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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카노 Feb 05. 2020

일본에서 문화 충격 받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 5

일본에 꾀 오랜 시간을 살게 되었다. 5년 이상...

나름 일본의 문화나 예의범절에 익숙해져 이제 한국에 가면 오히려 어색해질 정도이지만, 처음 도쿄에 주재원으로 도착했던 그 때의 기억은 생생하다. 문화충격 받았던 일화들이 있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문화적 임계점 threshold/tolerance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80년대 생 나는 적어도 이랬다고 조심스레 끄적거려본다.


콘비니에 음란물 잡지?!


우리나라에도 많지만, 일본에는 정말 거리마다 편의점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편의점(콘비니)에서 꾀 많은 일(택배, 프린트/복사, ATM 등) 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일본에서는 말 그대로 삶에 없어서는 안되는 편의시설임이 분명하다. 다만 일본 콘비니에서 한가지 참 보기 힘든 장면이 있다면, 잡지코너에 꽂혀있는 음란물잡지들이다. 아무리 나라마다 성에 대한 개방성이 다르다 하긴 하지만, 아이들도 쉽게 오고 가고 하는 편의점에 그런 잡지들이 꽂혀있다니… 가끔 회사 남자 동료들과 편의점이라도 가게 되면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 혼자 너무 민망했었다. 나로서는 큰 문화충격이었다.


 충격적인 것은,  잡지들이 전시된  앞에서 버젓히  잡지들을 넘겨보고 있는 수많은 남성들. … 별로 다른 사람들의 눈은 인식하지 않는 듯 하다. 때로는 이런 잡지나 신문을 떡하니 펼쳐 놓고 지하철에 앉아 읽고 있는 아저씨들도 있다. 일부러 더 보라고 그러는건가? 개인적인 가치관의 차이도 있겠지만, 문화적으로 이러한 행동(?)들이 용납되는 이 나라가 처음에는 참 낯설게 느껴졌다.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처음 1년 간은 참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는…! 일본인 여성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그들도 불편하긴 하지만 뭐 어쩔수 없다는 반응…


칸막이 하나 쳐놓고 금연석 ? 흡연석?


두번째 충격이랄까, 당황했던 사건은 흡연문화이다. 아마도 세계의 선진국들 중 가장 흡연자의 권리(?)를 존중해주는 나라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비흡연자의 권리, 비흡연자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 존중해주는 것은 찬성이다. 우리나라의 대형체인 커피숍들처럼 흡연/금연실을 완전 별개의 공간으로 깨끗히 구분해 주기만 한다면 말이다!


신주쿠의 한 평범한 커피숍에 들어섰다. 점원이 아주 자연스럽게 금연석(禁煙席)? 흡연석(喫煙席)를 원하는지 묻는다. 금연석을 원한다고 해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옆자리의 아저씨가 담배를 막 피기 시작한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옆자리부터 안쪽은 흡연석이란다….. 음…? 파티션 한개를 사이에 두고 이쪽은 흡연, 저쪽은 금연이다. 에어컨 같은 연기를 빨아들이는 기계가 천장에 설치되어있는 곳을 기준으로…. 금연석의 기준이 애매했다.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 레스토랑에 가도 한쪽 구석은 흡연석이고 누가봐도 연기가 돌고 도는 이 쪽은 금연석이다. 도쿄 시내에 거의 역마다 하나씩 있다고 봐도 좋을 사이제리아 라는 패밀리레스토랑 체인도 그런 식이다. 2020올림픽을 앞에 두고, 크레딧카드와 흡연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주려고 현재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두고볼 일이다.


치마 입고 자전거 타는 언니들 


세번째 충격은 자전거. 교통비가 비싸기도 하고 길도 좁고 복잡한 도쿄에서, 자전거는 최고의 교통수단이다. 엄청나게 큰 자전거 주차장, 좁은 도로를 버스와 함께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자전거 등.. 자전거를 많이 볼수 있다. 여기서 내가 문화적으로 충격받았 던 것중에 하나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분들이다. 이들의 문화에서 자전거는 없어서는 안되는 교통수단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지만, 처음에 이 장면이 참 불편했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의 보수적인 생각들이 머리 속을 꽉 채웟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나도 치마를 입은 날 어쩔수 없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누군가는 나를 이해안되는 여자로 보고 있겠지..


