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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Dec 27. 2024

빵기와의 거리

내 외로움을 빵기에게 옮긴 것 같다.

빵기가 깨무는 경우를 돌이켜 보니 내가 퇴근한 후에 피곤해서 사냥놀이를 제대로 해주지 않거나 함께 보내는 시간이 짧았을 때 그랬던 것 같다.


빵기가 태어난지 123일째니 얘는 가만히 있는 게 제일 괴로울, 꼬물꼬물 장난끼가 한창 가득할 때다. 신나게 뛰어놀며 거실을 마구 누비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혼자 경주를 할 수는 없으니 아무래도 그럴 때, 나한테 같이 놀자는 뜻으로 내 손발을 마구 깨무는 것 같다.


저질체력을 가진 나는 벌러덩 누워있을 때랑 빵기랑 같이 살을 맞대고 잠을 잘 때가 제일 행복한데 어쩌면 좋지...

한 수의사의 말에 따르면, 하루에 15분씩 4번, 즉 최소 1시간은 고양이와 놀아줘야 한다고 한다. 빵기는 아기고양이니까 더 활기가 넘쳐서 1시간 넘게 놀아줘야 할 것 같다.


그저께 집에 꼬마 손님들이 놀러와서 빵기랑 거의 3시간을 놀아줬는데 빵기가 아주 만족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역시 빵기는 어린이들과 노는 에너지 수준이 잘 맞는 것 같다. 손님들이 돌아간 후, 빵기는 나와 간만에 폭력 없는(?) 평화로운 저녁시간을 즐기며 가랑가랑 잠에 취해 골골송도 부르고 코코 꿀잠을 잤다.


어제는 일요일이라 내가 그간 너무 피곤했었는지 정말 비정상적으로 하루종일 잠만 잤다. 20시간은 잔 것 같다. 빵기가 괴롭히는 것도 받아줄 여유가 없이 피곤해서 안방문을 닫고 정신 없이 잠만 잤다. 나와보니 빵기가 문 앞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배트수니가 되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내 발을 깨물더니 나를 따라다니며 날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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