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과의 상담을 마무리하며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다

by 지식브로커

연재를 마치며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습니다. 연재도 어렵지 않고, 다른 일도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내가 생각한 고민들을 철학자 페르소나를 가진 AI와 나누면 되겠구나! 그리고 이 내용들을 다 같이 공유하면 좋겠구나. 철학도 쉽게 배우고, 고민도 해결하면 좋지 않을까?'

그러나 저희 착각이었던 것일까요? 처음에 일단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첫 번째 난관: GPT철학자, 묘하게 자기계발적

철학자는 사실 자기계발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나-세계를 설명하고 해석하는 사람들이지요. 우리는 인생이라는 복잡한 문제집이 마주하면서 매일 같이 풀어나갑니다. 답은 1번부터 100번까지 있는 객관식입니다. 사실 주관식이라고 봐도 무관하지요. 자기계발은 답을 알고 있다고 하고, 이런 방식으로 답을 쓰라고 합니다. 그러나 철학자는 이런 문제 자체를 물어보는 사람들입니다.


'이 문제는 대체 왜 이렇게 만들어졌을까? 문제 자체를 바꿀 수 없을까?'

'왜 나에게 이런 문제를 줬을까? 나는 이제까지 어떻게 문제를 풀어왔지?'

'이 문제를 대하는 나는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나?'

'나는 왜 이런 문제를 풀고 싶어 하지?'

'나와 같이 있는 사람들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을까?'


철학자는 문제에 대해 자신의 해석을 내놓는데 집중합니다. 나아가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론보다는 '해석'과 '설명'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저의 고민 때문인지, GPT자체의 편향 때문인지 자꾸 상담도중 이런 글들을 많이 얘기합니다. "글 한 줄 써봐. 하루 5분만 해봐. 루틴을 만들면. 작은 실천부터." 사실 좋은 말이지만 지나치게 현대 자기계발의 색깔이 많이 묻어있고, 철학자의 원래 사상에도 부합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제거하는 프롬프트를 넣어도 지나치게 딱딱해지거나 어려워져 버렸죠.


해결: 제미나이라는 동료를 더하다.

GPT와 한참을 씨름하고 대화하면서도 답답했고, 결국 제미나이를 써보게 되었습니다. 써보니 훨씬 철학자의 원래 사상에 가깝고 현대 자기계발은 최대한 배제하는 톤이었습니다. 물론 완전히 제미나이로만 한 것은 아니고 GPT의 상담내용을 더하면서 서로 비교검토했습니다. 내용은 조금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철학상담이라는 원래 주제에는 더 잘 부합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난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다.

시작할 당시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고민은 제가 쓰고 '나머지는 철학자들과 대화한 내용을 빠르게 편집해서 작성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예상 외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철학자를 선택하고, 바꾸고, 수십 번의 대화를 하고, 다시 톤을 맞춰서 편집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기 위해서 평일 매일 연재를 선택했지만,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 어려웠지만 결국 해결책은 찾지 못했습니다. GPTs도 만들고 여러 방법을 찾아보았는데 여전히 결과물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일단 연재 끝까지 가보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현재의 작업방식과 시간을 고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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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의 비슷한 관점


많은 시간을 쏟으면 작업한 덕분일까요. 철학자들과 수없이 대화하면서 오히려 스스로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없이 대화하면서 철학자들의 사고방식을 아주 조금은 체득한 것 같습니다. 이들이 인생과 40대의 고민에는 비슷한 관점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관조하라: 스스로 제3자가 되어 지금 상황을 관찰해 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를 마주할 때, 문제 자체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죠. 많은 철학자들이 얘기하는 부분은 '문제 자체, 나의 생각'이라는 점에서 벗어나서 한 번 제3자의 관점에서 보라는 겁니다. 돈도 없고, 직장에서 힘들고, 가족 간의 관계도 별로 안 좋을 때 흔히 우리는 '나'라는 자아와 문제 안에서 답을 찾을 때가 많습니다. 내가 만든 세계에서 근데 전혀 다른 누군가의 관점에서 제 문제를 본다면 오히려 전혀 다른 해석이나 관점이 보입니다. '나'라는 사람에서 벗어나서 내가 하고 있는 행동, 생각, 감정을 한 번 바라봐보세요. 이런 관조가 힘들다면, 한 번 이렇게 해보세요. 제 영혼이 두둥실 나와서 제가 사는 모습,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것을 관찰하는 상상을 해보세요. 저는 영혼을 믿지 않고 종교도 없지만, 이런 관점을 가지면 그나마 객관적으로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상담하는 기법과도 유사합니다.



2. 질문하고, 검토할 것.

