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본격 전환의 시기, 사무환경연구팀의 오피스 단상
퍼시스 사무환경연구팀이 직접 본 오피스 트렌드 오피스 Now 시리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오피스 소식을 전합니다.
만 3년을 함께한 마스크와 이별 후, 오피스는 다시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게 될까요?
아니면 이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오피스로 진화하게 될까요?
그 갈림길에 서 있는 오피스와 이를 둘러싼 상황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앞으로의 오피스를 좌우할 가능성과 위기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선택을 해나가며 때로는 선택을 번복하기도 하고, 선택 이후 새로운 선택을 통해 이전 선택 결과에 대한 밸런스를 맞추기도 하죠. 어떤 선택은 돌이키기 어려워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가끔은 선택의 시점이 그 영향력을 좌우하기도 하고요.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이어지는 3년 남짓의 위기와 변화를 겪고 난 바로 지금이 앞으로 오피스가 어떻게 진화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의 시기일 지도 모릅니다. 작년부터 이어진 경기 한파, ChatGPT와 같은 디지털 기술의 비약, 정부의 근로 개편안에 관한 논박까지, 향후 오피스의 변화 방향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요인들이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의 여러 요인들이 오피스를 어디로 이끌어다 놓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텐데요. 확실하게 가시화되고 있는 현상은 유연한 근무 환경과 관련한 새로운 시도와 투자의 축소입니다. 경제 혹한기를 버텨내기 위한 ‘긴축’과 변화 모멘텀으로서의 오피스(직원)에 대한 ‘투자’ 사이에서 어떻게 밸런스를 맞출 것인지가 앞으로의 기업 운영에 있어 큰 숙제가 되겠네요.
노동 인구의 감소, 근무 시간 갑론을박
최근 정부의 근로 개편안(69시간까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어요. 사실상 연장 근로를 늘리는 제도라는 우려와 함께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는 골자를 왜곡한 해석이라는 변론이 펼쳐지며 앞으로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노동 시간 그 자체만의 문제는 아닌데요. 흔히 노동력이라 불리는 ‘일하는’, ‘사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요. 1인 가구의 증가, 출산율 저하와 인구 감소, 인구 고령화와 같은 인구 구조의 변화는 오피스를 사용하는(할) 사람들의 변화라는 점에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결국 이들이 일하고자 하는 방식과 이들이 만들어나가는 조직 문화가 미래의 오피스를 그리는 데에 청사진이 되기 때문이죠.
지난 2022년을 기준으로 인구가 자연적으로 12만 명이나 줄었다고 합니다. *2020년을 정점으로 한국의 인구는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고 해요. 노동 인구도 줄어드는 거죠. 이에 노동 시간을 늘리거나 노동 인구의 연령 제한을 완화하는 등 노동력을 확보하려는 '양적’ 보완 시도가 뒤따릅니다. 그런데 이런 노동량을 늘리는 양적 보완은 그 효과가 즉각적일 수는 있으나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구조 변화나 노동 환경의 개선, 생산성 개선 등 ‘질적’ 보완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2022년 주민등록 인구통계, 행정안전부 조사
질적 보완의 여러 가능성 중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인공 지능과 로봇의 활용입니다. 경제 활동이 가능한 인구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ChatGPT 같은 AI나 다양한 업무 보조 툴, 업무 활동을 보조 하는 로봇들이 개발되어 이를 활용하는 개인의 생산성은 늘어나고 있죠. 그만큼 기업에서는 조직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동의 의미 또한 재정의 될지도 모르겠어요.
오피스 퍼스트? 저마다의 전략
올해 1분기에는 마스크 의무 착용이 드디어 해제되었죠. 이제 출퇴근길 대중교통 안에서도, 회사 안에서도 사람들의 맨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하는 엔데믹의 일상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죠.
근무 방식에 있어서는 원격 근무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이 뉴-노멀로 자리 잡은 듯 보였어요. 그런데 본격적으로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면서 기업들은 근무제도와 근무환경을 다시 점검하고 있습니다.
해외는 물론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리모트 퍼스트(Remote First)에서 오피스 퍼스트(Office First)로 돌아서는 모양새인데요. 원격 근무를 아예 종료하거나, 지속한다고 하더라도 그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죠. 이와는 정반대로 직원들에게 이전보다 더 자유롭게 근무 장소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기업들도 있어요.
뉴-노멀에 얼마큼 진심이었을까
"너희 회사는 계속 재택해?”라고 주변에 물으며 서로의 근무 환경을 비교하고, 어느 회사가 더 나은지 평가해본 경험 없으신가요? 물론, 재택근무제의 존폐 여부나 적용 범위 만으로 어느 기업이 더 우수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기업이 '뉴-노멀에 얼마큼 진심이었는지'는 엔데믹 시대 근무 제도와 조직 문화를 재구성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원격 근무 방식을 채택하면서 기업들은 대체로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물론 책임도 함께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공간에서 일하는 유연한 업무 환경 하에 직원들은 개별적으로 일이 더 잘 되는 나만의 시스템을 찾아 적용해 보는 시도가 가능했죠.
'보다 유연한 업무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뉴-노멀은 얼마나 자리를 잡았을까요? 기업이 뉴-노멀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선 뉴-노멀을 ‘성장의 기회, 변화의 모멘텀’으로 본 경우입니다. 직원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각자 일이 잘되는 환경과 프로세스를 실험해 본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기업에 잘 맞는 우리만의 일하는 방식, 직원들이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우리만의 조직 문화를 탐구해 본 것이죠. 이런 기업들은 또 다른 위기를 마주하더라도, 계속해서 기업에 최적화된 근무 제도와 조직 문화를 찾아낼 확률이 높아지겠죠. 그리고 그만큼 조직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고요.
반대로 팬데믹으로 시작된 원격 근무(재택근무)를 언제든 롤백(Roll-back)할 수 있는 ‘임시대응책'으로 생각한 경우가 있습니다. 방역 또는 인재이탈 방지 등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접근하여 원격 근무 경험치를 기업의 근무 제도나 조직 문화를 레벨업 하는 데에 활용하지 않은 것이죠. 코로나 이전의 업무 방식으로 단순히 '회귀'하는 기업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런 선택을 충분히 납득하지 못하는 직원들과 기업 간의 갈등이 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엔데믹 전환 이후, 경기침체와 맞물려 근로시간과 근무제도를 두고 정부와 근로자, 기업과 구성원 사이 의견 대립이 팽팽해보입니다. 원론적일 수 있지만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 업의 특성, 조직 지향점을 다시 점검하는 한편 구성원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한 충분한! 소통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