아, 추가로 어린 아이들을 뒤에 태우고 달리는 엄마용자전거 (ママチャリ)자전거들도 문화충격이다. 물론 헬멧/벨트 등의 안전장치를 잘 하고 대부분 안전운전을 하지만, 어린 아기들을 앞뒤에 태우고 달리는 엄마들을 볼 때면 아찔아찔하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성인 두명이 자전거를 타는 것 (二人乗り)는 금지이지만, 엄마가 앞 뒤로 한명씩, 총 3명이 자전거를 타는 것은 합법이다!   남편이 나를 뒤에 태우고 로맨틱하게 동네를 달리다가 한번은 순찰관 아저씨에게 걸려 크게 꾸중을 들은 적 있었다. 저 아줌마는 애를 둘이나 태우고 가는 구만, 왜 우리는 안되나요... 억울했다.. ㅜㅜ



태어나서 이렇게 파칭코 많이 보기는 처음


또 다른 문화충격은 길거리에 즐비한 “파칭코이다. 일본 어딜 가든 역 주변을 중심으로 언제나 볼수 있는 것이 파칭코 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해진 지역을 제외하고는 불법이다 보니 자주 본적이 없어서 그런가, 나에게는 너무 불편한 장면 중에 하나 였다. 어느 날은 이른 아침 회의가 있어 아침 7시 반쯤 회사를 향했다. 회사근처 유명한 호텔 일층에 큰 파칭코가 하나 있는데, 그 곳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서있는것이 보였다. 파칭코에 새로운 기계가 들어오는 날이라고 한다!!!! 새로운 기계는 당첨(?) 확률이 높은가.. 아무튼 파칭코는 9시에 여는데 7시반인데도 줄 서있는 사람들을 볼수 있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선진국 일본의 미스테리이다. 거의 모든 주요 지하철역 주변에 피카번쩍한 파칭코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이니, 근면성실하고 질서 잘 지키기로 유명한 일본인들 중 누가 도대체 이렇게 파칭코를 다니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무언가를 잃어버릴  없는 나라 


마지막으로 충격은, 분실물을 대하는 자세이다. 일본에 물건을 잃어버리기는 쉽지가 않다. 왠만하면 잃어버리고 싶어도 자꾸 나에게 돌아온다 (?). 나의 첫번째 분실 경험은 한 영화관에서였다. 화장실에 갔다가 영화시간이 급한 나머지 신형(!) 아이폰을 두고 나왔다. 두고 온것을 알아채고 5분만에 다시 화장실에 돌아갔는데 자리에 없어서 절망하고 있던 찰나, 화장실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1층 관리실에 가보라고 했다. 설마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관리실에 가서 얘기를 하니, 아이폰 색깔 화면등을 설명해보란다. 모든 확인이 끝나자, 관리실에서는 나의 아이폰을 돌려주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두번째는 나의 가방을 지하철 선반 위에 두고 간적이 있다. 츄오센을 타고 지하철 위에 내 가방을 깜빡 잊고 내렸다. 한참 있다가 깨닫고 지하철 회사에 전화를 하니 분실물 센터로 연결이 되었다. 하루에 1-2번 종점에서 분실물을 쫙 수거한다고 하니 그때야 확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니면 같은 전차가 내가 있는 곳에서 가까운 역을 지나는 그 시간에 그 칸에 가면 찾을 수 있다며, 그 차가 언제 다시 오챠노미즈를 다시 통과하는지 확인을 해주었다!! 그때 마침 나는 어느 칸에서 내렸는지 대충 기억을 하고 있어서 바로 그 자리에 가서 기다렸다가 잃어버린 내 가방을 찾을 수 있었다. 몇시간 동안 지하철 종점까지 종횡무진 다녔던 내 가방을 아무도 가지고 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나의 동료는 회사 노트북을 야마노테센 (도쿄 도내의 주요 지역을 순환하는 노선, 우리나라 2호선 같은)에 두고 내린 적이 있었다. 내가 한 비슷한 방법으로 그녀 역시 노트북을 찾아올 수 있었다.


또 다른 케이스로는, 딸이 돌이 되기 전 손에 늘 조그만한 토토로 인형을 들고 다녔더랬다. 들고 다니다가 딸이 떨어뜨렸던 것 같은데, 나는 잃어버린지도 모른채 살았다. 그러던 중 며칠? 몆주?가 지났을까… 어느날 매일 지나다니던 길의 화단 위에 우리 딸래미의 토토로 인형이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어디서 많이 보던 물건인데….” 하는 마음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말 내 딸의 토토로다. 길에 떨어진 것을 누군가가 주어서 근처 화단에 잘 보이게 두었나보다. 마음이 참 따뜻해지더라. 그야말로 물건을 잃어버리기 참 힘든 좋은 나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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