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설원 위에서도 사회를 이루는 인간들
주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는 리뷰입니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Society of the snow다.
이쪽이 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잘 담은 제목이 아닌가 싶다.
물론 도파민 천국 한국에서 주목을 끌긴 어려운 이름이겠지만...
보통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기하면 이기적인 인간 군상에 대해 다루는 영화가 태반이다.
최근 본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마찬가지.
그러나 이 영화에서 나오는 우루과이의 럭비부 청년들은, 2달이 넘는 생존 상황 속에서 끝까지 서로를 믿고 버텨낸다.
흔한 번목도, 이기적인 다툼도, 저만 살겠다는 몸부림 같은 것도 없다.
인육을 먹는 것에 대한 약간의 이념적 갈등은 일어나는데, 그것 또한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입장은 아니다.
오히려 굶어 죽어가면서도 그 가톨릭 신자는 내가 죽으면 나를 '사용'해도 된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 눈보라 치는 산맥을 넘기 전, 난도는 친구에게 자신의 죽은 어머니와 여동생을 '사용'해도 된다고 말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설산을 넘어 다른 비행기 부품에서 구해온 초콜릿을 굶던 친구에게 웃으며 건넨다.
그리고 그 모든 장면들이,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웅장한 bgm도, 행동을 신성시하는 멋진 대사나 배우도 없다.
오랫동안 고립되어 꼬질꼬질하고 입술을 다 부르트고, 머리가 엉망이 된 이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들을 한다.
그야 당연한 거 아니겠냐는 듯이.
인간이란 원래 이런 존재가 아니냐는 듯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 영화의 원제는 society of the snow다.
인간이란, 결국 아무것도 없는 설원 위에서도 사회를 만들어내는 협력적인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들이 이런 이타적인 행동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원래도 이들이 같은 동네에 살며 서로 친하게 지내던 럭비부 대원들이라는 사실 때문도 있겠지.
(실제로 가장 처음 인육을 먹은 대상은 비행기 조종사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인간이 친밀도를 바탕으로 얼마만큼이나 강인하고 협력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주 좋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책도 생각났다.
결국 가장 파괴적인 생존 방식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다정한 행동이라는 것.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가 협력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