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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짱 Jul 02. 2024

나는 취미가, 부자

내 스타일을 찾았다.

독서러가 되겠다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취미가 커지고

서평이 늘어 갈수록 짬짬이 책을 읽는 나를 발견한다.

물론 어떤 날에는 기간 내에 서평을 해야 하기에 숙제처럼 하는 것도 있지만

시간이 생기면 스마트폰에 뻗는 손보다 책상에 쌓여있는 책에 손을 뻗는 일이

빈번해지고,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러워졌다.

학창 시절 이후 다시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서른 초반이었다.

그때 주로 읽는 책은 글이 짧은 에세이거나 시집을 선호했고 흐름이 끊기면 안 되는 소설이나

자기 계발서 인문은 쉽게 읽기 어려웠다.

또는 위즈덤 하우스, 김영사, 샘터, 문학동네 등 독서러가 아니어도 이름만으로 알 수 있는

유명한 출판사 베스트셀러를 주로 구매했다.

"독서 집중 시간이 짧으니까"

"여유 있게 책 읽을 시간이 없으니까"

"베스트셀러에는 이유가 있겠지"

"이렇게라도 책 읽는 게 어디야"

정작 내가 어떤 장르의 책을 선호하고 어떤 스타일의 도서가 즐거움이 되고

어떤 작가의 책인지도 모르면서 수박 겉핥기식 독서 새내기에 불과하면서

스스로 독서러를 자칭하려고 두둔하는 핑계들,,

지금 돌아보며 빛 좋은 개살구와 같은 거만함이 어깨 움츠리게 하는 이불킥 각이지만

한편으로 그렇게 시작했기에 지금까지 이어오지 않았나 기특하기도 하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처음에는 그 말에 뜻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이던 나인데 지나 보니 머리맡에 있는 책이, 쪽접은 페이지가, 추천하는 책이

내 마음을 흔들고 이끌어 결국 나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시간이 쌓여 그 의미를 알게 했다.

지금 나의 책장을 채운 수백 권의 책은 어설프게 시작한 그때와 다른 이름조차 생소한 출판사와

출간 도서가 몇 권 없는 작은 출판사, 작가 호칭이 아직은 어색한 작가님들의 책이 알록달록

각기 다른 색과 결을 고집하며 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리고 그 책 속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배어 있고, 힘든 시간을 견뎌낸 고단함이 있고, 억울함에 넘어지지

않고 암울함을 벗어내려는 긍정적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그러면서 나와 같은 보통의 사람이 살고, 나와 같은 보통의 삶 속에서 의미를 찾고 나와 같은 보통의 시간에 이겨냈던 아픔에 내 눈을 머무르게 하고 작가의 마음에 수십 번 페이지를 접게 하고 숨기고 꺼낼 수 없는

비밀상자에 넣어 두었던 나의 마음을 위로하고, 다독이고, 용서하고, 응원하고, 용기가 되어 준다.

나의 책이 말한다.

"나도 당신과 닮았고,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고"

"주저앉지 말라고, 설 수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당신 안에 있다고"

숨겨 놓았던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어 꽁꽁 숨은 나를 세상에 꺼내도 괜찮다고 격려한다.

덕분에 취미로 시작한 어설픈 독서는 시간이 쌓아준 단단함으로 짧은 글을 쓰고, 긴 글을 쓰고, 생각을 전하고 마음을 담아내는 글 쓰는 사람으로 작가의 길로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주고 성장시켜 주었다.

자신만의 색과 결을 찾는 방법이 꼭 독서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독서만큼

나를 잘 들여다보고 나를 잘 발견하고 나를 잘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취미는 독서가 맞는 것 같다.

독서가 취미가 되기까지 시간이 쉽게 허락하지 않지만,  한번 허락하면 오랫동안 곁을 지켜줄 취미가 독서였다.

60세 버킷리스가 한적한 바닷가 근처에 작은 북카페를 열고 흔들의자에 노모를 앉혀 놓고 함께 늙어가며

오가는 사람에게 눈인사를 하고 낯선 사람 속에서 책을 읽고 쓰는 삶이 꿈인데 어쩌면  지금처럼

읽고 쓰는 나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 꿈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취미가 주는 희망을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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