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겪어보지 못한 독특한 경험의 순간을 잘 극복해 봐요
이번 한 주 동안 재택근무를 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택근무를 하긴 처음이네요. 몇 년 전 더운 여름날 회사 인테리어 공사로 일주일 재택근무를 했고, 작년 연말 리프레쉬 차원에서 일주일 재택근무를 했네요. 모두 준비된 상태에서 진행했죠. 특히 마음의 준비 ㅎ
지난 금요일 반차를 쓰고 1박 2일로 양양의 바다를 실컷 즐기고 완전히 재충전되어 일요일을 보내던 중 갑작스런 공지를 받았습니다.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재택근무를 하라고 말이죠. 노트북을 가져왔길 다행이다 생각만 했지, 전 재택근무에 준비되지 않았어요.
회사를 가면 점심을 주로 사 먹었기에 식자재도 별로 없었는데요. 온라인 마트는 이미 배송이 마감되어 3-4일을 기다려야 하더군요. 어제는 갑자기 정전되어 1시간 반 동안 인터넷 접속이 안 되어 일하는데 답답했어요. 당연히 평일 오전이라 저와 상관없다고 생각한 아파트 공지가 결국 저에게 영향을 주었네요. 집에서 종일 혼자 컴퓨터로 일하다 보니 답답하고 입이 심심해져 온갖 간식을 먹고 말았어요. 살은 점점 올라오고 몸은 더욱 둔해지네요. 출퇴근하지 않으니 운동량도 줄겠죠.
나흘 동안 재택근무를 한 경험으로 금요일에 원칙을 정해봤어요. 전 원칙을 세우길 좋아하고 지키며 희열을 느끼는 인간인가 봐요.
아침에 일어나서 개인 노트북으로 글을 씁니다. 9시가 되면 출근하는 것처럼 회사 노트북을 켜고 저녁 6시가 되면 끕니다. 다시 제 개인 노트북을 켜서 삶을 시작하죠. 하지만 일과 삶 사이에 공백도 없고 이동도 없으니 16시간 이상을 모니터 앞에서 보내는 거죠.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모임도 취소하고 친구도 못 만나죠. 그야말로 답답한 자가격리입니다.
처음엔 아침에 산책해야지 마음먹었다가 어영부영 9시가 되더군요. 그래서 근무 후 저녁에 산책해야지 생각했으나 6시 이후엔 어두워져서 나가기가 더 어려웠어요. 그래서 선택한 게 점심시간입니다. 11시 30분에 빨리 점심을 먹고 12시에서 1시 사이에 마스크를 쓰고 공원을 산책했어요. 예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분이 제법 있더군요. 이번 주에 비도 2번 왔는데 우산을 쓰고 산책을 했죠. 회사를 다니면서도 점심시간에 산책했던 저이니, 재택근무에서 점심 산책을 뺄 수 없겠죠. 이 원칙은 주말에도 적용하려고 해요.
휴일에도 집에 있으면 아이스크림, 과자, 사탕 등 당이 당겨요. 회사에서는 간식을 거의 먹지 않는데 집에 있으면 왜 더 생각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네요. 회사를 나갈 땐 그나마 주말에만 달콤한 간식을 먹었다지만, 이번 주 재택 하면서 매일 아이스크림, 과자, 과일 등 식사 외에도 간식을 제법 먹었어요. 운동량은 줄어드는데 먹는 양이 증가하니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어제부터 의도적으로 간식을 먹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의도적으로"라는 표현은 제가 번역한 책에서 따왔는데요. 때로는 의도적인 결심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통제가 불가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죠. 어제 하루 의도적인 결심을 잘 따른 저에게 오늘 아침 칭찬을 했습니다. 그렇게 유지해 나갈 생각입니다. 가끔 원칙을 잘 지킨 저에게 보상해주긴 하겠죠.
요가를 한지 거의 10년도 넘었어요. 혼자 하면 심심하고 제대로 못 하니 일주일 한 두 번 주민센터 등에서 수업을 들으며 함께 요가를 하죠. 어려운 자세를 배워 요가의 고수가 된다는 생각보다는 스트레칭과 명상의 차원으로 가볍게 참여했어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한 달 동안 수업이 중단되었고 언제 다시 개설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예전에 주민센터 공사로 요가 수업이 중단된 때는 혼자 집에서 요가를 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엄두도 못 내고 있었죠. 앞으로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르는 상태라, 짬을 내기로 했어요. 어제 정말 오랜만에 요가를 했더니 온몸이 다 쑤십니다. 매일 20분 정도라도 집에서 해야겠어요. 굳었던 몸이 조금씩 풀리겠죠. 재택근무로 줄어든 운동량에 요가도 보탬이 될 거라 믿어요.
이번 한 주는 재택근무를 했지만 근무량은 절대 줄지 않았네요. 어떤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부러워합니다. 감염의 위험에서 보호된다는 차원이라면 맞습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서 개인 시간이 늘거나, 집안일도 같이 하는 여유를 즐기기는 어려워요. 오히려 동료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시간조차 없이 일에 몰두하게 되니 더 피곤하네요. 특히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경우, 직접 얼굴을 보며 회의를 못 하고 컨퍼런스콜로 대화를 나누어 생산성도 떨어지는 것 같아요. 마감은 정해져 있고 일은 해야 하니 갑갑합니다.
종일 집에만 있었는데 밤에 졸리고 잠을 잘 잔다는 게 신기하네요. 평생을 출퇴근했던 저에게는 낯선 상황입니다. 지금 우리는 모두 평생 겪어보지 못한 독특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 두려운 것은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이겠죠. 재택근무도 언제까지 할지 알 수 없고,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도 언제까지 가능할지 알 수가 없죠. 현장에서 환자를 검사하고 치료하는 의료진 여러분들은 더욱 힘들겠지만 말이죠. 이 또한 나중에 더 큰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모두 힘내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