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징어 게임>인가
지난 2021년 하반기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1>은 넷플릭스의 영어권과 비영어권 콘텐츠를 망라해 총 시청시간 역대 1위라는 기록을 보유 중이다. 후속 시즌은 평단과 시청자들에게 엇갈린 평가를 받았음에도 누적시청 시간은 최상위권에 기록되어 있다. 지난 2024년과 2025년에 공개된 두 번째 시즌과 세 번째 시즌은 역대 넷플릭스 TV쇼 중, 공개 이후 28일을 기준으로 누적 시청시간이 각각 3위와 5위에 해당한다. 더욱이 <오징어 게임>을 기반으로 한 리얼리티 쇼가 이미 제작되었고, 미국판 <오징어 게임> 제작여부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는 화제성이 방증하는 것처럼,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시장의 선두주자인 넷플릭스의 대표적 IP로 굳건히 자리매김하였다. (2025년 기준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21%의 시장점유율로 Amazon Prime Vid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캐나다, 영국과 일본에서는 각각 24%, 27%, 21.7%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따라서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각인된 한국 콘텐츠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산업적 성과에 발맞추어 학계의 연구 또한 활발하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의 해외 연구 동향을 파악한 허만섭(2023)에 따르면 society, visual content, digital media, korean wave, game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논문들이 쏟아졌다. 그는 2021년 9월부터 2023년 2월까지 google scholar에서 검색한 비한국어 학술문헌 중 총 148편의 논문들을 대상으로 체계적 문헌 고찰을 통해 <오징어 게임>의 해외 연구 동향을 파악했는데, 특히 연구 대상의 50.5%에 해당하는 국제 문헌이 ‘신자유주의, ’폭력성‘ 등 이 시리즈에 내재한 보편성에 주목했다고 기록했다.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원인을 탐구하기 위함이 연구의 주된 동인임을 추론할 수 있다. 반면 지역성만을 검토한 연구는 5.4%에 불과하다고 적시했다.
보편성과 지역성의 이분법적 구도에 입각한 콘텐츠 연구는 여전히 일반적이지만, 최근 <케이팝데몬헌터스>의 전 세계적 열풍이 함의하는 바처럼, 지역성과 보편성이 공존하는 콘텐츠가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이 영상 미디어 산업을 지배하고, 글로벌 팬덤 문화가 쌍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끌며 여론의 향방을 좌우하는 미디어 환경을 고려할 때, 지역성과 보편성의 관계를 탐구할 새로운 학문적 패러다임이 요청된다. 즉 지역성과 보편성을 이질적인 대립항으로 전제할 것이 아니라, 통합적인 관점에서 방향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콘텐츠 연구에서 'Glocality'의 관점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는 ‘global’과 ‘local’의 합성어로 ‘세계적인 보편성과 지역적인 고유성이 융합된 현상이나 개념’을 지칭한다. 지역적 특색이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나는 과정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오징어 게임>의 산업적 위상을 설명하기에 적절할 뿐 아니라 콘텐츠를 분석하기에도 유효하다.
본 고에서는 글로컬리티의 시대 대표적 콘텐츠인 <오징어 게임>의 텍스트 분석을 통해 지역성이 보편성으로 어떻게 전환을 이루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역적 특색이 탄탄한 플롯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충실히 구현되어 장르적 완성도를 이룰 때, 폭넓은 진정성을 획득하여 글로벌적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입증하고자 한다. Hyejung Ju은 <Deterritorialisation of Korean TV dramas in “Netflix Originals”: “We are living in the Squid Game world”>에서 지역성을 글로벌로 전환시키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넷플릭스의 역할에 주목하며, 이로 인한 K-dramas의 국제적 위상 변화와 한국 드라마 시장에 끼친 영향을 탐구한 바 있다. 반면 본 연구는 산업적 맥락보다는 텍스트 자체의 분석에 집중하여 의미를 생산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다른 목적과 의의를 지닌다. 아래에서는 글로컬리티의 대표적 콘텐츠인 <오징어 게임>에 반영된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캐릭터와 서사의 영역으로 나누어 분석한 후, 이러한 지역성이 ‘자본주의 리얼리즘’적 관점에서 어떻게 보편성으로 전환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골고루 받은 <오징어 게임 시즌1>이 이러한 전환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끌어냈다고 판단하여 이를 중심으로 분석하되, 후속 시즌의 일부 유의미한 캐릭터와 서사 장치 등도 함께 다루도록 하겠다.