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성격을 커밍아웃하다니 저도 씁쓸 합디다.
1.
하루라는 시간을
내가 계획하고 실행하는 삶.
남 탓을 절대 할 수 없다.
모든 건 내 탓이다. (그리고 이게 맞다.)
경험해 보니,
하루를 잘 살아내기 위해선
기상 후 바로 운동을 때리는 것이
극단적 이리만큼 효과가 좋다.
2.
이번달부턴
월수금 아침은 요가, 저녁은 수영을 할 예정이며
어제는 첫 수업이었다.
저녁 수영은 너무도 재밌었고 다녀오니 나른했다.
10시부터 잠이 쏟아졌지만,
매일 성경을 10장씩 읽는 것이 나의 루틴이므로
거의 반 누운 자세로 잠을 참고 끝까지 읽어냈다.
그러곤 잘 시간을 놓쳐,
새벽 2시쯤 잠들고 아침 8시쯤 일어났다.
3.
분명 전날 즐겁게 수영하고,
잘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부터 불쾌한 감정이 솟구쳤다. (아니 왜..때문..)
요즘 보니, 나는 여러 감정 중
분노와 짜증이라는 감정에 쉽게 물드는 사람이다.
(트리거가 되는 상황 후 감정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거의 0.0001초, 중간 제어 기능이 상실된 듯하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53KG의 트럭임.)
'설마 이 그지 같은 성격이 내 성격일까?'싶은 마음에
Flo라는 생리주기 어플을 다급히 켜본다.
생리가 2일 남긴 했다.
하나, 아무리 생리 전이라고 해도
이유 없이 근육맨도 아니고 울컥 벌컥 거리는 감정이
제 정상 같진 않았다.
황급히 서울숲에 나가 걷고 걸었다.
4.
집에 돌아와선,
희준이가 부탁한 모니터암을 구매하려고 했다.
후보제품은
카멜 GDA2와 안산마운트의 AL-16.
최적의 상품을 찾고자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정작 모니터암은 처음이라 감이 안 오니
점심도 안 먹은채 3시간 30분 내내 검색만 했다.
상품 상세페이지에 채 나오지 않은 것들은
두 브랜드의 고객센터에 문의해 가며
두 제품의 차이를 공책에 표로 써가며 비교 했다.
결과적으로 두 제품 모두 내키지 않았다.
디자인이 괜찮으면, 다른 것이 걸리고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으면, 디자인이 구려 보였는데
디자인 충인 내게,
모니터암의 기둥이 통통을 넘어 퉁퉁해 보이는 형상은
마치 등산입구에 파는 해괴망측한 술병들처럼
너무나도 꼴 보기 싫었다.
(배송 즉시 모니터암을 내리 치고 싶은 심정.
그러면 왜 사니?)
5.
그러면서 내 하루의 3시간 30분을
모니터암에 쓰고 있는 사실에 스트레스 받았고
곧이어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하나의 예다.
사실 난 물건을 선택할 때 정말 오래 걸리는 편이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최대치의 정보를 다 확보하고
조건 별로 나열/ 비교한 후,
최고의 선택을 해내야만 만족하는 편인데
최근 이 기질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아 벅차다.
(그렇다고 그 결정이 항상 좋은 것도 아닌 게 함정.
쌉T인 희준이는 기능만 보고 턱-턱 고르는데
오히려 나보다 나은 선택인 경우가 많다.)
6.
이게 완벽주의? 또는 강박? 인지는 모르겠는데,
완벽은 무신, 구리디 구린 구림주의다.
생리 2일이 남은 한 여자의 생리 전 증후군이지
내 성격이 아니길.
일부러 커피도 줄이고 있는데,
어제 엄마랑 간 카페엔 논커피가 없어 먹은
카페인 0.5샷의 부작용이길.
혹시 정신병..? 은 아니길.
7.
떨리는 감정을 부여잡고 집 앞 도서관에 갔고,
오늘의 내게 도움될 책을 골랐다.
오늘(도) 계획은 조금 내려놓고,
책을 읽으며 쉬어갈 필요가 있겠다.
요즘의 내 하루엔
많은 것들이 나로 인해 발생되며,
나만이 그 일의 연관자이기에,
남탓도 할 수 없는, (남탓이 사실 쉽잖아요..)
빼도 박도 못하는 나만의 상황들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