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트12화] 혼자 있어도 괜찮아

문화 체험

by 민이


여러분은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중, 어떤 삶의 방식이 더 익숙하신가요?

아마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으셨을 거예요.

학창 시절, 수업이 끝난 쉬는 시간이면 혼자 있기보다는 친구들과 장난을 치거나 손을 잡고 함께 화장실을 가던 기억. 그 시절엔 무리 안에서 잘 지내는 것이 더 중요했죠.


질문이 많았던 저는 수업 시간에 궁금한 게 생겨도 손을 들기가 망설여졌어요. 계속 질문하면 눈치 보일 것 같았고,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고 싶어도 ‘잘난 척하는 아이’로 보일까봐 입을 닫았던 적이 많았어요.


놀이동산을 좋아하던 저는 가고 싶을 때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같이 가자고 조르곤 했었어요. 그들의 스케줄에 맞춰야만 갈 수 있었고, 혼자 가는 건 어색하고 눈치 보였죠. 결국 시간이 안 맞으면 ‘그냥 포기’해야 했어요.


누군가를 억지로 부르거나, 오직 내 욕구만을 위해 타인의 시간을 요구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거든요.


한국 사회의 문화적 가치는 무엇일까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는 전통적으로 집단주의 문화를 공유해 왔습니다. ‘나’보다 ‘우리’를 중심에 두고, 전통과 질서를 중시하며, 개인보다 가족·조직·사회의 기대를 우선시하는 문화죠.


이런 문화는 유대감과 협동심, 위기 상황에서의 결속력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동시에, 개성과 자유가 억압되기 쉽고,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는 부작용도 따르게 되요.


직장 내에서는 암묵적인 규칙과 눈치 보기, 돌려 말하기가 일상처럼 작동하고,

성과보다 ‘조직에 얼마나 충성했는가’가 평가 기준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휴가나 개인 권리조차 당당하게 쓰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자율성’을 포기하게 되요.


반면, 개인주의 문화는 ‘나’를 중심에 둔 자율성과 독립성을 중시해요.

미국, 영국, 호주, 독일 등이 대표적인 예로, 개인의 목표와 행복, 표현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죠.


이 문화에서는 감정과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고,

휴가나 권리 사용 역시 ‘눈치’가 아닌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요.

다만 공동체 의식이 약하고, 관계가 쉽게 단절될 수 있다는 약점도 있긴 해요.


한국은 오랫동안 집단주의 문화였지만, 최근에는 개인주의적 가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요.

자율성과 자기표현을 중요하게 여기는 저는, 수평적인 문화 속에서 더 편안함을 느껴요.


요즘은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영화를 보는 일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죠.

SNS와 유튜브를 통해 ‘혼자의 삶’을 주체적으로 즐기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공유되면서,

‘혼자 있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졌어요.


예전엔 혼밥을 하면 친구가 없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자기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처럼 여겨지기도 하죠.


1인 가구의 증가, 그리고 코로나 이후 개인 시간을 재발견한 것도 이런 변화에 한몫했을 거예요.


저는 20대 후반,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던 경험을 계기로 사고방식에 큰 전환이 생겼어요.

서구의 개인주의 문화는 제게 익숙했던 ‘관계 중심적 사고’를 낯설게 만들었고,

그 덕분에 다양한 ‘혼자만의 시간’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죠.


혼자 놀이동산, 영화, 샤브샤브, 숯불돼지갈비, 호캉스, 일본 여행까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굳이 누군가의 시간을 빌리지 않고도 스스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같이 하자’는 말조차 조심스러워졌어요.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시대에, 내 욕구 하나 때문에 누군가의 에너지와 시간을 요구하는 게 미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레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내 욕구는 내가 채우는 게 자연스럽다.”


외로움은 ‘연결되지 못한 상태에서의 결핍’이라면,

고독은 ‘의도적으로 혼자 있는 상태에서 느끼는 평온함과 창조성’이라고 하죠.

저는 이 고독을 의식적으로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심리학적으로도 인간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욕구를 지닌다고 해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여행을 가는 일은 단순한 외적 행동이 아니라

‘내 삶을 내가 선택하고 있다’는 자율성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이기도 하죠.


예전엔 외로움을 자주 느꼈지만,

지금은 고독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그건 제게 꽤 큰 심리적 성장이에요.


집단의 눈치를 보며 살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내 감정에 먼저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되었고요.

해외에서 경험한 개인주의 문화는 제게 혼자 있는 시간이 고립이 아니라

‘자기 회복’과 ‘자유’의 상징임을 알려주었어요.


특히 일본 여행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일본 사회는 집단주의와 개인주의가 독특하게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타인에게 민폐 끼치는 걸 금기시하며, 혼자 있는 모습이 존중받는 문화.


1인 좌석, 1인 식사 시스템 등 ‘혼자’에 대한 배려가 곳곳에 스며 있고,

그 기반에는 ‘기미(気味)’와 ‘마에와쿠(迷惑)’라는 문화적 가치가 있어요.

기미는 분위기나 흐름을 파악해 조화롭게 맞추려는 태도,

마에와쿠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의 마음이죠.


일본은 전통적인 집단주의 사회이지만,

그 안에서 ‘무리에 끼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조용하고 비침범적인 개인주의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요.


호주의 자율적 개인주의,

한국의 관계 중심 문화,

일본의 조심스러운 개인주의.


이 세 문화를 경험하며, 저는 ‘복합적인 인간관계 감각’과 ‘확장된 자아감각’을 얻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나를 이해해 가고 있어요.


여러분은 어떤 문화 속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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