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정원을 거니는 기분
우리는 왜 여행을 좋아할까?
단순히 익숙한 환경에서 해방되고 맛있는 걸 먹고 놀 수 있기 때문일까.
이번 결혼 10주년 여행지를 예술의 섬 '나오시마'로 정하면서 나는 예전과 같이 나오시마 섬에 대한 막연한 인상이나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책을 찾아서 읽었고 다른 여행자들이 미리 찍어둔 사진과 이미지를 보면서 상상 속에서 그곳에 대한 느낌을 만들어 갔다. 그런데 막상 '나오시마 섬'에 도착했을 때 나의 예상이 모두 빗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그곳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고 프랑스 여행객들이 정말 많았다. 이 장소가 왜 이렇게 프랑스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예전에 '영국 여행잡지 Traveler에서 선정한 '꼭 가봐야 할 세계 7대 명소' 리스트에 오른 적이 있다고 한다. 또한 최근에는 2025년 영국 BBC가 선정한 '2025년 여행해야 할 세계 25곳' 순위에도 올랐다고! 단순히 이런 순위 하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이토록 유럽 관광객이 많이 여행온 동양의 여행지는 처음인 듯했다. 추측컨대 예술을 좋아하는 프랑스 & 유럽인들이 '지추 미술관'의 모네 '수련'을 보기 위해 이 먼 곳을 찾아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나오시마 섬은 상상했던 것보다 자연이 아름다웠고 주변에는 온통 새소리가 가득했다. 새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식상하지만 정말 여기가 '지상 낙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오시마 섬을 남편과 걷고 또 걸으면서 편견을 갖지 않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곳인데 막상 어떤 장소에 도착했을 때 감탄을 금치 못한 경험~! 되돌아보면 '여행'은 늘 내게 이런 충격과 새로움을 안겨주었고 나는 그렇게 예상치 못한 '발견'을 위해 여행을 떠났던 것 같다. 그곳이 가까운 곳이든지 아주 먼 곳이든 익숙한 풍경을 벗어나 만나는 모든 낯선 환경들은 잠들어 있던 인간의 감각을 일깨우는 것만 틀림없으니까! :D
지추 미술관은 내부 촬영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미술관 내부의 풍경만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 미술관 내부에는 아주 멋진 뮤지엄 카페가 있었고 보통 관광객들은 대부분 외부로 이어진 야외 카페 자리에 앉아서 브런치와 tea를 즐겼다. 남편과 나는 이곳의 지역 특산물인 '올리브 Olive'로 만든 소다 음료를 마시며 나오시마 섬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평생 이런 아름다운 풍경만 바라보며 산다면 모두 온순한 양이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여행은 정말이지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참, 나오시마 섬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먹을 곳이 많지 않다는 점이랄까! ㅠ 여행 전 나오시마 섬에 음식점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 여행 후기에서 읽어볼 수 있었고 '설마~' 싶었지만 그 말은 사실이었다. ㄷㄷ 그래서인지 보통 관광객들은 뮤지엄 카페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남편은 나오시마 섬에 음식점이 많지 않다는 후기를 어디선가 읽었는지 페리를 타기 직전 편의점에서 샌드위치 기타 등등.. 을 부지런히 챙겨놓았는데 이 점은 아주 많이 칭찬하는 바이다. ^^;;
최근 인천 - 다카마쓰로 가는 직항 노선이 생겨나면서 이제는 꽤 많은 한국인들이 나오시마 섬을 찾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시코쿠' 지역은 한국인에게 그리 익숙한 일본 여행지는 아니지만. 가끔 이런 아름다운 보물 같은 장소를 발견하게 되면. 그냥 주변 사람들이 이곳을 영영~ 몰랐으면 좋겠다는 사악한? 생각도 하게 되는데. '나오시마 섬'도 내겐 그런 장소 중 하나였다. 이런 여행 장소에 대한 기록을 꼼꼼하게 남겨야 하지만.. 게으름 때문에 쉽지는 않다. 흑흑.. (누가 돈이라도 주면 열심히 쓰게 될지 ㅠㅠ 참.. 나약한 인간이여!)
여행지를 다녀오면 마치 집안에만 갇혀있다가 산책을 다녀온 강아지처럼 또 떠나고 싶어진다. 이 무한반복의 여정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으나.. 살아 있는 동안은 계속되지 않을까. 앞으로 또 어떤 여행지를 발견하게 될까.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기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