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추천도서]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저)
“영희야, 선배들 야근하는데 지금 혼자 퇴근하려는 거야? 얘, 넌 눈치도 없니?”
“네? 아, 저, 그게······.”
“신입이면 신입답게 행동해야지, 네 이런 행동이 쌓이다 결국 선배들한테 욕먹는 거야. 알았어?”
이제 막 퇴근하려던 나를 팀장님께서 야단을 치신다. 팀장님은 신입사원인 내가 어떻게 선배들보다 먼저 퇴근할 생각을 하냐는 것이었다. 나는 팀장님의 야단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채 아무 말도 못했다. 아마 이때부터였던 거 같다. 회사란 존재가 무섭게만 느껴지기 시작한 게.
나는 100개가 넘는 회사들에 자소서를 쓰고, 이력서를 보내며 열심히 취준생 신분을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렇게 1년이 넘도록 나는 취업시장에서 고생하다 간신히 지금의 회사로 취업했다. 드디어 나의 힘들었던 취준생 시절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첫 직장생활. 비록 몇 주밖에 되지 않은 직장생활이지만 난 행복에 가득 찼다. 취준생 시절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걸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맡은 업무도 나름 내 적성에 맞았다. 같은 팀 선배님들도 다들 친절하시고 너무 좋았다. 일도 적성에 맞고, 사람들도 좋고 정말 모든 게 완벽했다! 취업 준비하느라 고생했던 지난 나날들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팀장님의 너는 눈치도 없냐는 이 한마디에 모든 게 무너졌다. 그날 이후 나는 언제 행복했었냐는 듯 그간 회사에서 행복을 느끼던 내 모습은 온대간대 없어졌다. 매일 밤 잠들기 전 나를 야단치는 팀장님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다음 날 회사 출근하는 게 너무 무서웠다. 그러고 보면 팀장님처럼 선배들도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 내가 그간 눈치 없이 회사를 다녔던 거 같아 덜컥 겁이 났다.
그렇게 며칠이나 지났을까? 한동안 겁먹은 마음으로 회사를 오고가다보니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다. 지금도 퇴근시간이 되었지만 나는 선배들 눈치를 보며 퇴근도 하지 못하고 책상에 멍하니 앉아있다.
‘나는 그냥 회사에서 즐겁게 일하고 싶었을 뿐인데······.’
무언가 억울한 마음에 갑자기 덜컥 눈물이 났다. 갑자기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해 당황한 나는 내가 울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허겁지겁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 까지는 거리가 있다 보니 당장 눈앞에 보이는 휴게실에 들어가기로 한다. 그래, 지금 시간이라면 분명 휴게실에 아무도 없을 거다. 그렇게 나는 재빨리 휴게실로 들어갔다. 어? 근데 하필 세평 선배가 여기에······.
김세평: 어라? 영희 씨?
이영희: 아···, 선배님이 왜 여기에··· 흑흑······.
김세평: 헉! 혹시 지금 우시는 거예요? 에고, 무슨 일 있었어요? 여기 물 한잔···.
이영희: 흑흑, 가··· 감사합니다······.
김세평: 음, 이럴 땐 선배로서 어떻게 행동해야지? 아, 맞다! 주문을 외우면 되겠구나!
이영희: ······네? 갑자기 무슨 주문을······. 흑흑.
김세평: 얼마 전 서점에 가서 조카에게 선물할 그림책을 찾다가 <눈물을 멈추게 하는 요술 주문>이라는 그림책을 우연히 읽었거든요. 그런데 그 그림책에서 눈물을 흘릴 때 눈물을 멈추게 하는 주문이 있더라고요!
이영희: 흑흑, 네? 그림책에 뭐요?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김세평: 자자, 밑져야 본전입니다! 한번 따라 해보세요. ‘나는 눈물을 그칠 수 있다!’
이영희: 헐······.
김세평: 뭐해요, 따라하지 않고요? 다시! ‘나는 눈물을 그칠 수 있다!’
이영희: 네? 아··· 나는 눈물을··· 그칠 수 있다···?
