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빼먹고 발리 2주 살기
나는 사실 엄청 게으른데 또 꿈은 원대하다. 그야말로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끝없는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한데, 예전에 매일경제에서 발행하는 이메일 서큘러인 <미라클레터> 중 어떤 글이 아주 인상깊어 공유해 본다. (원문은 하단에.)
일단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말은 네 가지다.
1. 한 80까지 산다고 하면 인생 다 해봤자 4000주 밖에 안된다. 이제 한 2000주 남음 ㅋ
2. To-do리스트를 체크할 생각 말고 줄여봐라.
3. Fear of Missing out 이 아닌 Joy of Missing out을 느껴봐라.
4. 조건부적인 삶은 옳지 않다. 소중한 일을 미루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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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는 정말 짧은데. 내 인생 다 해봤자 남은 주 수가 2000여 주 뿐이라고? 월화수목금토일 2000번 하고 나면 이제 안녕,이라니..! 몇 년 관점이 아니라 몇 주 관점에서 보니 또 느낌이 새롭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만 같은 한 주였지만 조금씩은 발전이 있었길, 그리고 앞으로도 있기를.
리스트 만들기를 좋아하는 1인으로서, 지금도 구글 킵스에는 온갖 리스트들이 많이 포스팅 되어있다. 워렌버핏이 25개의 목표가 있으면 그중 20개는 줄이고 나머지에만 집중하라고 했으니, 나도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 이건 즉 우선순위를 정해서 진짜 중요한 것에만 일단 집중하라는 거겠지?
또한 남들 다 그렇게 하니깐 나도 하면서 살아왔는데 -어느 한국인이 또 그렇지 않겠는가 - 꼭 그럴 필요도 없지 싶다. 남들 공부하니 나도 하고 대학가니 가고 취업하니 하고 결혼하니 하고 그리고 애도 다들 낳으니깐 낳고. 물론 나의 인생 여정에 내 결정으로 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한 고집 하는 성격 ㅎㅎ) 돌이켜보면 그 결정사항들도 어쩌면 사회적인 압박이 무의식에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촌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라면 놓쳐도 괜찮고 그 시간에 내가 정말로 원하고 미뤄놓고만 있었던 일들을 하는 것이 더 소중하다. 그것이 Joy of Missing Out의 묘미다. 당장 회사에 쌓인 일을 다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조금 내려 놓은 채, 미루기만 했던 아이와의 오붓한 데이트, 가족여행, 엄마랑 점심먹기 등을 하나씩 해봐야겠다.
발리2주살기를 결정하다
우리 회사는 외국계이다보니 휴가에 자유로운 편이지만 나름대로 바쁜 시즌에는 조금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아니, 외국인 보스는 아무 생각 없는데 괜히 내가 한국인 종특 발현해서 스스로 눈치 보는 걸수도.. 아무튼 큰 프로젝트가 있는 달에 용기내어 2주 휴가 신청을 했다. 아이와 발리 2주 살기를 하고 싱가폴에서 며칠 머무를 예정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한번 쯤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인데, 남편과도 해외에서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되겠다 싶다.
기승전 발리가 되었는데, 요는 짧은 인생 하고 싶은 일 하고 살자! 이거다. :)
학원, 유치원 빼먹는 비용이나 놓치게 될 진도 생각하면 속쓰리지만 또 언제 해보겠가! Joy of Missing out 이라고 생각하고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놓치게 되는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아야지.
미라클레터 글은 한번쯤 다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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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라클 레터 중에서
https://www.mk.co.kr/mirakleai/newsletter
우리는 정말 분주한 삶을 보냅니다. 제때 업무를 마치기 위해, 끝없는 학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또는 받은 이메일에 일일이 답장을 보내기 위해, 자녀를 등교시키기 위해 없는 시간마저 쪼개 쓰고 또 쪼개 씁니다. 분주하게 보내지 않으면 시간을 허투루 보냈다는 불안감이 어느새 엄습해 옵니다.
