황이나 영역에 따라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있을 뿐이다. 내향적인 성격은 깊이 있는 성찰을 가능하게 하고, 감성적인 사람은 사람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 작은 디테일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비전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로 일을 실행할 때 필요한 작은 단계들을 설계한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관리을 하는 사람이 큰 그림만 보려고 하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는 작은 디테일을 능력이 더 중요하다. 반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상황에서 작은 디테일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시작을 할 수가 없다. 이 상황애서는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둘째, 이러한 특성들은 하나의 스펙트럼이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조금 더 강하게 발현될 뿐이지, 모든 사람은 양쪽의 특성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자아 성찰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없는가? 아니다. 늘 밝아보이기만 하는 외향적인 사람들도 자신만의 고민과 성찰을 하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했다. 세상을 두 개로 나누고 어느 한쪽이 더 낫고 늘 옳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


영월 삼돌이 마을에서 진행된 하이노마드 AI 인사이트 캠프

2. 주체적인 삶의 다양한 형태


최근에는 '주체적인 삶'이 화두이다. 회사를 다니며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삶이 '수동적'이며, 능동적으로 자기를 팔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느낌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전제는 완전히 잘못됐다. 회사를 다닌다고 해서 수동적인 사람이 아니다. 주체적인 삶이란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이에 따라 내 삶의 방향과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회사에서 맡은 일이 너무 잘 맞고, 동료들도 좋으며, 미래의 계획과 맞아떨어진다면 이는 내가 원해서 스스로 내린 선택이기에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 생각은 최근 다녀온 하이노마드 AI 인사이트 캠프에서 나눈 대화에서 비롯되었다. 커리어의 시작을 스타트업의 인턴으로 시작하다 보니, 주변에 늘 큰 그림을 그리는 창업가,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노마드, 최신 트렌드를 활용하는 개발자들과 같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왔다.


이번에 참여한 AI 인사이트 캠프에는 이런 행사에서 만나보기 힘든 회사원들과 사회복지사 분들을 만나보고 대화 나눌 수 있었다. 오랜 기간 한 분야에서 묵묵히 커리어를 쌓아온 분들을 만나며 잊고 있던 다른 중요한 가치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분들의 전문성과 특유의 차분함, 신뢰를 주는 말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꼭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만이 주체적인 삶이 아니라, 회사를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고 내 삶에 행복하다면, 이 또한 주체적인 삶이라고 생각한다. 주체성의 핵심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인가'에 있다.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가슴 뛴다


3. 다양성과 균형의 중요성


사람들은 모두 다른 특성을 타고 났다. 나는 새로운 것을 찾고 모험하는 것을 즐기는 타입이다. 그래서 넓게 걸쳐서 조금씩 많이 안다. 하지만 세상에는 묵묵히 하나의 길을 차분히 파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하나의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 사람들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고백하건데, 한창 미국을 다녀왔을 때, 이전에는 나와 같은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만 만나고 싶었고, 그게 좋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 분야에서 묵묵히 커리어를 쌓아온 분들을 만나면 잊고 있던 다른 중요한 가치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또한, 그들이 나로서는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을 보며 부럽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때로는 걸으면서 땅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하나의 장치가 된다.


최근 우리 회사에서 진행한 인턴 채용 과정에서 느낀 점도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다. 난생 처음 채용이라는 과정을 직접 진행해보면서 '자리'에 사람을 맞추는 기존 채용 방식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강점이 있는데, 내가 가진 강점이 아닌데도 정해진 포지션에 맞춰 이야기 하려고 한다는 것에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타고난 특성이 다른데, 잠시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원하는대로 이야기한다고 해서 고유의 특성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을 뽑더라도 이 사람이 최고의 능률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배치한다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이 생각을 계기로, 팀빌딩을 할 때 하드 스킬보다도 소프트 스킬을 중심으로 우리 팀 문화에 더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고민하게 되었다. 현재, 내가 재직 중인 미국 회사를시작으로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연결해주고 싶다. 이때, 사람을 자리에 맞추기보다 자리를 사람에 맞출 수 있는 방법을 더 고려해보고자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장점을 봐주고,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개개인을 최적의 장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만 하고, 꿈꾸기만 좋아한다면 이것을 실제로 이루고 실현시킬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모두가 한 곳에만 집중하여 하나의 프로세스만 고집한다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이 나오지 못하여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사회가 잘 작동하기 위에서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갖춘 사람들이 가장 잘 맞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가장 빛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하나의 이상을 정해놓고 획일화된 목표로 향하려는 관성을 버리고 비교를 그만 둘 때, 사회의 행복의 총량이 커질 것이라고 믿는다.



➡️ AI 캠프에 다녀왔다 2편: 미국 컨퍼런스 기획자의 AI 실무 활용법 3가지

➡️ 사진출처: 사실은대단한제작소 이민정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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