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스 사무환경연구팀의 Guide to 워케이션
일 Work + 휴가 Vacation = 워케이션 Workcation
익숙한 업무 환경을 벗어나 휴양지나 관광지에서 근무하는 것을 일컫는 워케이션은 원격근무의 보편화로 일하는 공간의 제약이 줄어들게 되면서 본격 확산하기 시작되었습니다. 초기에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하나의 복지로써 휴가의 개념이 강조되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생산성 증진을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점차 다양화되는 워케이션 유형과 사례를 살펴보고, 앞으로 지속 가능한 워케이션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워케이션은 기본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워크(work)와 숙식을 할 수 있는 스테이(stay) 두 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일과 쉼이 모두 가능한 공간이어야 하는 것이죠. 그 외에도 식음/문화/레저 등 다양한 어메니티(amenity)가 함께 구성되기도 합니다. 워케이션 프로그램의 워크, 스테이, 어메니티 이 세 가지 요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다양한 유형이 나타납니다.
운영 관점에서도 유형 분류가 가능한데요. 일하는 개인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개인 주도형’과 기업에서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 주도형’으로 유형을 분류하기도 합니다. 또한 청년층의 지역 주입을 주된 목적으로 체험형 워케이션을 운영하는 ‘지역 사회 연계형’도 있고요.
대표적인 사례와 함께 유형들을 분류해 보겠습니다.
코사이어티 빌리지는 마을(village)이라는 네이밍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안에서 일과 쉼, 그리고 즐길거리를 모두 누릴 수 있도록 계획되었습니다. 도로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진 자연경관 속에 위치하여 조용한 숲 속 마을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일반 고객 대상의 스테이와 기업 고객 대상의 레지던스(residence)가 나뉘어 있습니다. 개인 업무 공간인 공용 워크 라운지와 팀-빌딩(team building) 활동 등의 협업이 가능한 워크숍 공간도 마련되어 있죠. 빌리지 내부에는 카페/펍/식당이 입점해 있어서, 특별한 액티비티를 계획하지 않더라도 빌리지 안에서 일과 쉼에 충실히 임할 수 있어요.
https://cocietyvillage.co.kr/
제주도에서 조천점과 사계점 두 지점을 운영 중인 오-피스(O-PEACE) 제주는 프리랜서와 노마드 워커(nomad worker)를 대상으로 공유 오피스와 스테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개더링과 체험형 프로그램 등 자체적인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고요. 스테이의 유형 또한 나뉘어 있는데요. 공유 오피스와 연결된 숙박 시설 또는 별도의 독채로 나뉜 시설이 있어 워크와 스테이 사이의 밸런스를 사용자가 직접 조절하기에 용이합니다.
https://o-peace.com/
기업의 거점 오피스를 휴양지에 마련하는 워케이션 유형도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복지 프로그램으로 워케이션 경험을 꾸준히 제공하는 기업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유형이죠. 기업 소유의 부동산 중, 휴양지에 위치한 숙박 시설이 있다면 보다 쉽게 이러한 공간을 유치할 수 있는데요. 기존 숙박 시설에 직원 전용 업무 공간을 조성하여 스테이 중심의 워케이션 지점을 운영할 수 있겠죠. 또는 본래 숙박 시설이 아니더라도 기업이 관광지나 휴양지에 소유하고 있는 건물이 있다면 이 부지에 업무 공간을 제공하고 숙소는 구성원 개인이 선택하도록 하는 워크 중심의 워케이션을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CJ그룹은 제주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분포한 그룹 계열사 사옥을 이용해 여러 거점 오피스를 조성한 CJ는 그중 제주도의 거점을 활용해 특별히 한 달 살기 워케이션을 실현한 것이죠. 또 한화생명은 양양 브리드호텔에 리모트 워크 공간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어요.