김세평: 와우, 영희 씨! 눈물이 진짜 멈췄네요? 역시 책에는 없는 게 없구나! 눈물을 멈추는 주문까지 있을 줄이야!!
이영희: 선배님···, 주문 때문에 제 눈물이 멈춘 게 아니거든요?
김세평: 어라? 아니었나요?
이영희: 당연히 아니죠! 그리고 뭐에요 진짜! 느닷없이 울고 있는 후배에게 주문을 외우다니요? 하도 황당해서 울음이 멈춘 거라고요!
김세평: 에? 하하하, 그런 거였어요? 뭐 어찌되었건 영희 씨의 눈물이 멈추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런데 영희 씨는 방금 왜 우셨던 거예요? 영희 씨 되게 씩씩한 분인 줄 알았는데, 그런 분이 눈물을 흘리시다니, 그것도 닭똥 같이 굵은 눈물을!!
이영희: 아아! 좀 조용히 좀 해주세요! 누가 듣겠어요!
김세평: 하하, 영희 씨. 혹시 팀장님 때문에 그래요? 팀장님이 뭐라고 하셨죠?
이영희: 어? 그걸 어떻게······.
김세평: 팀장님은 제가 영희 씨보다 더 오래 겪었잖아요? 뭐 척보면 알죠.
이영희: 그, 그렇군요.
김세평: 팀장님이 성격이 좀 직설적이시다 보니 가끔 뼈 때리는 말을 자주하세요. 그래도 나쁜 분은 아니시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이영희: 아···, 네, 네.
김세평: 혹시 영희 씨는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어보신 적 있으세요?
이영희: <미움받을 용기>? 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인데······.
김세평: 음, 워낙 유명한 책이니 제목 들어보셨을 거예요. 아들러라는 학자의 개인 심리학을 다루는 책인데요, 책에서는 어느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로 나름 재밌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어요.
이영희: 그렇군요. 저는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어요. 그런데 왜 갑자기 책 이야기를 하세요?
김세평: 아아, <미움받을 용기>에서 나오는 내용인데, 마침 영희 씨에게 이야기해드리면 좋은 것 같아서요.
이영희: 네? 갑자기 책 이야기를?
김세평: 하하. 한번 들어보세요. 음···, 유대교 교리 중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해요.
‘열 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 중 한 사람은 반드시 당신을 비판한다.’
‘그리고 그 열 명 중 두 사람은 당신과 서로 모든 것을 받아주는 더없는 벗이 된다. 남은 일곱 명은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이다.’
이영희: 오······. 선배님. 뭔가 되게 공감되는 말이네요.
김세평: 그렇죠? 저는 이 문구를 읽는데 문득 저의 학창시절이 생각났어요. 왜, 우리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이상하게 같은 반에 꼭 한 명은 나를 싫어했잖아요.
이영희: 오, 맞아요. 저도 꼭 한 명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김세평: 그리고 같은 반에는 꼭 두 명의 단짝 친구가 있었어요. 이상하게 단짝은 꼭 둘이었죠. 신기하죠? 저는 그 단짝 둘과 삼총사 놀이를 하곤 했죠.
이영희: 오오, 맞아요! 저도 반에서 같이 다녔던 단짝들은 늘 둘이었어요!
김세평: 그렇게 그 세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반 친구들을 생각해보세요. 거의 기억도 안 나요. 얼굴도, 이름도, 그리고 나이도요.
이영희: 에이, 나이는 기억하시겠죠, 같은 반이었는데요? 히히.
김세평: 어라? 그러겠네요? 하하하. 아무튼 뭐 저는 <미움받을 용기>를 읽다가 저의 지난 학창시절이 생각났고, 또 동시에 후회도 밀려오더군요.
이영희: 네? 후회요?
김세평: 그 시절 소중한 두 명의 단짝 친구들과 좋은 추억이나 많이 쌓을걸, 왜 쓸데없이 나를 싫어하는 그 한 명과,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 나머지 일곱 명에게 상처나 입고 괴로워했을까··· 뭐 이런 후회요?
이영희: ······.
