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30 ReBro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영준 Jun 23. 2024

1

덧없이도 살았다.


삼십 년 전쯤에

남자는 집 앞 개천에서 흑룡이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꿈을 꾸었고

여자는 집채만 한 구렁이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일 년 뒤에 꿈에 바라던 아들이 태어났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랐다.


어릴 때부터 빈 종이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어린이집에 가선 늘 돌을 주워오곤 했다.


남자아이였지만 눈물을 흘리는 날이 많았고

자라 가는 모습도 유약하기 그지없어 태몽과 달리 보이기도 했다.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서 그랬는지

어른들을 대할 때 어려워하지 않았고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선

글을 쓰기 시작했고 곧잘 상도 잘 타와

학교 정문에 플래카드도 몇 번이고 걸렸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아들은

대학에 가고 나선 영 다른 길을 향해 갔다.


이것저것, 

정치하는 사람들과도 어울리고

유명한 작가들과도 어울렸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간 군대에서도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앞니가 부러진 것 말곤 무사히 잘 전역도 하였다.


별안간 서울에 올라가 일을 하길 몇 년이 되었고

부모는 아들이 그런대로 밥값은 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아들이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삼십 년 만에 처음 듣는 말이라 믿질 않았지만


그래도 가야만 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모르겠지만


그게 부모니깐.





혹여나 뒷날의 내가


그때의 우愚를 범할까 두려워


글로 이를 남기고자 한다.



서른에 리본을 다시 매어

삶을 부지했던 이야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