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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리 Mar 15. 2020

일터에서 몸, 머리 그리고 마음의 균형

어린 시절에 공부를 등한시할 때마다 어머니께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너, 그렇다가 커서 농사꾼 밖에 할 게 없다.” 

그때는 그 소리가 듣기 싫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리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몸으로 일하는 직업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과도한 정신노동으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차라리 몸으로 부딪치는 일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업무를 통해 알게 된 근로감독관 E는 넘쳐나는 민원 업무에 지쳐서 최근에는 목공으로 전업을 알아본다고 합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마다할 만큼 업무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 같습니다.  지난날 어머니에게 들었던 질문을 이제는 제가 아들에게 묻습니다.

    “아들아~ 너는 커서 어떤 일을 하고 싶니?”
    “음… 잘은 모르겠지만 머리 쓰는 일은 안 할 거야.”

공부하기 싫어서 내뱉은 말인 줄은 알지만 그래도 살짝 걱정스러워 몇 마디 덧붙입니다.  

몸으로 하는 일도 좋은데, 몸만 쓰는 일은 살기 힘들어진다.  몸과 머리를 같이 쓰는 직업을 찾아보면 어떨까?


몸으로 일하는 사람을 blue color, 머리로 일하는 사람을 white color로 부릅니다.  그러나 블루 칼라도 몸만 사용하는 것보다 몸과 머리를 함께 써서 일하는 것이 본인이나 회사에 득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품질이나 안전 등의 요소는 지적인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담당업무를 개선하기 위해서 학습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몸이 조금 더 편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회사에서 일 머리가 있는 것으로 인정을 받아서 임금인상이나 승진의 혜택을 누리기까지 합니다.  

[육체노동의 균형 조정]

반면에 화이트 칼라는 머리 외에 몸을 사용하는 빈도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획안을 작성할 때도 서면조사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관련자의 의견을 듣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몸을 쓰는 일을 찾기 어렵다면 일부러 시간을 할애하여 운동으로 몸을 단련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머리를 사용하는 힘을 기를 수가 있습니다.  

[정신노동의 균형 조정]

한편, 일을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 중에는 몸과 머리 이외 ‘마음’이 있습니다.  마음은 몸과 연결되어 있지만 머리와 관련성이 높습니다.  업무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 화이트 칼라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블루 칼라에게 발생하는 산업재해 유형은 대부분 신체 외부의 부상이지만, 화이트 칼라는 주로 신체 내부의 질병 즉, 과로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스트레스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머리가 고장 나거나(뇌혈관 질환), 심장이 망가지는 경우(심혈관 질환)가 생깁니다. 


최근에는 마음을 쓰며 일하는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감정노동’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노동자의 감정이 소진되지 않도록 산업안전 차원에서 보호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일을 할 때 마음을 빼버리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마음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나오는 마음이 ‘성심’이고,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끌어내는 마음이 ‘감정’입니다.  육체노동이나 정신노동 모두 예외 없이 일을 할 때 감정을 배제해야 하지만 성심껏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받는 알바에게 성심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그냥 표면적인 감정노동만 잘 수행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주변에 업무상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마음에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몸과 머리로 에너지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이나 고용불안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면, 움츠리지 말고 몸을 움직여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 낫습니다.  월요일에 발표할 프레젠테이션이 걱정된다면 달콤한 주말의 늦잠을 미루고 PT 연습을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합니다. 


이어령 교수가 어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미 일어난 과거를 알려면 검색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려면 사색하고, 미래를 알려면 탐색하라. 이 삼색을 통합할 때 젊음의 삶은 변한다.”

여기서 검색은 머리로, 사색은 마음으로, 탐색은 몸으로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삶에 변화를 원한다면 몸-머리-마음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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