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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Sep 15. 2023

맹수가 된 빵기

바람 잘 날 없는 빵기네

우리 빵기 태어난지 120일차.


난 빵기를 공주처럼 키우고 싶었다. 그런데 빵기가 며칠 전부터 자기가 맹수인 것처럼 이빨로 내 손과 발을 꽉! 있는 힘껏 깨물어서 상처를 냈다. 또, 마치 박쥐가 된냥 대자로 뛰어다니고 난리를 친다.


유튜브에 검색해보니 그럴 때는 짧고 명확하게 "안 돼!" 또는 "씁!"이라고 경고를 한 후 자리를 20분 정도 비우고 무관심으로 대응하여 고양이에게 네가 깨물어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음을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그대로 여러 번 시도해 보았으나 빵기 훈육에 실패했다.


두번째 방법, 눈눈이이! 역시 빵기를 깨물어서 깨물면 상대가 아프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이 방법은 좀 꺼림칙 하긴 했지만 그래도 깨무는 버릇을 고칠 수만 있다면...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빵기를 잡고 깨물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빵기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나는 아기고양이와의 격투에서 지고 말았다. 심지어 빵기는 발톱을 세우며 내 몸을 사정없이 할퀴어 버렸다. 양팔이 물린 상처로 따가운데 발톱에 긁히기까지 하다니...빵기 녀석...

마상(마음의 상처)까지 추가로 입은 나는 출근을 하며 빵기에게 말했다.

"빵기야, 니가 내 미버하니까 언니야는 가께. 찾지마라잉. 알겠쩨잉."


장난감을 추가 주문하고 어제도, 오늘도 빵기랑 최선을 다해 놀아주었건만, 양쪽 손발을 악! 소리가 나오게 꽉! 물어버리는 냉혈한 빵기...

출근 준비를 하며 빵기에게 말했다.

"빵기야."

있는 힘껏 날 깨물 땐 언제고 사랑스럽고 새침한 표정으로 빵기가 날 올려다 봤다.

"빵기야, 사랑해."

"빵기야. 사랑해, 사랑해. 빵기야."

왠지 빵기 녀석이 온순해진 느낌이  건 내 착각일까?


빵기가 날 깨물지 않을 때까지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난 그동안마저 빵기를 계속 사랑할거다.

쪼꼬만 4개월짜리 꼬맹이 고양이한테도 쫄고 마담 작은 언니지만 그래도 빵기를 지켜줄거다.


한때는 아프고 골골거리기도 했던 빵기가 최근 들어 키가 커서 길쭉해지고 토실토실 살도 쪘다.

전에 먹이던 사료보다 두 배 비싼 것으로 바꿔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비실비실한 모습보다는 배트순이가 되어 고담시티를 날아다니는 멋진 빵기가 훨씬 낫지.

우리는 주로 사냥놀이를 하니까, 빵기가 배트순이 역할을 맡는다면...언니는 악당 역할이구나...

빵기의 즐거운 사냥놀이를 위해서라면 언니는 얼마든지 조커가 되어 열연할 수 있어.


빵기야, 아프지만 마.

언니를 아프게 하지도 말고.

깨물기 그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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