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4번sns컵 4번의 선
눈앞의 잔은 이미 가득하다.
기쁨도 슬픔도, 권태도 욕망도
한 번은 채워지고, 또 한 번은 비워진다.
그러나 그 잔에 연연할 때,
나는 늘 부족하고 늘 넘친다.
무심은 비워내려는 행위가 아니라
비워져 있음을 아는 눈이다.
움직임이 멈추면 권태가 온다.
권태는 결핍이 아니라 쉼이다.
허공처럼 비어 있는 순간에
나는 나를 마주한다.
무의미해 보이는 그 시간 속에서
진짜 의미는 숨을 고른다.
보려 하지 않으면,
이미 보이는 것이 있다.
붙잡으려 하지 않으면,
이미 손안에 머무는 것이 있다.
고요는 무언가를 더 얻은 상태가 아니라,
흩어진 마음이 제자리에 돌아온 자리다.
보지 못한 가능성
하늘에서 내려오는 잔은
새로운 선물이 아니다.
이미 내 안에 있었으나
눈길이 머물지 못했던 것,
내가 미처 부르지 못한 이름일 뿐이다.
그것이 손끝에 다가올 때
나는 처음으로, 그러나 본래의 것을 본다.
깨달음의 쉼
깨달음은 번쩍이는 번개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오래 앉은 자에게 오는
은은한 새벽빛이다.
움직이지 않고 머무는 것,
그 자리에서 이미 충분함을 아는 것.
그때,
네 번째 잔은 마시지 않아도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