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합니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가네요. 2018년부터 시작한 10대 뉴스를 벌써 7번째 쓰게 되었습니다. 삶에 오르막이 있다면 내리막도 반드시 있습니다. 올해는 살짝 내리막으로 가는 느낌인데요. 당황하지 않고 좀 더 우아하게 계단을 내려오고 싶은 마음으로 10대 뉴스를 꼽았습니다. 돌아보면 그리 나쁘지 않은 삶입니다. 찬찬히, 자세히 살펴보면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도 있더군요. 그런 순간을 찾아봤습니다.
올해 무엇보다 가장 잘한 것은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다녀온 것입니다. 이후 모든 여행은 크루즈만으로 하겠다고 결심했지만, 일정과 동행을 찾아 조율하기는 쉽지 않더군요. 내년에는 동유럽 패키지여행과 일본 오사카 자유여행을 준비했고요. 은퇴 후 전 세계를 다니는 크루즈 여행을 위해 친구와 적금을 시작했습니다. 회사에 약간의 불만은 있지만 시드니 출장 간 김에 오페라하우스에서 라트라비아타를 봤고, 벚꽃이 한참일때 출장으로 도쿄에 가서 하나미를 즐겼습니다. 8월엔 방콕 출장을 갔는데 다리에 피멍이 들 정도로 매일 발 마사지를 받았네요.
추석부터 휴일에 본격적으로 한강 역사탐방 도장깨기를 시작했는데요. 송파나루, 뚝섬나루길, 동작진길, 여의나루길, 반포달빛길, 겸재정선길, 노들나루길, 난지꽃섬길, 양화나루길, 선유도길까지 총 10곳을 다녀왔습니다. 국내에도 좋은 곳이 너무나 많아요. 내년에는 남은 코스와 더불어 서울도보투어를 다시 다녀야겠어요. 여행은 언제나 저에게 영감과 쉼표를 제공합니다.
처음엔 간단한 재능기부로 작은도서관 고래이야기에서 독서와 글쓰기 프로그램을 열었는데요. 모객이 되지 않아 보다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습니다. 아무도 책을 사지 않지만 모두가 책을 내기 원하는 시대인지라, 책쓰기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오픈했어요. 처음엔 6분이 신청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담스러워해서 결국 3명만 남았지만요. 당당히 공저 《작은도서관에서 인생을 씁니다》를 내고 출간기념회를 했습니다.
자주 이용하는 강남1인가구 커뮤니티 센터에서 서울시 상담멘토링 사업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을 진행했습니다. 총 13명이 끝까지 글을 써 공저 《토요일 오후의 글쓰기》를 쓰고 역시 행복한 출간기념회를 가졌어요. 수업 과정 중에 브런치 인턴 작가가 된 분도 있고, 이후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작가가 되기도 했어요. 글쓰기라는 세상에 열망을 더해 더 많은 사람이 글쓰기의 즐거움을 누리도록 하는 게 제 삶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취미의 중요성을 몰랐는데요. 시간이 갈수록 취미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일이나 삶에서 오는 절망감이나 어려움에서 잠시 벗어나 삶의 기쁨을 누리려면 취미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게 여행이거나 운동, 독서가 될 수도 있죠. 레고 조립과 영화관람까지 그 범위가 점점 넓어졌는데요. 한때는 공부가 취미라고 주장했는데 이제는 취미 부자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덕분에 공무원을 대상으로 '일과 삶의 조화'를 강의했습니다. 핵심은 취미를 가지는 것이었어요. 새롭게 끌리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건 언제든 늦지 않습니다. 뭐든 좋아요. 몰입해서 즐길 준비만 하면 됩니다.
나이를 먹으니 건강에 조금씩 신호가 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올해는 대장 용종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일상적인 건강검진으로 시작했는데요. 건진 센터에서 제거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라 전문 병원에 가는 바람에 하루에 2번이나 대장내시경을 했어요. 평생 첫 대장내시경이었는데 말이죠.
2주간의 회복 기간 동안 운동을 포함한 아무런 과격한 활동도 하지 않고 커피조차 마시지 않았는데요. 마치 신생아처럼 먹고 일하고 잠만 잤어요. 그런데 정말 꿀잠을 자서, 그 기분을 유지하려 지금도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술처럼 완전히 끊지는 않았고 기분이 동하면 한 달에 한 잔 정도 마시기도 합니다. 아껴서 귀하게 마시니 그 향과 맛도 소중합니다. 마치 잊고 지낸 제 몸의 건강처럼 말이죠.
