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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주간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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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Sep 07. 2019

저는 우기는 사람입니다

혼자 상상하고, 실수하고, 잘못된 기억으로 우기다


#1 혼자만의 상상


지난 겨울, 롱패팅에 주머니가 약간 위쪽에 달린 게 유행이었죠. 다들 손을 위쪽에 넣고 다니길래 참 독특하다 생각했어요. 전 그게 손을 넣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장식이거나 핸드폰 보관을 위한 주머니라고 여겼거든요.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 그 주머니 이야기가 나왔죠. 


"손이 올라가니까 편하지 않아?"

"하하하, 무슨 소리야. 그게 손을 넣기 위한 주머니라고? 말도 안 돼. 그거 그냥 장식인데 사람들이 손을 넣고 다니더라고. 참 웃기지 않아?"

"그런가???"


제가 너무나 확신에 차게 말하니 친구는 자신이 옳았는데도 자신감을 잃었어요. 그래도 의심스러워 옆 친구들에게 물었는데 모두가 100% 손을 넣는 주머니라고 답했죠. 그제야 친구는 마음을 쓸어내리며 안심했어요.


"와, 니네들이 말해주니 망정이지 아니면 일과삶 말이 맞는 줄 알았지. 너무 자신 있게 말하니까 순간 내가 틀린 줄 알았어."


잠시 '내가 그랬나?' 하고 넘어갔죠. 그런데 이번 주 비슷한 상황이 두 번이나 있었어요.



#2 실수


일정에 차질이 생겨 교육을 10분 정도 늦게 시작한다고 사내 강사에게 알려야 했죠. 전 세계 직원이 다 사용하는 메신저에서 Angel 강사를 찾아서 연락했습니다.


[To Kim, Angelina] 앞 세션이 늦게 끝나 10분만 늦게 오세요.


그런데 그녀가 제시간에 왔어요.


"제가 조금 늦게 오시라고 메시지 보냈는데 못 보셨어요?"

"아, 그래요? 제가 확인을 못했나 봐요... 미안해요."

"미안한 건 아니고요."


강의 중에 메시지가 왔어요.


[From Kim, Angelina] 메시지를 잘못 보내신 것 같은데요?


Kim Angel에게 보내야 할 메시지를 Kim Angelina에게 보내고 전 당당하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빨리 왔냐고 우겼죠. 제가 너무 확신에 차서 말하니 상대도 그런가 하는 반응이었어요.



#3 잘못된 기억 


여러 부서 사람들에게 미팅 초대장을 보냈어요. 대부분 수락했는데 한 분이 메일을 보내 조금 늦겠다고 답장했어요. 모두 잘 모르는 사람이라 부서명으로 확인했는데 선택적으로 참여하는 부서 사람이라 그렇게 기억했죠. 어차피 꼭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부서 사람이 아니니 늦어도 상관없겠다 여겼죠. 미팅에 갔는데 한 분 빼고 다 오셨더군요. 서로 자기소개를 했어요.


"A부서의 OOO입니다."

"어 저에게 늦게 온다고 메일 보내지 않으셨나요?"

"네? 제가 다른 미팅에 늦게 간다고 다른 분께 메일을 보내긴 했는데, 일과삶님은 아닐 텐데요..."

"저한테 보내셨는데. 흐흐. 괜찮아요. 빨리 오시면 좋죠."


그러고는 미팅을 하는데 한 분이 늦게 오셨어요. 그제서야 전 늦게 오신 분이 메일을 보냈다는 것을 알아차렸죠. 선택적으로 참여하는 부서가 두 부서였는데 제가 헛갈린 것입니다.




저는 우기는 사람입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저는 우기는 사람이네요. 일주일에 두 번이나 연속으로 같은 상황을 겪고 보니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세상 다 받아줄 것처럼 관대한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지만, 혼자 상상하고, 실수하고, 잘못된 기억으로 내 말이 맞다고 우기는 사람이었어요. 갑자기 부끄러웠어요. 문제는 상대의 반응입니다. 모두 제가 우기면 '자신이 틀렸나?'하고 저를 받아줬어요. 그 자리에서 "아니다."라고 말해줬다면, 저도 주춤했을 텐데 말이죠. 남탓 하는 건 아니고요.


제가 틀렸다는 걸 나중에라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요? 


'난 제대로 말하고, 연락하고, 일 처리를 했는데 당신이 똑바로 모르고, 확인도 하지 않고, 엉뚱한 메일을 보냈다.'라고 오해했겠죠. 어쩌면 그동안 제가 인지하지 못한 채 이런 일들이 벌어졌는지도 몰라요. 저만 잘나고 똑똑하고 상대는 멍청하고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고 착각 속에 살았는지도 모르겠어요. 교만이 넘쳤어요.


그동안 확신에 찬 제 말 때문에 상처나 오해를 받으신 분이 있다면 용서를 빌고 싶네요. 제가 우기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니 이제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살피려고 해요. 제가 잘못하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전 우기긴 하지만 잘못된 것을 알면 쿨하게 인정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나마 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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