저 역시 방 곳곳에 메모장을 붙이고 할 일 목록(To do list)를 작성하고, 끝낸 일을 볼펜으로 쓱쓱 그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하지만 그래도 늘 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문뜩. 이런 생각이 밀려옵니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이지?” 얼마 전 올리버 버크먼이 쓴 Four Thousand Weeks라는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늘 시간을 통제하려고 하지만, 시간은 결코 잡을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76세까지 산다고 한다면, 한 평생 주어진 시간은 고작 4000주에 그친다고 합니다. 100세까지 산다고 하더라도 고작 5357주입니다. 저한테는 남은 시간이 2000주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여러분께 다소 무거운 주제로, 인사드린 이유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올리버 버크먼이 쓴 4000주 영원히 살 수 없는 우리 모두를 위한 시간 관리법 (21세기북스 펴냄)과 구글 디렉터인 로이스 김이 쓴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웅진지식하우스 펴냄)를 읽으면서 분석하고 느낀 점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미라클러님 모두들 오늘은 정말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시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할 일을 당장 포기해라!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는 팁
오늘 할 일을 어떻게 포기할까?
올리버 버크먼은 영국 가디언지 기자 출신으로 삶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칼럼리스트인데요. 그 중 시간에 대한 생각들을 모은 칼럼을 책으로 펴냈는데, 바로 4000주입니다. 작년에 출간됐는데 한국에선 올해 번역돼 나왔네요.
옛 소련의 담대한 효율성 실험
옛 소련은 효율적 생산을 위해 대규모 사회 실험을 했습니다. 미국내 과학적 관리법으로 유명한 윈즐로 테일러에 영감을 얻어, ‘과학 경영’을 도입한 것인데요. 스탈린의 수석 경제학자인 유리 라린은 1929년 공장들을 1년 내내 쉬지 않고 매일 가동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웁니다. 1주일을 주7일에서 주5일로 바꾸고, 매주 하루를 노동자에게 휴식을 부여했습니다. 나라 전체가 5개 조로 돌아가면서 쉬는 방식이었습니다. 사회시설의 혼잡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니 일석이조라는 판단. 하지만 사회가 엉망이 되면서 1940년 폐지됩니다. 부부와 자녀들이 같은 날 앉아 휴식을 즐기는 것이 불가능했으니까요.
이메일? 빨리 답하면 더 많이 온다!
직장인이라면 이런 경험을 많이 하실 건데요. 이메일에 빠르게 회신하면 더 많은 이메일을 받으시는 놀라운 경험 말입니다. 이는 이메일을 보낸 사람이 처음 답장을 보낸 사람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효율성의 함정 efficiency trap이자, 골대 이동 효과*goalpost-shift effect라고도 합니다
*골대 이동 효과: 2009년 덴마크의 한 골키퍼가 상대방 보다 유리하고자 골대를 남몰래 이동시킨 것에 유래한 것으로, 목표가 끝없이 변경돼 열심히 뛰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공평해지는 것을 뜻합니다.
나 자신을 속이지 말라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아 이번 주만 끝나면 월급이 들어와” “아 이 발표만 하면 휴가를 갈 수 있어” “아 이 프로젝트만 끝나면 승진도 가능해” “아이를 등교시키고 커피한잔을 해야지”... 하지만 그 사이 우리에게 남은 4000주는 점점 줄어듭니다. 특정 결과에 대해 보상을 기대하며 삶을 보내는 것을 ‘도구주의적 삶’이라고 하는데,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이를 ‘퇴락’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중요할 필요도 없는 분주함으로 다가오는 죽음을 외면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일침입니다.
남들은 이제 그만 잊어라
포모 FOMO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fear of missing out의 줄인 말인데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에 못 끼면, 극심한 고립감을 느끼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사야해. 남들이 여행을 가니 나도 가야해. 남들이 자녀들을 좋은 학원에 보내니 우리 아이도 보내야 해 등등. 1996년 마케팅 전략가인 댄 허먼이 정립한 용어입니다. 하지만 다른 삶도 있습니다. 바로 조모 JOMO가 있습니다. joy of missing out의 준말로 남들과 무관하게, 현재를 즐기고 순간에 집중하는 즐거움을 뜻합니다.
