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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Apr 04. 2019

마종기 시인의 「대화」를 읽고

필사하기 & 주관적 느낌 쓰기 (소설, 자작시, 에세이)

"시인은 아동문학가 마해송(1905∼66)의 아들이다. 1960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하지만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65년 한일회담 반대 성명에 참여했다가 안기부에 끌려가 고초를 당했다. 이듬해 6월 도망치듯 미국으로 건너갔다. 《詩歷 50년 맞아 시집 ‘하늘의 맨살’ 낸 在美 시인 마종기씨》 2010/5/14 국민일보"



마종기 시인 관점 (소설)

무엇을 찾아 여기까지 왔을까? 운명일까?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부음 소식을 타국에서 듣는 게 아들 된 도리일까? 미국은 아직도 낯설다. 영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데 환자와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 소아 방사선과 전공의로 일하려니 고통스럽다.


지금까지 나를 버티게 해 준 것은 시 쓰기다. 타국에서 모국어로 시를 쓰는 건 아버지의 언어력과 어머니의 예술적 감성 덕분이다. 시는 어두운 거리를 밝혀주는 등불이다. 시를 모국어로 쓰면 내 나라가 가깝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등불이 자꾸 꺼져서 당황스럽다. 언제 다시 내 나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내가 죽으면 아버지처럼 고국의 땅에 묻히고 싶다. 이곳에 가족이 있고, 의사로서 보람도 있지만 내 나라로 가고 싶다. 나를 기억하는 친구는 없겠지만 친구라는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대화 2 (자작시)

어두워도 무섭지 않은 곳

정다운 내 나라로 가리라.

쓸쓸한 기억의 장소는 두고 가련다.

저 멀리 아버지와 친구가 나에게 손짓하네.

나를 모르는 친구, 그를 사랑한다.

시는 어둠을 밝히는 등불

내 사랑하는 나라를 비춰주네.

나는 무엇을 찾아 이 길을 떠나는가?



에세이

나는 이 나라를 떠나고 싶지 않다. 가끔 누군가가 해외 지사로 가면 잠시 부러움의 눈길을 보낸다. 하지만 잠시다. 영어를 자주 사용할 수 있어서, 배울 수 있어서 좋겠다. 거기 까지다. 영어를 잘하는 점은 부럽지만,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고, 하나씩 배우고, 익숙해지기까지 노력을 하고 싶지는 않다. 변화가 귀찮게 여겨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런 노력을 굳이 하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사는 게 좋다. 부모님도 계시고 사랑하는 친구도 있다.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 하더라도 모국어로 정서를 교감하고 문화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말로 생각을 주고받으며, 함께 배우고, 감정을 느끼는 있는 사람이 있어서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 시인은 그런 아쉬움을 시로 달래지 않았을까?


외국에서 잘 나가는 한국인이 되기보다 한국에서 일인자가 되고 싶다. 성공 경험을 나누며 오래도록 이곳에서 살고 싶다. 성공하지 않아도 좋다. 작은 텃밭을 가꾸며 자급자족하며 욕심을 버리고 살고 싶은 마음도 있으니까.


만일 내가 떠나야만 한다면 과연 글쓰기는 나의 등불이 되어 줄까?


참고기사:  

조국떠나 50년 맑은 詩語로 인류애 읊다》 2010/5/14 서울신문

詩歷 50년 맞아 시집 ‘하늘의 맨살’ 낸 在美 시인 마종기씨》 2010/5/14 국민일보


대화 

                                            마종기

아빠, 무섭지 않아?

아냐, 어두워.

인제 어디 갈거야?

가봐야지.

아주 못 보는 건 아니지?

아니. 가끔 만날거야.

이렇게 어두운 데서만?

아니. 밝은 데서도 볼거다.

아빠는 아빠 나라로 갈거야?

아무래도 그쪽이 내게는 정답지.

여기서는 재미 없었어?

재미도 있었지.

근데 왜 가려구?

아무래도 더 쓸쓸할 것 같애.

죽어두 쓸쓸한 게 있어?

마찬가지야. 어두워.

내 집도 자동차도 없는 나라가 좋아?

아빠 나라니까.

나라야 많은데 나라가 뭐가 중요해?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돌아가셨잖아?

계시니까.

그것 뿐이야?

친구도 있으니까.

지금도 아빠를 기억하는 친구 있을까?

없어도 친구가 있으니까.

기억도 못 해 주는 친구는 뭐 해?

내가 사랑하니까.

사랑은 아무 데서나 자랄 수 있잖아?

아무 데서나 사는 건 아닌 것 같애.

아빠는 그럼 사랑을 기억하려고 시를 쓴 거야?

어두워서 불을 켜려고 썼지.

시가 불이야?

나한테는 등불이었으니까.

아빠는 그래도 어두웠잖아?

등불이 자꾸 꺼졌지.

아빠가 사랑하는 나라가 보여?

등불이 있으니까.

그래도 멀어서 안 보이는데?

등불이 있으니까.

―아빠, 갔다가 꼭 돌아와요. 아빠가 찾던 것은 아마 없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꼭 찾아 보세요. 그래서 아빠, 더 이상 헤매지 마세요.

―밤새 내리던 눈이 드디어 그쳤다. 나는 다시 길을 떠난다. 오래 전 고국을 떠난 이후 쌓이고 쌓인 눈으로 내 발자국 하나도 식별할 수 없는 천지지만 맹물이 되어 쓰러지기 전에 일어나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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