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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준 Dec 19. 2024

매년 다시 붉게 타오르는 장미처럼.

2024.05

매년 오월 중순이 되면
거리를 오가는 눈길이 즐겁다.

어느 나무나 지난 찬바람 견디며 모아둔 젊음을 뻗어올리고
어느 꽃이나 생의 목적을 위해 자신을 태워낸다.

그 중에서도 난 장미를 참 좋아한다.

붉게 겹겹이 타오른 색이며 진한 향기, 덩굴 아래 새침한 가시까지 여러 모로 매력적이다.

그리고 장미가 필때 쯤,
잊었던 은사분들께 연락을 드린다.

다만 십수 년의 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을 드리며
내가 가르쳐주신대로 잘 살아내고있는가에 대해선 아직 확답을 드리진 못하겠다.

계백장군같이 씩씩하게 자라나라고 응원하시던 유치원 선생님부터
정년을 앞두고 손자처럼 이뻐해주시던 선생님, 유대감이라 부르며 늘 손잡아 이끌어주시던 분, 첫 부임지에서 우리때문에 고생한 선생님..

자기 삶처럼, 아니 자신을 갉아내며 제자를 위하던 분들까지.

그 중 몇 분은 이미 연락을 드릴 수 없다.

치매에 걸리신 분도, 연락이 두절된 분도 계신다.
젊은 나이에 하늘이 시샘해 일찍 데려가신 분들도 계신다.

지난주말 그 중 한 분을 뵙고오며 참 많이 울었다.
아이처럼 울었고 안기고 싶었지만 안길 품이 없었다.

풍수지탄이 부모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리라.

그래서 남아계신 분들께 더 자주 뵙고 또 가르침을 청하고싶다. 아무 것도 모르던 아이처럼 책상 앞에서 책장에 낙서하다 걸려 혼나고 싶은 날이다.

날씨가 퍽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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