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선배 김세평> 제1부 - 01 독서하는 직장인

*프롤로그

by 책장인 김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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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 01 독서하는 직장인(프롤로그)


시계를 보니 12시,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나는 집에서 싸온 도시락과 책 한 권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사무실을 나와 회사건물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직원들이 없는 공간을 찾아다닌다. 복도 구석에 위치한 소회의실을 한번 확인해보니 아무도 없는 거 같다. 좋아, 오늘은 여기서 점심을 먹어야겠다.


추운 겨울이라 그런지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소회의실은 너무 추웠다. 뒤늦게 히터를 틀었지만 소용없었다. 너무 추워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래도 몸과 다르게 마음은 평온했다. 왜냐면 잠시라도 이렇게 직원들이 없는 공간에 이렇게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보온기능이 있는 도시락통을 하나 사야하나? 도시락은 너무 차가웠다. 물론 휴게실에 있는 전자레인지로 돌리면 되겠지만 왠지 그곳에 직원들이 있을 거 같아 굳이 가고 싶진 않았다. 그래, 그냥 차갑게 먹자. 나는 차갑게 눌러 붙은 밥을 숟가락으로 퍼 입에 넣는다.


그렇게 도시락을 다 먹고 시계를 보니 12시 8분이다. 와우, 점심을 8분 컷으로 해결하다니! 어제보다 5분이나 빠른 속도였다. 덕분에 남은 52분 점심시간동안 이제 회사에서 나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내가 이렇게까지 나만의 자유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책을 읽기 위해서다.


그렇게 시작된 자유의 독서시간. 근데 손이 얼어 책을 잘 넘길 수 없다. 계속 입으로 호호 불며 손을 녹이며 책장을 넘기지만 쉽지 않다. 에고, 이건 뭐 성냥팔이 소녀도 아니고······. 아니, 회사에서 이렇게까지 추위에 떨어가며 책을 읽어야 하나? 갑자기 현타(?)가 온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다시 가다듬는다. 이봐, 김세평. 지난 날 너의 확신을 잊지 마라! 그래. 나에게는 확신이 있다. 지금 이렇게 고생하며 읽은 책들이 언젠가 이 힘겨운 회사생활을 버틸 수 있는 힘을 내게 가져다줄 그런 확신이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나를 이 회사로부터 구출해줄 것이란 확신도 있고! 내게는 이렇게 독서를 통한 확신들이 있다.


음···. 어느 날부터였을까? 직장을 다니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정말 이상했다. 분명 내 마음인데도 느닷없이 찾아온 불편한 마음을 어떻게든 다독일 수 없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 마음은 이리저리 움직였고, 나는 매일 혼란스러웠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나는 지금의 직장생활에 나름 만족해했다. 안정적인 직장생활, 많진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나오는 월급, 그리고 회사에 소속되어있다는 소속감. 이것만으로도 나는 불만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회사를 향한 불만이 한가득이다. 이제 만족은커녕 나는 회사가 싫기만 했다. 좀 더 상세하게 말하자면, 나는 회사에 잠식되는 게 싫었다.


“김 주임, 지난 번 이야기한 서류들은 다 끝냈어?”


“세평 주임, 팀장님이 이번 프로젝트 시안 어디 있냐고 물어보시는데?”


“주임님은 그럼 다음 휴가는 언제 쓰실 거예요?”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이 언제부터 ‘주임’으로 바뀌어 있었지? 아, 그리고 이제 며칠 뒤면 내 이름이 ‘대리’로 바뀐다면서? 분명 내게는 ‘세평’이라는 좋은 이름이 있는데, 왜 다들 회사라는 곳에선 내 이름을 온전히 불러주지 않는 거지? 왜 내 이름에 자꾸 뭘 가져다 붙이는 거지?


그리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매일 머릿속에 회사생각이 떠나지 않는 내 자신의 상태가 너무 무서웠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출근하여 회사에 몸이 갇히는 건 어쩔 수 없겠다. 그런데 금요일 밤이 되면 다음날 회사 안 간다고 좋아하고, 토요일이 되면 내일 회사 안 간다고 좋아하고, 일요일이 되면 내일 회사 간다고 싫어하고. 몸은 회사 밖에 있는데도 정신은 여전히 회사 안에 살고 있다.


‘나는 회사인가, 아니면 회사가 나인가? 도대체 누가 진짜지?’


뭐지? 이건 마치 내 몸도 마음도 회사의 일부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를 잃어버렸다고 생각이 드니, 그때부터 내게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어떡하지? 정말 이렇게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맞을까?


안되겠다 싶어 나는 동료직원들에게 나의 이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래, 분명 내 이야기를 듣고 동료들은 내게 어떤 조언이나 해결책을 줄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동료들은 내게 네가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서 그런 거라고만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이럴 때일수록 그저 회사에서 버티라는 말뿐이었다. 아니, 이보시오. 나보고 그저 버티라고만 하라는 거야? 이건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평소 친분이 있던 직장상사에게 찾아갔다. 직장상사야 말로 직장생활 경험이 많으신 분이니 분명 내게 좋은 답을 주실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상사의 답변도 똑같았다. 직장상사도 내게 그저 버티라고만 하는 거였다. 심지어 그는 ‘승진’이란 말까지 덧붙이며, 그저 너는 회사 승진만 바라보고 버티라고만 했다.


정말 이상했다. 나는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동료들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들은 완전히 회사에 일부가 된 마냥 그저 입만 열면 회사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커피를 마시면서도 온종일, 늘 회사이야기만 한다!


