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주간 성찰

일본에서 발견한 삶 속의 여행

대가족과 보낸 1박 2일

by 일과삶

한국에서는 쉽게 경험하지 못할 여행을 일본에서 누리고 있습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배운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예전 런던과 코펜하겐에서는 남자 호스트라 조금은 조심스러웠는데, 일본에서 머문 집에서는 편안했습니다.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면 환하게 맞아주는 여자 호스트가 있어, 여행 중에도 집으로 돌아온 듯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잠깐 머무르며 나누는 30분 남짓의 여행 이야기 속에서 서로의 문화를 알아가는 시간도 좋았습니다.


작년과 올해 봄 출장 때는 덴마크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 집에서 하루를 보내며 그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혼자 지내거나 남편과 아이 한 명이 있는 친구들이라 함께 시간을 나누기에도 편안했고요.


이번 출장은 조금 달랐습니다. 직장 동료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아이가 한 명인 줄 알았던 집엔 무려 세 아이와 친정 어머니까지 있어 활기 그 자체였습니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이라 같이 여행하기보다는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훨씬 많았지요.


특히 동료의 어머니와의 만남이 기억에 깊게 남습니다. 70대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활력이 넘치고 긍정적이었습니다. 딸의 집에서 손주들을 돌보고 살림도 도우며 하루를 보내는데, 다섯 살 막내와 놀아주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밤이 되어 아이들이 모두 2층으로 올라갔을 때, 어머니가 계속 큰 소리로 이야기하길래 전화 통화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동화책을 읽어주는 중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집에서는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는다며 제 말을 무척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40~50년 만에 쓴다는 영어도 정말 훌륭했습니다. 나중에 동료에게 들었는데, 매일 영어공부를 하신다고 하네요.


저녁에는 온 가족과 함께 온천에 갔습니다. 낯선 한국인인 저를 전혀 어색해하지 않고, 제 이름을 부르며 다가와준 아이들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온천에서 큰아이가 막내를 챙기는 모습도 흐뭇했고요. 동네 온천이라고 생각했는데 야외탕까지 여러 개 갖춘 제법 큰 온천이어서 일본에서의 하루가 더 풍성해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친정 어머니가 직접 끓인 미소 된장국과 따끈한 밥,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나또까지 정성스러운 아침상이 차려졌습니다. 예쁜 잔에 내려준 커피까지, 머무는 동안 받은 환대가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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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의 모습이 일본의 모든 삶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6명의 대가족 속에서 1박을 함께하니 그 자체로 깊은 문화 체험이 되었습니다. 함께 한국 식당에서 바비큐를 먹고, 다음 날엔 소바로 점심을 해결하며 보낸 시간 역시 정겨웠습니다. 아이들이 오랜만의 외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제가 잠시나마 이모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헤어지며 받은 종이접기 선물에 마음이 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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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제 취향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여행도 좋지만, 누군가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따뜻한 여행이 제게는 더 큰 행복이라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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