지역 지자체의 지원과 민간 기업의 기획&운영이 함께 더해진 사회 연계형 유형도 늘고 있어요. 이는 지역 활성화를 통해 해당 지역으로 생산력과 소비력을 갖춘 청년층을 유입을 최종 목표로 하는 유형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원격 근무가 가능한 직장인이나 프리랜서 청년을 대상으로 지역 관광 프로그램을 연결해 주는 유형이 있으며 또는 본격적으로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http://thewavecompany.co.kr/padosalon
https://hansannomad.kr/#/
워케이션은 오피스라는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 휴양지라는 비일상적 환경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리프레쉬 경험을 줍니다. 일하는 환경의 극적인 변화에서 오는 새로운 자극과 영감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보다 창의적인 프로세스로 일할 수 있도록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고요.
워케이션 오피스는 ‘비일상적 경험’ 통해 창의성을 자극하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회사에 있는 사내 라운지에서 일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적극적인 휴식과 리프레쉬 경험을 주는 공간 기획이 중요하죠. 비일상적 경험을 만드는 공간 유형 4가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창의적 공간의 기본 속성: 개방성/융통성/자율성/유희성/다양성/연결성/안락함*
*최형주(2016)의 '창의성을 촉진하는 초등학교 공간 속성에 관한 연구'中 워케이션/오피스 공간에 맞춰 추려냄. 창의적 공간의 기본 속성 10가지: 융통성, 개방성, 다양성, 연결성, 안락함, 유희성, 자율성, 충분성, 복합성, 협력성
워케이션 공간의 내/외부 환경에는 일하는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자극 요소들을 배치해 일상적 근무 환경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감각적 경험이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이나, 감각적인 그래픽, 사인, 인테리어 요소 등의 자극들은 비일상성을 극대화하면서 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의 창의성을 증진시킵니다.
일반 오피스의 회의 공간보다 적극적인 소통과 교류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 세팅도 중요합니다. 은근슬쩍하게 구성원들 사이의 우연한 만남을 넛지(nudge)하는 것보다 훨씬 적극적인 교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주요 동선 상 시각적-물리적 접근성이 뛰어난 위치에 소셜 공간을 배치하는 식이죠. 회의실의 경우에도 보다 편안한 분위기와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조성하고요.
아직은 생산성 있는 일을 잘하는 데에 더 포커스 되어 있는 기존 오피스에 비해, 소통과 교류의 장을 하는 커뮤니티의 기능을 강화시킨 워케이션 공간은 역시나 비일상적인 공간으로서 전에 없던 새로운 시너지를 발현시키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휴양지에서 근무한다는 것 자체로도 쉼의 속성이 있지만, 여기에 공간적 장치나 분위기가 더해지면 일하는 사람에게 더욱 넘치는 재-몰입의 모멘텀을 줄 수 있습니다. 개인마다 재충전의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마음을 가다듬고 쉬는 곳인 은신처 공간부터 다른 사람들과 만나 웃고 떠들 수 있는 개더링 공간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재충전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좋아요.
통념상 결합되기 어려운 ‘일'과 '유희/재미’, 이 두 요소가 결합된 공간 요소도 워케이션 오피스의 비일상성을 증진시킵니다. 공간의 유희성뿐만 아니라, 통념을 깨는 시도 자체도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의 창의성을 일깨우죠. 업무 공간에 유희적인 요소를 접목시킬 때, 해당 요소가 자극하는 감각의 스펙트럼이 넓을수록 유희성이 극대화됩니다.
기업에게 워케이션은 인재 확보를 위한 전략이자 조직의 긍정적 성과를 이끄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에게는 새로운 몰입의 경험이자 나아가 또 다른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영향력이 있죠. 워케이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를 더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워케이션이 단발성 복지가 아닌 지속 가능한 하나의 업무 방식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올바른 인식과 문화가 함께 자리 잡아야 합니다.
비대면 소통을 베이스로 진행되는 업무인 만큼, 조직원간 지켜야할 원칙 그리고 원격 업무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미리 설정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의 업무 진행 과정을 볼 수 없는 업무 특성상, 과정보다는 결과 중심의 평가 도입이 필요하죠. 그래야만 워케이션을 ‘성과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하나의 업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워케이션 활용을 꺼리지 않도록, 기업에서 그리고 직원들 간 워케이션을 휴가가 아닌 업무로 인식해야 합니다. 더욱이 관리자급에서 우선적으로 나서 워케이션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증하여 조직에 전달하는 역할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