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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억치트키 Mar 30. 2023

숙제를 반만 하는 사람은 왜 그럴까?

수강생들 숙제해 오신 걸 보면, 하긴 했는데 뭔가 이상한 분들이 있다. 

뭐랄까... 했는데 안 한? 그런 느낌이다. 



예를 들어, 꼼꼼하게 작성하면 도움 되니까 잘 적어주시라고 했는데, 몇 줄 간단하게 써오시는 분들 

자다가도 줄줄 나올 정도로 연습하시라고 했는데, 몇 번 읽어보고 오는 분들 

10개 해오세요 했는데 3개 하는 분들...


왜 그럴까? 왜 수강생들은 애매하게 숙제를 하는 걸까? 



1. 내 고집으로 일부만 하기 (강사를 100% 신뢰하지 않는 경우) 


다이어트 코치님이 나한테 티를 6~7리터씩 마시라고 했다. 근데 기사에서 하루에 물 2리터 정도 마시면 좋고, 그 이상이면 신장 문제 생긴다고 본 것 같아서 말을 안 들었다. 잘못될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티를 거의 안 마셨다. 말을 잘 안 들은 거에 비해서는 3개월간 체지방만 14KG 뺐으니 잘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코치님 말씀을 100% 잘 들었다면 더 많이 빠졌을 것 같다. 



2. 몰라서, 잘못된 습관(태도)

몇 년 전 주식 배울 때 선생님이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셨는데, 안 했다. 왜냐하면 내 생각에 '배울 때의 행동'이란 전체를 다 이해한 다음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직 과정이 끝나지 않았을 때는 별다른 행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몇 주짜리 강의를 끝까지 다 듣고, 전체를 파악한 후에 배운 것을 적용해보려고 했다. 그에 비해 잘하는 사람들은 바로 하고, 교정받고, 칭찬받았다. 난 다 파악하고 행동하려 했을 뿐인데, 그곳에서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뒤늦게 질문하니 그런 것도 모르냐며 구박만 실컷 받았다. 어렸을 때 공부를 잘해본 적이 없어서 혹은 뭔가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본 적이 없어서, 몰랐던 것 같고, 그게 그냥 내 습관이 되어 버린 것 같다. 



3. 청력, 이해력, 주의력 문제 


생각해 보면, A라는 숙제를 내주면 A처럼 생긴 A'를 해갈 때가 많았다. 땀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했는데, 왜 이렇게 해왔냐고, 그거 아니라는 말을 들을 때면 여태 뭐 했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 책을 쓰기 위해, 책 쓰기 모임에 들었던 적이 있었다. 거기서 첫날 내준 미션 중 하나가 어떤 강의를 보고 요약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 강의가 아니라 그와 비슷한 다른 강의를 보고 요약해 갔다. 그러자 모임장이 숙제 안 했다며 벌금 20만 원을 내라고 했다. 억울해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청력, 이해력, 주의력 문제가 이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4. 강사의 전달력 문제


강사들 중에 말을 하다 말고 다른 얘기해서 끝을 제대로 안 맺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토씨 하나 안 빼먹고 메모를 해도 얼버무리거나 갑자기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강사에게서 숙제를 받으면 뭘 하라는 것인지 애매할 때가 있다. 그리고 또 이런 분들도 있다. 설명이 불친절해서 뭘 어쩌라는 것인지 명확하게 이해를 못 할 때도 있고, 웃으면서 흘리듯 얘기해서 숙제라고 인지를 못할 때도 있는 것 같다. 



5. 너무  잘하려고 해서


가끔은 너무 잘하려다가 남들이 대강한 것보다 못하게 될 때가 있다. 잘하고 싶어서 썼다 지우고 반복하느라 마감시한 놓친다는 식으로 말이다. 오늘 만난 분도 컨설팅 양식을 다 채우지 못하고 오셨다. 처음엔 성의가 없으신가 했는데  말씀을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게 맞나?' 고민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고, 그러다간 전부 다 못할 것 같아서 우선 할 수 있는 것만 해서 보내신 거라고 했다. 시험이 아닌 본인의 얘기를 편하게 쓰면 되는 건데도, 잘하려는 마음, 완벽하려는 생각으로 시간을 지체하신 것이었다. 



6. 기간을 길게 주고 중간 점검 안 해서


가끔 수강생분들께 숙제를 드리면서 '어른인데 뭐 이런 거까지 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중간 점검. 그래서 그분들을 믿고 그냥 하시라고 하면, 영 결과가 안 좋다. 어른이라고 다 자기 관리가 잘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잔소리하는 사람 없으니 더 느슨해지고 풀어지기 쉬운 게 어른들이다. 숙제 기간이 긴데, 중간 점검을 하거나 보고를 받지 않으면, 대부분은 막판에 몰아서 하시게 되고, 그러면 시간은 많이 흘렀는데 퀄리티는 엉망이라 손 쓰기 어려울 수 있다.  차라리 빠르게 해서 어느 정도 보여달라고 하는 게, 어른인데 뭐 이렇게 까지 해야 되나 싶은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피드백을 빠르게 해서 수강생도 고생 덜하고, 나도 한참 지나 가져오신 결과물에 뜨악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적고 보니, 수강생들이 한 듯 안 한 듯(?) 숙제를 해오시는 건, 대부분 강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나한테 배우러 오셨으면, 나를 100% 믿고 따라주실 것을 미리 약속을 받을 수도 있겠고, 숙제를 제대로 한 다는 것의 의미를 정확히 예시를 들어 알려드릴 수도 있고, 초보 때는 잘하는 것보다 빠른 게 중요하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드리고, 숙제는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하시라고 '문서'로 전달드리면 숙제에 대한 강사와 수강생의 동상이몽을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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