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도구
나는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가 아니다. 아무리 노션(Notion)이 좋다고 주변에서 권해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다. 익숙한 것을 최대한 고집하는 일관성을 가장한 나의 게으름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런 나에게도 변화의 물결이 일렁거렸으니 바로 트렐로(Trello) 때문이다.
트렐로는 칸반 보드 방식(Kanban Board, Workflow 상의 업무의 진행상황을 보여주는 보드 방식)의 생산성 관리 도구지만, 일과 삶을 관리하는 시각적 도구라고 스스로 설명한다. 그렇다. 트렐로를 알고 난 이후부터 트렐로는 나의 일과 삶에 절대적인 존재로 부각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들락거린다. 사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할 일을 정렬하고 다 처리하면 삭제하는 할 일 목록(To Do List) 관리 용도 때문이다. 할 일 목록은 여러가지로 관리할 수 있는데 트렐로는 칸반 보드를 제공한다. 네모난 카드 안에 할 일을 적고 진행상황에 따라 마우스로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다. 이런 유용한 방법을 글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 비법을 알아보자.
글감은 수시로 떠오른다. 메모하지 않으면 휘발된다. 개인마다 선호하는 메모 방식이 있다. 네이버 메모 앱이나 구글 킵을 사용하기도 할 것이다. 트렐로 역시 모바일과 웹을 지원하므로 어느 플랫폼이든 접속이 가능하다. 칸반 보드는 보기가 깔끔할 뿐 아니라 마우스로 드래그 앤 드랍(Drag & Drop)이 가능해서 순서를 바꾸기가 매우 쉽다.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글감 카드를 만들어 두면 글을 쓸 때 편리하다.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아, 그날의 느낌에 따라 글감을 고르면 된다. 사용한 글감 카드를 버리면 깔끔하게 정리된다.
브런치에서 제공하는 편집기를 사용하여 글을 쓰고 '작가의 서랍'이라는 곳에 글을 저장해 두지만, 언제 어떤 키워드로 발행할지 관리하기 어렵다. 나는 월요일에는 '매일 쓰다 보다 작가'(매쓰작) 매거진에, 수요일에는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나찾글) 매거진에, 토요일에는 '주간 성찰' 매거진에 글을 발행한다. 2개 이상의 글을 미리 써두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작가의 서랍'의 글이 뒤죽박죽으로 섞인다. 이때 트렐로가 빛을 발한다. 미리 만들어 둔 매거진 카드에 글 제목을 넣고 내용에 키워드를 기입해 둔다. 해당 일자에 글을 발행할 때, 트렐로를 참고하여 선택하고 키워드도 태깅한다.
트렐로의 가장 막강한 강점은 그룹으로 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협업을 위한 보드를 만든 후 그룹 구성원을 초대하면 함께 작성할 수 있다. 공동 매거진 발행을 위해 노션의 보드뷰 기능을 사용했는데 원리는 같다. 아이디어 기획, 원고 작성 중, 발행 완료 등의 리스트를 만들어 두고 한 작가가 글을 준비하면 원고 작성중 리스트 아래 카드를 추가한다. 새롭게 카드가 추가된 것을 보고 다른 작가들은 미리 읽고 발행 전에 피드백을 제공한다. 글을 발행하면 발행 완료로 옮기는데 함께 글을 읽고, 피드백하고, 글을 발행하는 과정을 시각화된 보드로 한눈에 본다는 장점이 있다.
나의 트렐로 사랑은 각별하다. 칸반 보드의 기능이 디지털로 장착되어 할 일이든 글쓰기든 카드를 더욱 쉽게 만들고, 옮기고, 볼 수 있다. 일과 삶을 관리하는 시각적 도구가 맞다. 당분간 사랑이 식지 않을 것 같다. 여러분도 트렐로의 사랑에 빠져보면 어떨까?
여러분이 사랑하는 글쓰기 도구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