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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ld traveler Nina Mar 16. 2021

팀장님, 저 좀 다른 팀으로 보내 주시면 안 될까요?

Prologue #1_보직 변경의 시작


 2012년, 나는 경영진 비서와 문화 기획을 하는 팀 지원업무를 겸하고 있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문화는 사랑하는 내게 문화기획팀의 업무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비서 업무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웃어른에 대한 예의를 중요시하는 내 특성상 어른을 모시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내가 모시고 있는 상사의 끝을 모르는 승진이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마케팅 본부장으로 근무하셔 그저 사무실 출근 전, 그리고 퇴근 후 책상 정리를 해드리고, 전화를 대신 받는 일 정도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부사장까지 승진이 이루어진 후에는 난 문화 기획 업무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비서 업무만을 전담했다. 고로 나의 휴가는 부사장님의 휴가와 맞춰졌다.


일과 삶의 밸런스인 워라밸를 중시하는 나와는 달리, 부사장님은 경영진 마인드로 일했기 때문에 회사를 오래 비우는 것을 싫어하셨고, 그 때문에 휴가는 2일 이상 가지 않으셨다. 덕분에 내 장기 휴가도 안녕을 고했다. 여행으로 업무 스트레스를 푸는 내게 이러한 사태는 그 어떤 일들보다도 중대했다. 일을 마치고 동료들이 퇴근해도 나는 부사장님이 퇴근하시기 전에는 일어설 수 없었다. 답답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날 가둬두는 이 환경이 지긋 지긋했다. 그래서 팀장님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팀장님,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평소에 면담 신청도 잘 안 하는 얘가 무섭게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

“...네.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흠... 일단 알았어. 점심 먹고 오후에 얘기하자.”     


내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팀장님께 어떻게 말씀드리지? 뭐라고 얘기해야 가장 합리적이고, 단호하고, 설득력 있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뿐이어서 오전 내내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드디어 점심시간. 점심 메뉴고 뭐고 점심 이후의 면담에만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점심을 먹고 양치를 한 후 팀장님이 뭔가 안 좋은 기운을 감지하셨는지 사내 메신저로 업무는 잠시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바람 쐴 겸 잠깐 나가서 이야기하고 오자고 하셔서 우리는 근처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도착해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켜 테이블에 앉았고 드디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 외국인 근로자로 산다는 것은 매주 화요일 발행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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