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글쓰기 오답 다섯 가지
글쓰기에도 오답노트가 필요하다
작년 8월에 처음으로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다. 매주 과제로 글을 써내고, 합평을 듣고, 첨삭 피드백을 받았다. 문우가 내 글을 읽으며 어떤 부분이 공감되었거나 어떤 부분은 설명이 좀 미흡한 것 같으니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편하게 말해줘서 즐거웠다. 내가 쓴 글에 대한 첨삭 피드백을 처음으로 받아 보았는데 낯이 뜨거웠다. 칭찬도 있지만, 고쳐야 할 점도 많았다.
'그렇지. 맞는 말이야. 그렇게 쓰지 말아야지.'
생각은 하지만 매번 동일한 잘못된 표현을 사용했기에 첨삭 피드백의 내용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내가 누구인가? 범생이에 정리의 여왕 아닌가? 바로 오답노트를 만들었다. 매번 같은 사항을 지적받아 작가의 자존심에 더이상 스크래치를 내고 싶진 않았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수정 사항이 나왔지만 말이다.
비문(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없애려면 김정선 작가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나 박태하 작가의《책 쓰자면 맞춤법》을 옆에 끼고 수시로 참고하는 게 좋다. 하지만 내용이 방대하고 일일이 챙겨서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글쓰기도 습관이다. 자신이 주로 저지르는 잘못된 글 습관만 오답노트로 정리하면 퇴고에 도움을 받는다.
작가가 주로 저지르는 잘못된 글 습관을 제시하니, 자신의 글과 비교해 보고 어떤 개선 사항이 필요한지 참고하자. 자신만의 오답노트를 만들어 보자. 정 안되면 포스트잇을 붙여 놓고 조심하는 것도 방법이다.
첫째, 굳이 '나는'이 없어도 될 문장에 '나는', '나의', '내'가 들어가지는 않았는가?
'나는'이라고 문장을 시작하지 않아도 독자는 안다. 굳이 '나는'을 강조하면 독자의 글이 아닌 작가의 글이 되어 공감을 얻기 어렵다. 가급적 문장에서 불필요한 '나는'을 없애자. 나는 포스트잇에 '나는'이라고 써서 붙여 놓는다.
둘째, 만능동사 '하다'를 남용하지는 않았는가?
글을 다 쓴 다음 찾기 기능을 사용해서 '하다'를 검색해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하다'로 통하는 문장이 수두룩하다. 과제를 하고, 일을 하고, 싸우고 하다가, 퇴고를 하다 보니, 등 다른 구체적인 동사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에 굳이 '하다'를 사용한다. 과제를 마치고, 일을 끝내고, 싸우다가, 퇴고를 거쳐로 바꿀 수 있다. 사전의 예문을 참고하여 다양한 동사를 구사하라.
셋째,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는가?
추상적인 표현 중 하나가 '잘'이다. '잘'만큼 애매한 게 있을까? "어떻게 쓰면 될까요?"라는 질문에 "잘 쓰세요"라는 대답만큼 추상적인 게 없다. '잘'이라 표현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오답노트를 만들어서 곁에 두고, 퇴고하기 전에 컨트롤+F 키를 눌러 자주 사용하는 불필요한 표현은 없는지 찾아보세요."라고 쓰자. '얼마나', '그런'과 같은 유사 표현에 유의하자.
넷째, 주어와 동사가 불일치하지는 않았는가?
대표적인 비문은 주어와 동사의 불일치하는 문장이다. 우리말은 동사가 끝에 위치하다 보니 길을 잃고 주어와 일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이 주어인데 사물에 사용하는 동사를 사용하거나, 사물이 주어인데 사람의 행동을 묘사하기 일쑤다. 주어와 동사를 일치시키거나 자신이 없다면 문장을 간결하게 쓰자.
다섯째, 번역체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는가?
주로 현재 진행형이나 대과거, 수동태 등 영어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일기를 써오고 있다, 일기를 썼었다, 일기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등의 표현은 일기를 쓴다, 일기를 썼다, 일기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로 현재형, 과거형, 능동태를 사용하자. 독자가 읽고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는 노력을 기울이자.
나의 오답노트는 이보다 많은 것을 포함한다. 부끄럽지만 아직까지 습관을 완전히 고치진 못했다. 수시로 들여다보며 반성하고, 노력하면 언젠가 매끄러운 글을 쓸 날이 오지 않을까?
여러분이 자주 저지르는 잘못된 글 표현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