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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선영 Oct 04. 2023

시절의 인연이 있음을...

 

시절의 인연이 있다고 한다. 그 시절에 만나고 헤어지는 관계이다. 그래서 관계에 연연해하기 보다는 관계를 바라봄에 있어 조금은 덤덤해질 필요가 있다. 

학창시절 피천득님의 <인연>의 수필집에 '그리워하면서 한 번을 만나지 못한 사이'라는 글귀가 있었다. 그 문장이 애틋하면서도 좋았다. 마음 속에 품을 수있는 인연이 있는 것도 축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관계에 있어 그리움의 대상과 흘려보내는 대상, 이를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까? 

상담이 끝나고 센터장님께서 시골집에서 가져온 밤을 한 가득 선물해 주셨다. 생밤을 가져와서 보관 방법을 찾아보니 소금물에 한 시간 가량 담그면 상한 것은 물 위로 뜬다고 한다. 내 눈에는 다 빛깔도 곱고 썩은 곳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썩어서 가벼워진 밤은 물 위로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밤을 건져내면서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인연이라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구나. 우리가 만나는 인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짙어지면서 내실이 단단해지는 관계가 있지만, 반대로 시간이 지나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관계가 된다. 그런 관계는 내 마음에서 떠나지게 된다. 그런데 이건 바로 알 수 없다. 시간이 필요한다. 

시간을 경험해 본 관계에서 우리는 그때안다. 이 관계가 나에게 상처만을 남긴 관계인지 아니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관계인지 말이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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