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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기분과 추억을 담는 모자

모자를 쓰고 외출할까요?

by 일과삶

나들이나 야외에서 모자를 상황과 의상에 맞게 매칭하는 패셔니스타 친구들이 있죠.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가끔 따가운 햇살을 피하려 모자를 씁니다. 의외로 예쁜 모자를 쓰는 날엔 기분까지 한결 밝아집니다. 자주 사용하지 않아도 쟁여둔 모자들이 여럿 있는데요. 모자도 결국 손에 익은 것만 찾게 되네요. 모자는 단지 햇빛을 가리는 도구가 아니라, 그날의 기분과 추억을 담아주는 물건 같기도 해요.


모자 이야기를 하려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모자 장수(Mad Hatter)가 생각났습니다. 처음에는 모자 장수가 약간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모자 장수처럼 미친(Mad as a hatter)이라는 영어 표현을 알게 되면서, 모자 장수의 엉뚱한 질문도 조금은 이해되었습니다. 19세기 영국 모자 제조업자들이 수은 중독으로 신경계 이상을 겪으며 언어장애나 기억력 감퇴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모자를 만들었던 걸까요? 이들의 삶을 떠올리면, 마음이 서늘해집니다.


우연히 마트에서 저렴하게 산 꽃무늬 모자는 끝에 철사가 달려있어서 마구 구겨 넣어도 반듯하게 펼 수 있었습니다. 작지만 리본 장식도 있어서 애용했는데요. 그 모자를 덴마크까지 가져갔고, 루이지애나 미술관 야외에서 시간을 즐기려고 챙겼습니다. 보관함에 가방만 넣고, 핸드폰과 모자는 손에 들고 다녔어요. 작게 구겨지는 스타일이라 손에 들고 다니기에도 편한 모자였으니까요. 한참 작품을 즐기고 야외로 나가려는데 손에 모자가 없더군요. 다시 피카소 작품을 본 곳으로 돌아가 주변을 살폈는데요. 모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 곳에 있는 분실물 센터를 방문했으나, 역시나 없었어요. 모자를 찾을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루이지애나에서의 추억 한 장면이 통째로 지워진 듯한 기분이었어요.


이후 몇 개의 모자를 샀지만, 잘 안 쓰게 되더라고요.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갈 때는 잃어버린 모자만큼 예쁘거나 실용적이지 않지만, 챙이 조금 넓은 베이지색 모자를 챙겼습니다. 서울시 야외 활동 프로그램에서 받은 모자인데요. 종종 매봉산 등산갈 때 챙겨 다녔어요. 베이지색 모자를 쓰고 바르셀로나, 마르세유, 제노, 나폴리, 메시나, 몰타 등지를 누볐습니다. 여행 중 땀으로 범벅된 그 모자를, 중간에 빨아야 할 정도였죠. 지금은 함께한 시간만큼 애정 가는 모자가 되었어요.


저는 앞챙만 있는 캡(cap)보다, 넓은 챙이 있는 플로피 햇(floppy hat)을 더 좋아하는 듯해요. 요즘처럼 더운 날, 마음에 드는 모자를 하나 골라 외출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저도 쟁여둔 모자 중 오랜만에 안 써본 걸 골라산책나가려 합니다. 그 모자에게도 새로운 추억을 선물하고 싶네요. 여러분에게 추억이 담긴 모자는 어떤 것인가요? 그날의 기분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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