거대한 목표가 있었다기보다 크루즈 여행에서 즐기려고 3월 1일부터 수영강습에 참여했습니다. 최초 등록 시 3개월을 끊으면 1개월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혜택에 눈이 멀어 3개월을 신청했어요. 막상 해보니 힘들지만, 운동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하게 되었고요. 초심자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어요. 여전히 어버버하지만, 수영 후 샤워하고 탕에 몸을 담그는 낙으로 6개월 더 신청했습니다. 수영은 유산소 운동이면서 동시에 근력 운동도 된다고 하니 평생 배우려고 해요. 아침에는 수영, 점심엔 산책, 저녁엔 헬스로 운동선수처럼 삽니다.
신체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마음 건강도 무척 중요하죠. 우연히 이벤트로 시작한 5회 무료 심리상담에 추가 5회를 장소 비용만 내고 받아 총 10회기를 마무리했고요. 이후 송파구 1인가구센터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을 한 번 받았는데요. 상담 선생님이 너무 큰 위로를 줘서 2달을 기다려 6회기를 12월부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제 감정을 위해 머무르는 여유가 조금 생겼습니다.
우선 제가 운영하는 모임을 정리해서 한눈에 들어오게 디지털 놀이터라는 콘셉으로 작성해 봤고요. 그 와중에 의미있는 순간이 있었어요. 우선 내 글에서 빛이 나요!가 50기를 맞이해서 기념 이벤트로 내 글이 빛나는 시간을 가졌고요. 꾸준한 독서 습관을 위해 독서한 지 2,000일이 넘어 그동안 독서한 내용을 정리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이미 매일 독서 습관 쌓기 방에서 2,200일을 넘었지만요.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도 5회차도 줄여 15기를 운영하면서 연결되어 오랜만에 아티스트 웨이, 마이웨이 4기도 열었습니다.
여세를 몰아 새로운 모임 2개를 만들었습니다. 1명으로 시작한 어른의 글쓰기는 4명으로 3기를 진행하고 있고요. 내년 1월부터 나를 사랑하는 하루를 시작합니다. 나사하 모임은 모객이 안 되더라도 저 혼자 하려고요. 내년에는 저를 사랑하는 데 집중하고, 나를 사랑하는 하루를 보낸 경험을 글과 디지털 드로잉으로 선보이려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올해 가장 돈을 많이 쓴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인테리어라고 꼽겠습니다. 정말 작은 집인데요. 수천 만 원을 썼으니 말이죠. 이사를 위해 짐을 꾸리며 제가 미니멀 라이프에 실패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후 사재기를 안 하려 노력하는데 여전히 어렵네요. 인테리어에 돈을 많이 썼지만, 인테리어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게 고층에서 바라보는 전망이었습니다.
7월에 이사했는데, 새로운 둥지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어요. 집들이 선물도 감사히 잘 받았어요. MZ세대의 이색 피서법이 집캉스라던데요. 제가 집순이가 되었습니다. 이사한 이후로 해외여행 안다녔습니다. 집이 호텔인데 어딜 가나요? 연말에도 집에서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크리스마스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낼 생각에 설렙니다.
첫 기획출판을 하고 일 년에 책 한 권을 내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오르지 못한 나무였어요. 열심히 투고해도 거절 메일만 쌓였으니까요. 그래서 계속 독립 출판을 하는데요. 혼자 표지제작까지 하다 보니 표지 디자이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책을 4권이나 냈습니다. 투고했다 포기하고 낸 《한 달 휴가 내고 덴마크 여행하기》와 아예 시도도 하지 않고 처음부터 독립 출판으로 《50일 완성! 메모로 시작하는 글쓰기》, 《40일 미션! 어른의 글쓰기》, 《40일 미션! 어른의 글쓰기 2》를 만들었습니다.
내년에는 《일상의 고수에게 배웁니다》를 책으로 엮고 싶어요. 그렇게 많이 보이던 주변의 고수들이 요즘 잘 안 보이네요. 자발적으로 손 들면 인터뷰 고고할게요~
뭔가 좋은 일로 가득한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올해는 업무적으로 좀 불편했습니다. 한때 영국 런던으로 출장 가서 위키드 뮤지컬을 볼 만큼 잘 나가던 때도 있지만, 이제는 거울 앞에선 국화처럼 제대로 바라보고 천천히 예쁜 낙엽을 만들어 나가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일의 슬픔을 삶의 기쁨으로 극복해 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고 말합니다. 내년에는 더한 혹한이 불어닥칠지도 모릅니다. 어떻게든 버텨보겠습니다. 가치를 제공하며, 계속 조금이라도 회사에서 성장하고 싶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닌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해야 하는데요. 통제할 수 없는 영역 중 가장 어려운 게 자녀입니다. 영향은 주겠지만, 결국 그들의 삶이니까요. 그렇게 묵묵히 지켜만 보는데요. 아들이 조금 변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자신을 돌아본 것에 감사합니다. 대나무 죽순처럼 땅속에 긴 시간을 버티다가 어느 순간 쑥쑥 성장하길 바랍니다. 제가 계단을 차근차근 내려가고, 젊은 세대가 겅중겅중 올라가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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