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나이 들고 마주 앉아 처음으로 각자의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내 어린 날
나보다 더 어렸던 동생에게 했던
행동들이 동생에게 큰 충격이었고
유년시절 내내 힘들었다고 했다.
기억은 가해자에게는 없고
피해자에게만 있다고 했던가?
가해자가 한 일은 축소되고
피해자의 경험은 감정이 더해져 과장된다고
했던가?
동생이 말한 그 시기로 더듬어 가봤다.
가족이라는 결속력, 따뜻함, 내 편이라는 느낌, 이해, 옹호, 다독임, 감싸 안음,
특히 보호라는 것을 받지 못했던
천둥벌거숭이로 거리에 선 것 같던 시절
어른들이 보여 준 행동들, 쏟아놓은 말들은
마치 촛불에 비쳐 천정과 바닥에 거대한 그림자를 만든 것처럼 무지하고 위협적이었다.
따뜻한 밥이 무엇인지 모르는 나는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 한 나는
삐뚤어진 감정을 얹어
맏이라는 권력으로 어른흉내를 냈었다.
나는 기해자였고
동생은 피해자였다.
어린 동생 눈에 나는 촛불에 비쳐 일렁이던
거대한 그림자
무섭고 공포스러웠을 괴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