김세평: 그렇잖아요? 단짝들과 추억 쌓기도 바빴을 그 소중한 시간을, 굳이 주목할 필요도 없는 녀석들에게 집중하다 결국 허튼 시간만 보냈으니······.
이영희: 무슨 말씀인지 알 거 같아요.
김세평: 흠흠, 그래서 오지랖일 수 있지만요, 제가 영희 씨에게 한 말씀 드리자면···.
이영희: 네?
김세평: 영희 씨! 뭐 누구라고 언급하진 않겠지만, 직장에서 굳이 영희 씨를 싫어하는 그 한 명에게 굳이 상처 입으실 필요 없어요.
이영희: 갑자기 무슨 말씀을······.
김세평: 물론 남은 일곱 명의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도 마찬가지고요. 영희 씨는 그저 직장에서 영희 씨를 좋아하는 두 명의 단짝 직원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시면 돼요!
이영희: 세평 선배님······.
김세평: 그러니까 이왕 눈물 흘리실 거면 이런 누추한 휴게실에서 흘리지 마시고, 영희 씨와 단짝인 둘에게 가서 흘리시라고요. 실컷 울고 훌훌 터시고요. 흠흠, 왜 그 옆 팀에 영희 씨 단짝들 있잖아요? 음······. 그런데 그분들 이름이 뭐더라?
이영희: 헐? 선배님! 같은 회사 후배직원 이름도 몰라요?
김세평: 에? 저한테 그 직원은 이도저도 아닌 일곱 명 중······.
이영희: 헐! 못됐어요!
김세평: 감사합니다.
이영희: 뭐가 감사해요!
김세평: 농담입니다.
이영희: 참나······. 저, 세평 선배님.
김세평: 넵.
이영희: 제 상황에 맞는 좋은 이야기도 해주시고 감사해요. 사실 선배님 말씀대로 팀장님 때문에 요즘 힘들었어요. 그래서 무섭기도 하고 또······.
김세평: 네, 알겠습니다. 이제 팀장님 이야기는 그만!
이영희: 아···, 네, 이제 그만!
김세평: 하하.
이영희: 아, 선배님 그리고 오늘 말씀하신 책도 나중에 꼭 읽어볼게요. 왠지 저한테 딱 맞는 책일 거 같아요.
김세평: <미움받을 용기>요? 강추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이영희: 네!
백선배: 뭐야? 여기서 둘이 뭐해?
이영희: 헐! 깜짝이야!!
백선배: 앗, 영희 씨, 쏘리~ 놀라게 하려 한건 아닌데. 근데 여기서 둘이 뭐하고 있냐니까?
김세평: 아아, 우리 팀장님이 영희 씨한테 뭐라고 하셨나 봐. 그래서 영희 씨가 많이 힘들었대.
이영희: 헐? 선배님! 그걸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백선배: 엥? 진짜? 영희 씨,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팀장님이 원래 좀 말을 좀 막하고 그러세요. 근데 팀장님이 영희 씨에게 뭐라고 하셨는데요?
이영희: 네? 아, 그게 선배님들 야근하시는데 제가 눈치 없이 먼저 퇴근한다고······.
백선배: 응? 그건 또 뭔 소리래. 영희 씨, 신입은 원래 야근하는 거 아니에요! 일이 없으면 후다닥 퇴근하는 게 맞지! 팀장님이 꼰대여서 하는 소리니 신경 쓰지 마요.
김세평: 어라? 백선배가 웬일로 옳은 소리를 한대? 나 신입 때는 야근 안 한다고 아주 뭐라고 하더니만.
백선배: 야, 네가 영희 씨처럼 일이라고 잘했으면 내가 그런 소리 했겠냐? 넌 야근 좀 해야 했어. 그나저나 오늘 야근해?
김세평: 하하, 오늘은 야근 좀 해야 해. 일이 좀 있어서... 아무튼 전 사무실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영희 씨는 어서 퇴근하시고요.
백선배: 영희 씨, 어서 퇴근하세요. 그리고 우리 둘은 영희 씨 편이니까, 우리 눈치 전혀 보지는 마시고요!
이영희: 아···,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