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삶

후회하지 않는 삶에 대하여...

by 루 살로메
영풍문고에서 단숨에 읽은 책들


7월이 되었을 뿐인데 지독한 폭염이 시작되어서 주말이면 더위를 피하기 위해 남편과 집 근처 신세계 백화점에 자주 들르게 된다.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식재료나 디저트를 구입하고 바로 옆에 있는 영풍문고에 시원하게 앉아서 눈에 띄는 책들을 읽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번 주에는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한강 작가<빛과 실>김영하 작가<단 한 번의 삶>을 읽었다. 그렇게 슬플 내용은 없었지만 지나치지 않으면서 절제된 두 작가의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렸다. 서점의 불편한 계단에 쪼그려 앉아서 몇 시간도 뚝딱 책을 읽는 내 모습을 보면서.. '그래, 이 정도면 책 덕후라..라고 할만 하구나.' 괜히 뿌듯하였다.


한강 작가의 책에는 조금 더 단절된 장소에서의 집필 과정과 식물 정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면.. 김영하 작가의 책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많이 그려져 있어서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흘렀다. 작가가 슬픔을 의도하고 쓴 글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맞이할 이별의 순간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감정 이입이 많이 됐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한강 작가의 글에도 서울을 방문한 어머니가 등장한다.


특히 김영하 작가의 '어떤 위안'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는데. 스스로 느끼는 연민의 감정에 몰입하면서 회환이랄까. 쓸쓸함이랄까. 마치 나의 인생을 다 살아본 것처럼.. 그런 낯선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괜히 낳아 보지도 않은 자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서점 주변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만약, 나도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책 속에서 읽은


'참.. 난 저런 아이가 없지.'


영화의 한 장면을 바라보며 김영하 작가는 되뇌었다는 말처럼. 하지만 그것은 후회는 아니었으며 그 말 속에는 어떤 초월함마저 느껴졌다.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만약'이라는 단어는 일평생 나를 따라다녔고 살아보지도 않은 인생이 어쩌면 지금의 인생보다 더 나았을지 모른다는 이상한 추측으로까지 이어지곤 하였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살아보지 않은 인생,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한 긍정성을 지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러니 살아보지 않고는 결코 그 인생이 어땠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진짜 멀티버스가 존재한다면 나는 조금 더 자유롭게 지금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을까. 조금 더 많은 가능성을 남겨둔 채로. 멀티버스를 떠올리며 어차피 또 다른 내가 지금의 여기서 선택하지 않은 수많은 선택을 하며 다른 삶을 살고 있다면. 현재의 선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마음에 약간의 여유가 솟아나는 것도 같다.


지금 이 장소와 시간 속에서 내가 살아가지 못하는 삶을 다른 우주의 내가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책을 읽으며 어쩌면 '작가'들은 글을 통해서 '위로'를 받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살아보는 것. 지금 여기서 하지 못한 말을 하고. 지금 여기서 하지 못한 선택을 하면서. 어쩌면 자유로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김영하 작가가 책 속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글을 남긴 건 두 분이 기억되길 바란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식이 없는 사람에게 어쩌면 '글'은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남길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르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 또한 나의 사람들과 사물들과 기억들을 열심히 기록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누가 읽을까 싶기도 하고. 이 글이 얼마나 남겨질지도 알 수 없지만.


그런 '위안'으로 오늘 하루도 후회없이 살아보아야지.

다짐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작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