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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Jun 10. 2018

수업에 만화 사용하기

비주얼 세대에게 만화를 활용한 수업방법 소개

오늘의 TED 추천은 만화를 수업에 사용하는 사례에 대한 것이다. Comics belong in the classroom (만화를 이용한 수업)이다. 발표자인 Gene Luen Yang (진 루엔 양)은 만화가, 교육자로 작가, 만화책, 그래픽 노블(만화 소설)을 그리기도 한다. 그의 위트 있고 화려한 만화 배경에 반하는 미국 교육에서 만화의 역사를 탐색하고, 아이들이 학습하는데 도움이 되는 잠재력에 대해 예상 밖의 통찰을 보여준다. 내용 중에도 언급되는 그의 만화책 “American Born Chinese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인)”는 우리나라에서 ABC라고 불리며 제법 인기 있는 책이다.



발표자는 5학년 때  “DC 만화 시리즈 #57”호를 본 이후 만화라는 매체와 사랑에 빠졌다. 부모님과 선생님이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에 만화책을 학교에 가져가진 않았지만 그는 계속 만화책을 보았고 전업 만화작가까지 되었다. 또한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있는 비숍 오다우드 (Bishop O'Dowd)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17년 동안 근무하였다. 수학과 인문학을 조금씩 가르쳤지만, 대부분은 컴퓨터 사이언스였다. 그가 신참 선생님이었을 때, 만화책을 수업에 적용하려 했는데, 실제 수업에 적용하기보다는 멋있게 보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90년대였고, 만화책은 요즘처럼 문화적으로 멋진 게 아니어서 학생들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고 수업에 방해가 되기까지 했다. 발표자는 강의와 만화 그리기를 분리해야겠다고 재빨리 느꼈고 수업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몇 년이 지난 후 만화의 교육적 잠재력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한 학기에 대수학 2반 수업에 대체 강의를 요청받아, 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매 몇 주는 이 대수학 2반의 수업을 한 두 번 빠져야 했다. 장기적인 대체수업도 충분히 나쁜데, 대체를 위한 대체를 가지는 것은 최악이라는 생각과 학생들에게 일관적인 뭔가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으로 강의를 비디오로 녹화했다. 가능한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비디오를 만들었고 문제를 보드에 풀고 난 후에 손뼉을 치면 보드가 지워지는 특별한 효과를 추가하기까지 했다. 학생들이 좋아할 것이라 매우 확신했지만 그는 또 틀렸다. 학생들이 너무나 지루해했기 때문이다. 절실한 두 번째 시도로, 수업 내용을 만화로 그렸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생각하면서 마커로 한 장씩 그려 나갔고, 어떤 내용이든 4-6장의 분량으로 만들었다. 이를 복사해서, 대체 교사가 학생들에게 나눠 주게 했는데 이 만화 수업이 히트였다.  


학생들이 화면을 통해 자란 세대여서 종이를 통해 배우는 것보다 화면을 통해 배우는 것을 더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만화 수업을 훨씬 더 좋아하는지 학생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만화의 교육적 잠재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수학 교과서와 달리, 만화 수업은 시각적으로 가르친다. 학생들은 시각적인 문화에서 자라서, 정보를 시각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 영화, TV, 애니메이션, 비디오 같은 다른 시각적 서술과 달리, 만화는 영구적이다. 만화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가 같은 페이지에 모두 나란히 있다. 이는 정보흐름의 비율이 확고히 독자의 손에 있다는 것이고 학생이 만화 수업에서 이해 못한 것이 있을 때, 필요에 따라 빠르게 혹은 느리게 다시 읽을 수 있다. 정보에 대한 리모컨을 준 것과 같다. 어떤 학생과 어떤 종류의 정보에는 만화 매체의 두 가지 측면 즉, 시각적인 특성과 영구성이 엄청나게 강력한 교육 도구가 된다.


발표자는 수업을 하면서 캘리포니아 주립대 Easy Bay에서 교육학 석사를 하고 있었다. 이 만화 수업을 통해 얻은 경험에 큰 흥미를 느껴서 마지막 석사 프로젝트를 만화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왜 미국 교육자들이 역사적으로 수업에 만화책을 사용하길 꺼려했는지 밝히길 원했고 그가 발견한 것은 다음과 같다.


