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여행 중 만난 아름다운 곳
겨울을 좋아하지 않게 된 건 언제부터일까. 한때 나도 겨울을 좋아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겠지. 겨울을 기다리고 눈이 내리면 옥상에 올라가서 오빠와 눈사람을 만들던 시절.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겨울은 내게 적이 되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독감이나 감기에 걸리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부모님이 빙판길에 넘어질까 걱정이 앞서는.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소진하려 급히 예약한 11월 초 삿포로행 여행. 역시나 걱정이 앞섰다. 아주 오래전 5월에 방문한 삿포로는 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몹시 추웠으므로 나는 삿포로의 겨울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급하게 여행 책자들을 구입하고 공부를 하면서도 어쩐지 나는 삿포로의 겨울이 (사실 그때는 삿포로의 가을을 오히려 더 기대하였고 단풍이 모두 떨어지지 않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기대되지 않았다. 예쁜 그곳의 단풍을 꼭 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으니까.
삿포로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곳은 늦가을이었다. 첫날은 날씨도 춥지 않아서 겨울 외투를 걸치고 땀을 뻘뻘 흘릴 정도였고. 내의며 두꺼운 겨울 옷만 잔뜩 챙겨 온 것이 급기야 후회스러웠다. 삿포로의 날씨가 이토록 버라이어티 하다는 것을 모른 채. 며칠 후 폭설이 쏟아질 것이란 걸 모른 채. 남편에게 온종일 투덜거렸다.
모에레누마 공원을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여행책자에서 발견한 모에레누마 공원은 왠지 모르게 매력적이었고 조각가이자 건축학자인 이사무 노무치가 설계한 공원이라는 점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난 봄, 다카마쓰에 들렀을 때 꼭 가보고 싶었던 이사무 노무치 미술관이 있었는데 들르지 못했던 터라 아마도 더 그러했을까. 사실 어쩌면 모에레누마 공원보다는 그 안에 있는 예쁜 미슐랭 프렌치 레스토랑이 더 궁금하였는지도 모른다.
모에레누마 공원을 방문하기로 한 날 아침잠에서 깨어나서 호텔 창문의 커튼을 열어 젖혔을 때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물며 소복이 쌓여있기까지 했다. 모든 게 기적처럼 느껴졌다. 11월 초, 삿포로에서 첫눈을 맞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지금 되돌아보면 홋카이도에 머무는 동안 모에레누마 공원을 방문한 건 내게 가장 행운이었다. 삿포로의 겨울이나 삿포로의 눈에 대한 환상이 없었던 내게 그날의 풍경은 어떤 환상으로 다가왔고 그 장소에 있는 동안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이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이 고요는 무엇일까.
모든 것이 정적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영원할 것만 같았다.
눈이 녹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을 만큼
- 홋카이도 <삿포로> 여행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