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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주간 성찰

고베, 교토, 오사카 11박 12일 일본 여행

일상으로 돌아와 깨달은 것들

by 일과삶

직장인에게 일본 11박 12일 일정은 다소 과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요. 주변에서도 “정말 다녀온 게 맞냐”고 농담처럼 묻곤 했습니다. 맞습니다. 휴가 3일에 추석 연휴를 보태 길게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교토만 머무를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너무 길어 보여 고베, 교토, 오사카로 나누어 각각 3박, 4박, 4박을 채웠습니다. 세 도시를 천천히 걸으며,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들을 정리해 봅니다.


고베에서는 포트 타워와 하버랜드 관람차, 야경으로 하루를 채우고, 꽃시계와 동유원지, 시청 전망대, 고흐 전이 열린 고베시립박물관, 누노비키 허브 정원, 기타노이진칸까지 부지런히 다녔습니다. 효고현립미술관과 롯코산이 함께한 마지막 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교토에선 니조성과 교토아트센터를 시작으로, 버스투어와 산넨자카·니넨자카, 철학의 길과 은각사까지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이어 교토 교엔과 국립박물관을 거쳐 헤이안신궁, 부립도서관, 교세라미술관까지 둘러본 후 오사카로 이동했습니다. 오사카에서는 관람차와 전망대, 각종 크루즈, 오사카성, 도서관과 린쿠 공원까지 저마다의 매력을 지닌 장소들을 하루하루 채워 넣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한동안 회사일로 길게 떠나기 어려웠습니다. 여행엔 돈보다도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더 필요하다는 걸 여러 번 체감했지요. 이번엔 그 세 가지를 어떻게든 만들어 떠났고, 덕분에 오래간만에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일은 언제나 설렘을 동반합니다. 혼자 지내다 보니 모든 판단과 실행을 제가 직접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제 취향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하루 최소 2만 보를 걷는 리듬이 잘 맞고, 저녁엔 숙소에서 쉬며 다음 날 일찍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을 좋아하지만 숙소는 도심이 편했고, 유명 관광지보다 미술관이나 역사적 장소에 끌리는 편이라는 것도 새삼 느꼈습니다. 여행 전에 예습하고 돌아와 복습하며 기록하는 과정도 즐겁게 이어갔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여행을 자주 미뤘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음 기회’가 언제나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깊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1년에 한 번은 꼭 장기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고, 그렇게 덴마크와 바르셀로나를 다녀왔으며 이번 일본 여행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여행은 제가 1년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이미 내년 그리스 여행도 예약을 마쳤습니다. 일정이 정해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살아가는 에너지가 생기더군요.


많은 분들이 은퇴 후 여행을 꿈꾸지만, 최근 몇 년의 경험으로 ‘젊을 때 다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은 언젠가 노년기에 천천히 다녀오자며 아껴두었던 곳이지만, 하루 2만 보를 걸어야 하는 여행이라 은퇴 후엔 오히려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에서 꾸준히 운동하는 것도 결국 여행을 위한 체력 준비이기도 합니다.


일본에 몇 번 다녀오면서 느낀 가장 큰 매력은 안전함입니다. 밤길이 두렵지 않고, 소매치기를 걱정할 필요도 거의 없다는 점은 큰 장점이었습니다. 오래된 나무들이 만든 공원의 분위기, 곳곳의 미술관들, 고베·교토·오사카에서 먹은 밥맛까지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구글맵, IC카드만 있으면 어디든 쉽게 이동할 수 있어 여행이 한층 편했습니다. 다음엔 시간을 내어 소도시 여행도 해보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꿈꿨던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일상은 조금 더 단단해졌습니다. 여행은 늘 새로운 풍경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다시 나를 발견하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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