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하다 Oct 23. 2023

SNS 대신 생추어리 들여다보기

당신 주변에서 본인을 미니멀리스트라고 소개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거의 없으리라. 누군가 미니멀리스트를 자처하게 되면 그의 집안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 현실 지인들은 그가 가진 물건의 가짓수를 세어가면 코웃음을 칠지 모른다. 그렇기에 현실에서 미니멀리스트를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 수밖에 없다.


한편 SNS에는 미니멀리스트가 직업인 미니멀라이프 분야의 인플루언서가 있다. 그들은 자신의 팔로워들과 소통하며 미니멀라이프를 위한 아이디어를 꾸준히 공유한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이 분야의 일부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친환경적인 소비와 무소비, 혹은 반소비를 과시하는 동시에 미니멀한 물건을 소개하는 일에도 매우 부지런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회용품 소비를 줄이기 위한 3단으로 접히는 스테인리스 수저와 포크를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식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완벽한 수납 도구, 만능 주방 용품, 피부에 자극 없는 속옷 같은 물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따라 사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 분야 인플루언서가 추천하는 물건을 따라 사거나 그들의 집 사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잡동사니를 과감히 치우더라도 당신은 계속 물건을 샀다 버렸다를 반복할 뿐 미니멀라이프가 주는 진정한 즐거움과 자유를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바로 남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비교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는 당신이 따라 사고 싶은 물건처럼 당신이 따라 되고 싶은 워너비일 뿐 당신이 아니다. 


따라서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려거나 번번이 실패했던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미니멀라이프와 관련된 해시태그가 가득한 SNS가 아닌 당신만의 생추어리(Sanctuary)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텅 빈 공간인 생추어리에서 당신은 보통의 존재로써 당신 다움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생추어리를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