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학원 가방
동네 스벅에 앉아 책을 읽는데 옆 자리의 대화가 내 귀를 자꾸 간지럽힌다. 슬쩍 보니 멋지게 세팅된 머리를 한 두 엄마다. 벌써 몇시간 째 아이들 이야기인지. 과하지 않은 꾸안꾸 패션으로 청바지에 디오르 스니커즈를 멋스럽게 소화한 그녀들은 테이블 위에 커피 한잔과 명품 미니백을 무심하게 올려놓고 대화 삼매경에 빠져있다.
언니, 우리 애는 구몬을 그렇게 싫어하는데 연산은 그냥 소마셈 해야하나?
연산학원 보내는 집도 있던데 그런건 좀 오바같기도 해. 아직은 집에서 봐주는 게 베스트야.
듣고 싶지 않은데 자꾸 귀에 꽃힌다. 내가 관심있는 주제라서 그런가? 그녀들은 꼬박 두 시간을 교육얘기만 하다가 자리를 떴다.
우리 동네에는 그런 말이 있다. 아무리 명품의 할아버지를 메고 다녀도 엄마들끼리 곁눈질 하며 스캔하는 것은 아이의 학원가방이라고. 무슨 학원 다니는지 무슨 레벨인지가 암암리에 명품백보다 더 관심인 것 같다. 같은 계열 학원이라도 높은 레벨이면 가방도 다르니깐 그럴 수 밖에 없겠지. 그냥 같은 학원 다니더라도 어째 무슨 레벨 반인지 서로 다 알게될 수 밖에 없더라.
그런데 오늘 나도 가방 스캔을 당했다! 아이 학원에 데려다주는데 저 멀리서 누가 우리를 향해 인사를 하는거다. 자세히 보니 옛날 같은 반 친구 엄마네! 가끔 만났던 사이인데 반도 달라지고 해서 잘 만나지 못했던 사이인데, 안부 인사 하다가 손에 들고 있는 가방을 스캔당했다. ㅋㅋ 원래도 교육열이 센 엄마긴 한데 친하다(?)는 명목으로 서스럼없이 SR 몇 나오느냐 입테 결과 어떠냐 등등 돌직구를 잘 날리는 화끈한 스타일이라 새롭지는 않았지만 재미있었다. 아 가방스캔이 이런거구나!ㅋㅋㅋ
학원 가방 주렁주렁 들고 다니는 애들 보면 참 안쓰러웠는데 내가 그 짝이 났다. 학원 다이어트 좀 하고 싶어서 아이에게 물어보니 다 절대 못 끊는다고 반대하니깐 어쩔 수가 없네. 엄마는 학원 다니지 말자는데 애가 가야한다고 하는 이 이상한 시츄에이션...
일단 더 늘리진 말아야겠다. 집에 있는 학원 가방만 해도 충분해. 더 늘리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