철학자들이 가장 싫어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생각 없이 남들의 욕망을 따라가는 것, 시류대로 휩쓸려가는 것입니다. 철학자들은 대부분 망치를 들고 있습니다. 당연한 것, 당연한 욕망-도덕-생각-행동을 혐오하고 깨뜨리려고 했습니다. 마라톤을 뛰어보셨나요? 대회에 나가면 앞에 잘 뛰는 주자들이 정말 많습니다. 제가 미친 듯이 뛰어도 따라잡기는커녕, 간격이 더 벌어집니다. 근데 대체 저는 왜 남들을 따라 정해진 코스대로 '빨리' 뛰려고 하는 걸까요? 철학자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열심히 뛰고 있는 우리들에게 STOP 사인을 보냅니다. 한 번 생각해 보라고 하죠. 대체 왜 아무 생각 없이 남들을 따라가느냐고요.


이런 겁니다. 질문하고 검토하는 것은 1번 관조에서 출발합니다만, 한 발자국 더 나간 거죠. 생각할 수 있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축복입니다. 이 축복받은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어떤 게 맞는 것인지 질문하고 검토하라는 거죠. 소크라테스는 심지어 '검토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도 했죠. 한 번 직면한 문제, 당연하다고 생각한 공동체의 논리들, 나도 모르게 흘러온 습관, 다른 사람들의 욕망들을 한 번 검토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나는 살기 충분한데 왜 자꾸 돈을 바라지?'

'대체 외제차를 사고 싶은 것은 무슨 마음일까? 왜 그걸 바라지?'

'나는 왜 인정받고 승진을 바랐을까? 이게 내 인생 목표였나?'

'내가 힘들다는 말을 안 하고 참고 있는 게 아내에게 도움이 될까?

'나는 40대인데, 왜 20대의 건강한 몸을 바라면서 우울해하지?'



3. 결국 답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철학자들은 답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독특한 해석을 알려줄 뿐이죠. 예를 들어 노동과 근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누군가는 그저 자유를 빼앗는 생존수단에 불과하다고 얘기하고, 누군가는 진짜 자신을 실현하는 길 중에 하나라고도합니다. 결국 정답은 없고, 본인이 만들어가는 겁니다. "일은 생존수단이지만, 이곳에서도 막연히 시키는 것만 하지 않고 한 번 역량을 발휘해 보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고, "훗. 이런 생각은 자본에 물든 나사 하나의 처절한 불과하니, 난 에너지를 아껴서 집에 가서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겠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들은 독특하면서도 그럴듯한 해석을 제시해 주죠. 단, 이건 확실합니다.


"우리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네 답은 네가 찾아라!"


저도 철학자들과 상담하면서 너무 답답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답답함이 저를 돌이켜보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루 10번 상상하고 실현해라와 같은 끌어당김의 법칙이나,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법칙과 같은 방법론은 없습니다. 그러나 재밌고도 깨달음을 주는 해석지들을 마주하는 즐거움. 불안하고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나갈수록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느낌. 그게 너무 좋았습니다.


4. 타인을 향한 배려와 동정: 관계의 중요성


저는 철학자들이 외골수, 혼자 책상에만 앉아서 생각만 하는 사람, 산속에 처박힌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이 강했습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관계, 배려, 우정, 동정을 상당히 중시합니다. 이들은 '나 자신'이 타인의 생각과 욕망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남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그들을 향해서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고 배려하는 것을 공통적으로 강조합니다. 타인 속에 있으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이 연재 시리즈를 하면서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특히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서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자. 설사 한 두 번 감정적으로 대하더라도 스스로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자'라는 것을 잘 실천하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의 상담에서 얻은 지혜입니다. 나아가 여러 욕망과 고민들에 대해 끊임없이 답을 찾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입니다. 읽으면서 그저 빠르게 넘겼을 고민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수많은 철학자들과 대화할 수 있었으니까요.


마케팅 관점에서 아쉬웠던 점도 있습니다. 첫 번째는 목표가 어중간했다는 점인데요. 최초 '철학을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보겠다.', '40대의 고민에 대해 철학자만의 공감과 해답을 도출하겠다.'라는 2가지 목표가 있었습니다. 다만 이 두 가지 목표 중 어느 하나 우선순위를 도출하지 못해서 다소 어정쩡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노렸는데, 두 가지 다 놓친 것이지요. 두 번째는 글에 자신감이 없어서 홍보나 알려지는 것을 많이 두려워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글을 많이 홍보하지 못했어요. 연재에 급급해서 다른 작가님들의 글도 많이 못 읽었어요. 아쉬웠지만, 차츰차츰 개선해나가려고 합니다.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정리했습니다. 이제 이 연재 시리즈를 다듬어 책으로 내보려고 합니다. 나아가 이 작업을 발판 삼아 '지식중개인'으로서 수많은 작업들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부끄러운 글들 읽어주시고 라이킷으로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작은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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