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이도 살았다.
삼십 년 전쯤에
남자는 집 앞 개천에서 흑룡이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꿈을 꾸었고
여자는 집채만 한 구렁이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일 년 뒤에 꿈에 바라던 아들이 태어났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랐다.
어릴 때부터 빈 종이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어린이집에 가선 늘 돌을 주워오곤 했다.
남자아이였지만 눈물을 흘리는 날이 많았고
자라 가는 모습도 유약하기 그지없어 태몽과 달리 보이기도 했다.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서 그랬는지
어른들을 대할 때 어려워하지 않았고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선
글을 쓰기 시작했고 곧잘 상도 잘 타와
학교 정문에 플래카드도 몇 번이고 걸렸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아들은
대학에 가고 나선 영 다른 길을 향해 갔다.
이것저것,
정치하는 사람들과도 어울리고
유명한 작가들과도 어울렸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간 군대에서도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앞니가 부러진 것 말곤 무사히 잘 전역도 하였다.
별안간 서울에 올라가 일을 하길 몇 년이 되었고
부모는 아들이 그런대로 밥값은 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아들이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삼십 년 만에 처음 듣는 말이라 믿질 않았지만
그래도 가야만 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모르겠지만
그게 부모니깐.
혹여나 뒷날의 내가
그때의 우愚를 범할까 두려워
글로 이를 남기고자 한다.
서른에 리본을 다시 매어
삶을 부지했던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