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
매년 오월 중순이 되면
거리를 오가는 눈길이 즐겁다.
어느 나무나 지난 찬바람 견디며 모아둔 젊음을 뻗어올리고
어느 꽃이나 생의 목적을 위해 자신을 태워낸다.
그 중에서도 난 장미를 참 좋아한다.
붉게 겹겹이 타오른 색이며 진한 향기, 덩굴 아래 새침한 가시까지 여러 모로 매력적이다.
그리고 장미가 필때 쯤,
잊었던 은사분들께 연락을 드린다.
다만 십수 년의 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을 드리며
내가 가르쳐주신대로 잘 살아내고있는가에 대해선 아직 확답을 드리진 못하겠다.
계백장군같이 씩씩하게 자라나라고 응원하시던 유치원 선생님부터
정년을 앞두고 손자처럼 이뻐해주시던 선생님, 유대감이라 부르며 늘 손잡아 이끌어주시던 분, 첫 부임지에서 우리때문에 고생한 선생님..
자기 삶처럼, 아니 자신을 갉아내며 제자를 위하던 분들까지.
그 중 몇 분은 이미 연락을 드릴 수 없다.
치매에 걸리신 분도, 연락이 두절된 분도 계신다.
젊은 나이에 하늘이 시샘해 일찍 데려가신 분들도 계신다.
지난주말 그 중 한 분을 뵙고오며 참 많이 울었다.
아이처럼 울었고 안기고 싶었지만 안길 품이 없었다.
풍수지탄이 부모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리라.
그래서 남아계신 분들께 더 자주 뵙고 또 가르침을 청하고싶다. 아무 것도 모르던 아이처럼 책상 앞에서 책장에 낙서하다 걸려 혼나고 싶은 날이다.
날씨가 퍽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