만화책은 1940년대에 처음으로 대중매체가 되었고, 매월 수백만 권이 팔려, 당시 교육자들은 주목했고 많은 혁신적인 선생님이 만화를 수업에 실험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1944년, “교육 사회학 저널”에서는 전체 내용을 이 주제로 다루기도 했고 진전이 있는 듯했다. 아동 심리학자 프레드릭 웨담 박사가 1954년에 “순수에의 유혹”이라는 책에서 만화책이 청소년 범죄의 원인이라고 비난을 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웨담 박사는 실제로 매우 상식적인 사람으로 대부분의 경력을 청소년 범죄 연구로 보냈고, 연구에서 대부분의 범죄 청소년이 만화책을 읽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웨담 박사가 몰랐던 것은, 1940년, 50년대에 미국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화책을 봤다는 사실이다. 그의 책은 미국 상원에게 만화책이 청소년 범죄를 유발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만큼 영감을 주었고, 청문회는 2달 동안 지속되었다. 미국 대중들의 만화책에 대한 평판이 엄청나게 훼손된 후 청문회는 결론 없이 끝났다.


그 이후 미국 교육자들은 모두 만화를 피했고, 수 십 년 동안 거리를 두다가 1970년이 되어서야 몇몇의 용기 있는 사람들에 의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침내 미국에서 만화책과 만화 소설은 수업으로 돌아가는 제 갈 길을 가게 되었고, 발표자가 가르쳤던 비숍 오다우드 고등학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스미스 선생님은 스캇 맥클라우드의 “만화의 이해”를 문학과 영화 수업에서 사용한다. 학생들에게 단어와 영상 간의 관계를 토론할 수 있는 언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번 선생님은 매년 학생들에게 만화 수필 과제를 준다. 학생들에게 이미지를 사용하여 소설을 쓰게 하여, 스토리에 대한 것만 아니라 스토리가 어떻게 들리는지에 대해 학생들이 더 깊게 생각하도록 한다. 머락 선생님은 발표자의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인”을  영어 1 학생에게 사용한다. 만화 소설은 공통교과과정을 충족시키는 최고의 방법으로, 학생들이 시각요소가 어떻게 의미, 톤, 문장의 미에 기여하는지를 분석할 수 있게 해 준다. 도서관에서, 카운츠 선생님은 그래픽 노블 모음 칸을 만들었다. 80년대 초 이후로, 학교 도서관 저널 논문에 도서관에서 그래픽 노블이 미미하다고 언급되면서 사용량이 80% 증가했고, 비만화 소설 순환도 약 30% 증가했다.


미국 교육자의 새로운 관심에 영감을 받아, 미국 만화가들은 예전보다 더 K-12(미국의 12학년 학제) 시장을 위해 더  분명하게 교육적인 내용을 만들고 있다. 이들 중 많은 것이 언어 인문학에 향해 있지만, 점점 더 많은 만화책과 만화 소설은 수학과 과학 주제에 다루기 시작한다.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만화, 그래픽 노블은 탐색의 준비가 된 미지의 영역과 같다. 만화는 모든 교육자의 도구 세트에 적합하며 만화책과 만화 소설을 K-12 교육에 포함해야 한다. 학생들은 시각적으로 배우고, 리모컨처럼 정보를 조정할 수 있다.




요즘 세대가 동영상 자료에 익숙해 있다는 생각은 어쩌면 우리의 편견일 수도 있겠다. 발표자의 말대로 만화책은 요즘 세대가 좋아하는 시각적 요소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언제든 편하게 앞뒤로 돌아가고 천천히 빠르게 볼 수 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만화책은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도 좋은 것 같다. 지금은 별로 관심이 없지만 내 생애 만화책이 내 삶에 영향을 준 때가 있었다. 미스터 블랙, 베르사유의 장미, 유리가면, 아르미안의 네딸들 등을 보면서 로맨스에 대한 상상을 펼쳤었다. 물론 나 역시 만화책을 보면서 당당하기보다는 시험 끝나고서나 스스로 보상하는 차원으로 조금씩 몰래 보았었다.


한국에서는 만화책보다는 웹툰이 일상화가 되어 있지만, 수업에서 만화책을 사용하자는 발표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제 사례가 우리나라 선생님에게도 영감을 주면 좋겠다. 음지에 있는 만화책이 양지로 나와 교육적 잠재력을 활짝 꽃 피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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