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빛을 한껏 품은 글을 읽고
어떻게 하다 보니 농인 아티스트와의 인연이 제법 있었습니다. 2021년 삼성소리샘복지관에서 제안을 받아 청각장애 청년과 함께 '나도 작가되기'라는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2022년에는 청각장애 가톨릭 특수학교인 충주성심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의뢰했습니다. 청각장애 청년과 함께 '나도 작가되기' 과정을 선생님이 보고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판단하셨답니다.
올해 '나도 작가되기' 과정에 참여했던 청년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메일을 받았습니다. 농예술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고 농인 아티스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사회적 기업 핸드스피크에서 일하더군요.
"저희 에세이 팀은 12월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매달 1회씩 글을 꾸준히 작성하고 첨삭 받아왔었는데요. 혹시 저희가 쓴 글을 작가님께서도 한번 봐주실 수 있을까 하여 이렇게 연락드립니다. 작가님께서 이끌어주신 내용들이 지금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거든요. 핸드스피크 작가님께도 이런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요."
3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연락을 준 것도 감사한데, 농인 예비 작가와 함께 합평할 기회까지 줬습니다. 5명의 예비 작가의 글을 읽고 합평을 준비하며 청춘의 삶에 흠뻑 빠졌습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아서 하나가 넘치면 하나가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이들 예비 작가는 듣는 게 어렵지만, 우리가 느끼기 어려운 미세한 감정이 발달했어요. 이들의 글을 읽으며 섬세한 감성에 푹 빠졌습니다. 깔깔거리고 웃기도 했어요. 어쩜 이리도 구체적으로 묘사를 잘했을까요? 저보다 훨씬 글을 잘 쓰는 것 같아요. 12월에 이들의 멋진 에세이가 완성되길 기대합니다.
준비를 마치고, 핸드스피크의 블로그를 방문했습니다. 카카오같이가치에서 매달기부를 시작한다는 글을 봤습니다. 사회적 기업이라 기부도 많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소하지만 저도 기부를 신청했습니다. 여러분도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죠? 살다 보니 정말로 돌고 돌더라고요. 그 인연이 직접 연결되기도 하고 소개로 전해지기고 하더군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뭔가 대충 마무리해 버리고 덮어버리면 그게 결국 나중에 발목을 잡아요.
이번 주 드디어 합평 수업을 했습니다. 메일을 보낸 청년은 코로나 기간 줌으로만 만났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 같았고요. 다른 예비 작가들도 분명 처음 만났는데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얼굴로 다가왔습니다. 청춘의 빛을 한껏 품은 이들의 얼굴은 글만큼이나 반짝거렸습니다. 제 말이 너무 빨라 수어 통역하시는 분은 손이 날아다녔다고 말씀하셨어요. 중간에도 천천히 말하려 노력했는데 쉽지 않았네요.
합평 수업 내용을 녹음한다기에, 무심코 동의했는데 나중엔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알고 보니 녹음한 걸 타이핑해서 예비 작가들이 복습하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복습까지요? 아마 글 쓰는 데도 이런 진심을 듬뿍 담았을 겁니다. 합평 후에 시간이 남아 질문을 받았는데요.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글쓰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제목 짓는 법을 답하며 용기를 주려 노력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선선한 바람이 저를 반겼습니다. 예비 작가들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기를 기대합니다.
더 많은 농인 아티스트가 탄생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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