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아르카나, 시선(詩禪)

by 흐르는 물

컵 5번

ㅡ 상실과 후회를 지나ㅡ


넘어진 잔 앞에 오래 서 있었다.

바닥에 번진 빛과 그림자를 바라보며

나는 무너진 것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 잔이 담았던 기쁨,

그 잔이 지켜주던 온기,

그 잔이 주던 위로.

이제는 흘러가 버린 물소리만이

내 곁을 맴돌았다.


그러나 바람은 흘러간 것만을 스치지 않았다.

내 뒤에 조용히 두 잔이 서 있었다.

그 잔은 한 번도 비워진 적 없고,

한 번도 나를 떠난 적 없었다.


나는 돌아서기까지

수많은 날을 흘려보냈다.

상실은 나를 가르쳤다.

잃음은 없음을 알게 하고,

없음은 남아 있는 것을 보게 한다는 것을.


그때,

남은 두 잔의 물결이

햇빛을 머금었다.

나는 잃은 것을 안고도

충만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