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공감4화]감각을 되찾는 연습

단편

by 민이


가만히 앉아보자.

따스한 봄 햇빛이 비추는 마루에 앉는다.

귓가의 정적이 고요함을 만든다.

노래를 틀어, 조용히 기분을 끌어올려 본다.

많은 감정 속 기억의 앨범을 펼쳐본다.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성취의 순간들, 감사했던 일들,

감동과 행복, 그리고 기쁨의 감정들.

아마 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복잡하고 미묘한 양가감정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꽤 만족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왜 이미 가진 것보다 부족한 것에 더 집중하게 될까.


어쩌면 생존 본능 때문일지도 모른다.

뇌는 원래 위험과 결핍을 먼저 감지하도록 진화해 왔다.

무엇이 없는지를 빠르게 알아차리는 것이

더 중요했던 시기였으니까.

그래서 충분히 가지고 있어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뭔가 부족한데?”

심리학에서는

사람이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고 한다.


예를 들어,

10을 얻는 기쁨보다 10을 잃는 고통이 더 크게 다가온다.

결국 우리는 ‘없는 것’과 ‘잃을 수도 있는 것’에

더 쉽게 시선을 빼앗긴다.

목표를 달성하면 잠깐 만족하고,

이내 다시 부족함을 느낀다.

이른바 ‘쾌락 적응’이다.

시간이 급류처럼 흐르는 동안

우리는 종종 삶에 깊이 몰입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온전히 느끼는 순간을 놓치기도 한다.

음식을 먹을 때도 그렇다.

혀가 단맛, 짠맛, 고소함을 느끼는 과정을 잊어버리면

그 음식의 진짜 즐거움을 놓치게 된다.

천천히 음미해야 한다.

너무 빠르게 먹으면 배는 부른데도

어딘가 허전함이 남는다.

이 감각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방향을 바꾸는 연습은 할 수 있다.

일부러 ‘이미 가진 것’을 떠올려 보고,

비교의 기준을 바깥이 아닌 내 안으로 가져오는 것.

작은 것에도 의식적으로 만족을 느끼는 것.

이건 타고나는 성향이 아니라

훈련되는 습관에 가깝다.


예를 들어 집에 먹을 것이 충분할 때는

그 풍족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늘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라지는 순간,

뇌는 뒤늦게 말한다.

“이거, 중요한 거였어.”

지속되던 상태는

그저 감정이 무뎌져 있었을 뿐이다.

항상 풍족하면 비교 대상이 사라지고,

비교가 없으면 감정도 희미해진다.


반대로 부족해지는 순간,

과거와 비교하며

“그때는 괜찮았네”라는 감각이 되살아난다.

이건 어쩌면 하나의 순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국,

행복이 희미해질 때일수록

우리는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하게 곁에 있다는 것.

몸을 움직이고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

해야 할 일이 있어 자신의 역할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궁금한 것을 배우고 이해해 가는 과정.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

안정된 공간과 삶의 기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잘 지내고 있다는 것.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스스로의 가능성을 느끼는 순간들.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태도.

한 가지에 몰입할 수 있는 힘.

스스로를 즐길 줄 아는 여유.

혼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독립성.

아직 시간과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 이 상태가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이렇게 하나씩 되새기다 보면

삶의 단맛과 짠맛, 고소함을

조금 더 또렷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살아 있다는 감각을 다시 배우는지도 모른다.


오늘,

당신의 입맛을 깨우는 맛은 무엇일까.

잠시 멈춰서,

그 감각을 천천히 음미해 보자.

“그 순간, 우리가 이미 충분했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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