물론 누구는 내게 그럼 회사에서 회사이야기를 하지, 그럼 무슨 이야기를 하냐고 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이상한 거 같다. 아니, 나는 분명 이상하다! 이상하게도 나는 내 이름을 회사에 내어주고 싶지 않았고, 더 이상 회사에 내 마음까지 잠식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로 택배가 왔다. 지난번 주문했던 책이 도착했다. 나는 평소 독서를 잘 하진 않지만 이 책만큼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바로 그 유명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씨가 처음으로 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이란 제목의 책이다. 손흥민 선수도 좋아하지만 평소 손웅정 씨의 팬이었던 나였기에, 나는 손웅정 씨의 책 출간 소식을 듣고 미리 예약구매를 해놓았었다.


그렇게 회사 당직이었던 날 남들이 퇴근한 사무실에 홀로남아 나는 손웅정 씨의 책을 펴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을 읽었을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책에서 만나는 손웅정 씨의 이야기가 평소 내가 궁금했던 질문에 답이 될 것만 같았다. 나는 내게 답이 될 것만 같은 문구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형광펜을 들어 짙게 표시를 했다.


“마음에 따르는 것이 아닌, 내 마음을 스스로 조종할 수 있도록 매일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마음이 흔들리는 대로 따르지 말고 내가 주도권을 쥐고 내 마음의 흐름을 조종해야 한다.”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고통스럽게 안고 회사에 나가던 나였다. 제발 이 마음이 그만 방황했으면 했다. 그런 나를 알아주기라도 한 듯 책의 저자 손웅정 씨는 내게 이야기한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독서'라고.


“온갖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평온한 마음을 위해, 그 방도를 찾기 위해 나는 책을 본다.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는 건 책이다.”


“독서는 다른 나라, 다른 세대,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아아, 바로 이거다! 내 마음이 흔들림 없이 평온하기 위한 방법은 바로 독서였다! 그래, 나는 그동안 회사로부터 내가 잠식당할까 두렵고 무서웠다. 그런데 내가 책을 꾸준히 읽기만 한다면 나는 회사에 잠식당하지 않고 온전히 내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독서를 통해 회사 밖에 있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내 시선과 마음은 회사에 갇힐 수 없고,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은 지식과 지혜로 회사가 주는 어떤 불안이나 두려움으로부터 내 마음을 지켜낼 수 있는 거다.


“독서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독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는 그렇게 독서를 통해 내 자신을 회사로부터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렇기 위해 먼저 독서시간을 확보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기로 했다. 비록 우리 회사는 점심식사도 다 같이 함께 먹어야 한다는 단체생활을 강조하는 문화였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점심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확보했고, 대부분 책 읽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어느덧 3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나는 회사 점심시간만 이용했을 뿐인데도 많은 책들을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책 저자들과 만남을 통해 직장에서 이리저리 흔들렸던 마음을 이제는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간 있던 마음에 두려움이나 불안감도 많이 사라졌다.


특별히 나는 독서를 통해 회사에 잠식되지 않고 온전히 내 자신을 지키고 싶었고, 감사하게도 지난 몇 년간 여러 책들을 읽으며 회사로부터 내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여러 지혜들을 만났다.


그런데 그동안 만난 지혜들은 놀랍게도 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마치 회사를 대적하고 대항하는 어떤 수단이나 방법은 아니었다. 내가 만난 지혜들은 바로 광야 한가운데 마주하는 오아시스 같았다. 나는 이 오아시스 같은 지혜들을 한 단어로 ‘위로’라고 불렀다. 그렇다. 나는 책을 읽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고, 내가 받은 위로는 나를 광야 같은 직장생활 가운데 나를 지켜주었다.


그런데 내가 만난 위로라는 이름의 오아시스를 나만 독차지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좀 찜찜하다. 나만 누리기에는 내게 오아시스를 알려준 책 저자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 양심에 따라 내가 독서를 통해 받은 위로를 책으로 써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물론 나 같은 사람이 책을 쓴다는 게 굉장히 조심스럽다. 나는 평생 글이란 걸 써본 사람이 아닌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같이 글 쓰는데 실력도 없는 사람이 글을 썼다 도리어 여러분과 그리고 책 저자들에게 오해를 사고 피해만 드리는 게 아닐까 두렵다. 왜 내게는 위로가 되었던 책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책 저자의 의도와 다르게 내가 전달할 수도 있는 거고······.


그래서 이 책을 쓰기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지난날의 나처럼 힘들어하고 있을 당신을 생각하니 용기를 내보기로 한다. 난 정말 당신을 위로하고 싶어 책을 쓰려고 하는 거고, 다른 의도가 없음을 당신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혹시 내 글에서 불편함을 느꼈다만 미리 사과하겠다! 혹시라도 내 글을 읽고 마음이 불편했다면, 너무나도 부족한 사람이 서툴게 쓴 글이어서 그런 거니, 부디 마음 넓은 당신이 이해해줬음 한다.


아무튼 이왕 ‘세상평온’이란 뜻으로 지어진 이름의 김세평을 만난 김에, 나는 당신의 마음에도 평온이 있길 응원하겠다. Peace!!


아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저자 손웅정 씨가 자신의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한 이야기를 적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다시 말하지만 내 말이 아니라 손웅정 씨의 말이다! 오해 없길 바란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사람,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사람이 많다. 게으른 사람은 떡집을 옆에 놓고도 굶어 죽는다.”


회사에 잠식당하지 않고 자신을 지켜내는 당신의 독서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