삶이란 움직이는 골대에 골을 넣는 것 (tenor)
나를 만날 시간을 확보해라
나에게 주어진 4000주를 어떻게 가치 있게 보내느냐는 결국 선택의 문제로 모아집니다. 즉 주어진 선택지에 있어서 무엇을 어떻게 집중해 선택하는 문제인 것인데요. 버크먼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에게 먼저 투자해라:
남들을 만나는 것처럼 나를 만나는 시간을 만드세요. 열심히 일하고 자녀를 잘 키우고 어느 먼 미래에... 나만의 오롯한 시간이 찾아온다는 보장은 절대 없습니다. 오늘의 일정표에도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적어보세요.
할 일을 제한해라: 많은 분들이 다양한 할 일 목록을 펼쳐놓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포기도 않은 채 미루고 미루는 습관이 있습니다. 미루는 것이 포기하는 것 보다 못합니다. 딱 세 가지 일만 선택해서 그 중 하나를 끝까지 끝낼 때까지 다른 일을 하지 마세요.
버핏이 부자가 된 진짜 이유
버크먼은 세계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의 우화를 하나 들려주는데요. 83조원을 보유한 거부 워런 버핏이 비행기 조종사로부터 뜬 금 없는 한 가지 질문을 받게 됩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셔서 부자가 되셨나요?’
‘인생에 있어 가장 원하고 희망하는 것 25개를 먼저 정해보세요‘
‘25개를 동시에 바로 실천하면 되나요?’
‘절대 아닙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20개를 당장 버리세요!’
사실 이 우화는 진짜 워런 버핏이 이렇게 말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중간 우선순위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이 성공의 길이었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생이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늘 인식하는 자세입니다. 이를 위해 수많은 하고 싶었던 일들마저 용감하게 잘라낼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인간은 주어진 일들을 모두 다 처리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에너지를 쏟는 일을 매우 잘 선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는 팁
버크먼은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만끽하고 살기 위한 방법으로 몇 가지 팁을 제시하는데요. 내용을 압축해 드리면 이렇습니다.
할 일 목록을 두 개로 만들어라
목록을 ‘열린’목록, ‘닫힌’목록으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쭉 나열한 ‘열린’목록을 적은 뒤, 이중에 중요한 딱 10개만 ‘닫힌’목록에 넣는 것입니다. 할 일은 닫힌 목록에 있는 것들입니다.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딱 10개가 됩니다. ‘닫힌’목록에서 한 개를 해치운 뒤에야 다시 열린 목록에서 한 개를 ‘닫힌’목록으로 이동시킵니다.
업무 시간을 미리 정해두자
업무를 할 시간을 미리 정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정한 일을 어떻게 해서든지 2시~6시에 끝내겠다고 결심을 하면 그 시간에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완료한 일은 다시 메모하기
끝낸 일을 다시 적는 이유는 일종의 보상과 같습니다. 성취한 일들을 적다보면 하루를 얼마나 건설적으로 보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스스로 “나는 오늘은 잘 했어”하는 응원의 메시지입니다.
스마트폰을 흑백으로 바꾸기
저한테도 다소 어려운 일이지만 저자는 소셜미디어 삭제, 스마트폰의 흑백 모드로 전환을 추천합니다. 화면을 흑백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스스로 스마트폰을 잘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고 합니다.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기
무엇인가 새로운 일,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은 좋은 방법인데요. 자녀가 있거나, 직업이 있거나, 학교에 가야한다면 사실 새로움을 찾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출근길로 가본다든지, 길가의 꽃과 새를 관찰하고,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 하루가 충만해 질 수 있습니다.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기
시간을 잘 쓰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참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주변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거나 사물(ex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는 방법만으로도 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